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담 프루스트의 비밀 정원> 리뷰
4월만 되면, 가드닝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와 미팅을 하러 갔던 일이 생각난다. 연초 협업에 관해 논의 하다가 “4월쯤 일정을 잡으면 어떨까요?” 라는 나의 말에, “초록초록 한 느낌이 나려면 4월은 어려워요.” 라고 하셨다.
‘아니 ! 내 마음 속 4월의 이미지는 온통 초록으로 가득 차 있는데?’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니, 매년 식목일 즈음엔 봄 옷을 꺼내 입고 벚꽃을 보러 갔다가 추위에 떨었고, 화려하게 빛을 발하는 벚꽃나무 사이로 아직 나뭇가지가 앙상한 식물들이 더 많았다. 생각 속 4월의 이미지와 실제의 간극에 대해 문득 깨달았던 순간이었다. 꽃을 보느라 빼앗긴 시선 뒷편으로 ’그렇지 아직 초록은 멀었지’ 하고 생각하게 되는 4월. 하지만 우리는 바람 사이로 따스함이 묻어 나면 본능적으로 초록을 찾게 되는 것일까. 길가에 놓여진 작은 모종을 사고, 흔들리는 꽃들에 마음을 빼앗긴다. 길었던 겨울 동안 봄을 고대 했는지도 모른다. 봄이 온 것 같은데, 아직 차가운 그런 날. 바깥에 흐르는 계절과 상관없이, 집안에 초록을 가득 들여놓은 사람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이 탐나는 때가 바로 4월이다.
어릴 적에 부모를 여읜 폴은 말을 하지 않는다. 자신을 키워주는 두 이모는 폴을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로 만들려고 했지만 33살의 폴은 댄스교습소에서 피아노 연주를 하는 것이 전부이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이웃 마담 프루스트의 집을 방문하게 되는데…그녀의 집은 독특하다. 바닥을 파서 흙은 깔아두고, 집안 가득 마치 식물원처럼, 야외 인 것 처럼 식물을 키우고 있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도 피아노 덮개를 여는 순간 가려지는 커다란 피아노가 집을 가득 채우고 있는 폴의 집과 대조적으로 작은 거울과 자동차 백밀러로 샹들리에를 만들어 집안 구석 구석 햇빛이 들어 오게 만든 마담 프루스트의 집은 환상적이고 아름답다.
폴은 신비로운 그 공간에서, 마침내 자신의 과거를 마주할 결심을 하게 된다. 작은 꽃이 그려진 식탁보에 마주 앉아 진짜 허브차와 마들렌 그리고 음악으로 폴은 과거의 상처와 추억을 떠올리게 된다. 그 과정은 고통스러웠지만, 프로레슬러였던 부모와의 추억이 담긴 아름 다운 장면이었다. 폴은 마담프루스트와 만남을 지속하며 트라우마로 얼룩진 왜곡된 기억, 말을 잃은 채 자신이 살아온 삶 자체가 잃어버린 시간이었다는 것을 깨달아 간다. 그리고 마침내 위 층에서 떨어진 피아노에 깔려 그의 부모가 눈앞에서 죽었던 장면을 기억에서 살려낸다.
“네가 추억을 낚고 싶을까봐 필요한 재료를 마련했어. 나쁜 추억은 행복의 홍수 아래 가라앉게 해. 네게 바라는 건 그게 다야. 수도꼭지를 트는 건 네 몫이란다.”
과거를 마주하고, 현실의 삶을 살아가게 된 폴은 더 이상 피아노를 치지 않게 된 피아노 뚜껑을 뜯어내 미니정원을 만든다. 부모를 죽음으로 몰고간 피아노에 흙을 담고 씨앗을 심고 물을 준다. 그리고 그 자리엔 꽃이 자란다. 내 작은 의지로 작은 생명을 키워내는 마음과 행동으로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폴을 보여주는 장면은 뭉클함으로 가득찬다.
Vis ta vie (네 인생을 살아라)
작은 식물 하나 키울 마음의 틈하나 정도는 남겨두자. 그 생명의 기운이 무너져 내린 나를 살게 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