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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삐 지내느라
꽃이 피네, 이렇게 몇 번 쳐다보는 와중에
꽃대 다섯 개 중 네 개에선 이미 오래 전에 꽃이 다 졌고
마지막 꽃대에 핀 꽃 송이 두 개 가운데
하나가 오늘 베란다 바닥에 떨어져있다
얼마나 고맙고 고마운지
군자란은 겨울 내내 추운 베란다에서 지낸다
환기를 위해 어지간해서는 일년 열 두 달 창을 조금 열어두는 그 추운 곳에서
겨울을 나야 비로소 화려한 꽃을 피운다는 걸 알게 된 이후로는
아무리 추워도 그냥 베란다에 둔다.
꽃대를 올리고 꽃봉오리가 주홍빛으로 바뀌기 시작하면
거실로 옮겨다놓는데
몇 년 사이엔 그것조차 게을러져 안 하고 그냥 베란다에 둔다.
어느 해엔가 꽃대 두 개가 올라온 걸 보고는
그해 겨울 추워지기 시작하자 거실로 옮겨놨다
그랬더니 이듬 해 꽃이 아마도 안 피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때 깨달은 게 극한의 경험이 있어야 꽃이 핀다는 거였다
꽃대가 하나씩 늘어나 재작년인가 네 개가 되더니
올해 드디어 다섯 번째 꽃대를 올렸다
이 얘긴 아마도 화분에 적어도 다섯 포기가 넘는 군자란이 오밀조밀 모여있다는 의미일 게다
우리 집에 온 지 이십 년이 뭔가
훌쩍 넘은
그 세월동안 딱 한 번 분갈이 해주고
비좁은 곳에서 화분이 터질 것 같은 그런 환경에서도
관심을 갖는 사람이 있든 없든
해마다 꽃을 보여주는
고마운 군자란님!
한결같은 모습에서 배운다
2022.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