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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희수 Nov 15. 2021

분노의 달고나 커피 레시피

나는 열 받을 때 달고나 커피를 만들지

재료

- 인스턴트커피 1.8g (약 2봉)

- 설탕 3작은술

- 뜨거운 물 3작은술

- 단단한 숟가락

- 단단한 머그컵

- 열 받는 일


1. 컵에 커피가루와 설탕을 담아주세요.


2. 안에 뜨거운 물  3작은술을 넣어줍니다.


3. 이제부터 1000번 저어주면 됩니다.


4. 30번째쯤 저었을 때 팔이 아파옵니다.


때려치울까?


5. 무념무상으로 100번쯤 저었을 때 문득 어제 있었던 일이 생각납니다.


‘김 과장 생각할수록 열 받네. 지가 뭔데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야’

‘능력도 없는 게 입으로 떠드는 게 다면서 실무를 알아?’


5. 저렸던 팔에 힘이 들어가고 컵이 마치 그 사람 얼굴인양 마구 휘젓습니다. 300번 더 저을 추진력이 생깁니다.


6. 500번 저었을 때 문득 다음 주 토요일 학교 후배의 결혼식이 있단 게 생각납니다.


‘그 원피스 입으려면 이런 거 먹으면 안 되는데’

‘아니 근데 내 결혼식도 아닌데 내가 왜 관리를 해?’

‘열 받네 내 결혼식도 아닌데…’


7. 이미 힘이 빠진 팔은 짜증스럽게 컵을 휘젓습니다.


8. 600번째 힘은 힘대로 쓴 거 같은데 달고나의 ㄷ도 될 기미가 없어 보입니다.


9. 800번째 물 같던 커피와 설탕이 점성이 생기고 갈색빛이 돌기 시작합니다.


‘이거 저으면서 칼로리 빠졌을 거니까 이 커피는 0칼로리다’


10. 달고나 커피 완성!

커피와 설탕물만으로 쫀득한 크림이 만들어지니 신기합니다.

그러나 이 모든 걸 상쇄하는 고생을 했기 때문에 다시는 안 만들겠다는 결심을 합니다.


11. 맛보기

우유 위에 올려서 마셔봅니다. 우유와 섞이지 않은 크림은 쓰고 달기만 합니다. 분노의 맛은 그런 건가 봅니다.

우유에 섞어 봤습니다. 그래도 30분은 저었는데 30초 만에 거품은 다 사라집니다. 그냥 우유에 커피와 설탕을 탄 맛이 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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