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몽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상명 May 12. 2024

망상하는 이의 눈동자를 본 적 있는가

댓글부대가 믿는 단 하나의 진실

댓글부대가 믿는 단 하나의 진실

이 작품이 르포나 다큐가 아니라 영화와 소설일 수밖에 없는 이유, 

그리고 그 매체임을 스스로 드러내 활용할 수밖에 없는 태도에 관하여.


만약 이 작품이 명확하고 통쾌했더라면, 그것은 완전한 진실이거나 완벽한 허구였을 것이다. 완전한 진실을 알고 있다면 굳이 영화나 소설을 택하지 않았을 테고, 완벽한 허구를 만들고 싶다면 굳이 특정 기업이나 집단이 단박에 연상되는 사건들을 꺼내들지 않았을 테다.


즉 이 작품이 명확하고 통쾌한 노선을 택하지 않은 이유. 첫째는 완전한 진실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고, 둘째는 그렇다고 완벽한 허구라 말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작품 속 대사처럼 '완전한 진실은 아니지만 완전히 거짓은 아닌'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 테니까.

<그래도 지구는 평평하다>
"만약 평면론이 사실이 아니라고 입증되더라도 저는 여기를 떠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지구는 평평하다>

'지구 평면설'을 믿는 사람의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혹은 망상하는 사람의 눈동자를 본 적 있는가. 거짓이 누군가에게 진실이 되는 이유는 그것을 믿고 퍼뜨리는 이들이 완벽히 확신에 차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완전한 진실을 아는 이의 태도와 흡사하다.

<댓글부대>는 스스로 완전한 진실을 알고 있다고 확신하지 못하지만, 완전한 거짓을 믿는 음모론자가 되고 싶지 않은 작품 같다.


<댓글부대>가 이 세계에서 완전한 진실이라 믿는 유일한 것은 '완전한 진실보다 거짓 섞인 진실이 더 진실 같다'는 문장처럼 보인다.

진실이란 '이것입니다'처럼 단순한 게 아니라 '이것은 사실이고 그것도 사실이지만, 이 부분은 사실과 다소 벗어난 부분이 있다는 견해가 있고 여전히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긴 하나, 이 거대한 명제가 참이라는 사실엔 지대한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판단됩니다'와 같은 경우가 대다수니까.


'꿈을 이뤘습니다'와 '꿈을 잃었습니다'. 이 두 문장에 대해 생각한 적 있다. 완전히 다른 말 같지만, 얼핏 들으면 잘 구분되지 않는다. 언뜻 반대 의미 같아도, 한편 한 끗 차이 같기도 하고, 막상 서로 다른 문장 같지도 않다. 무언갈 이뤘다는 건, 이룰 것을 잃었다는 것이기도 하니까.


<댓글부대>는 그들의 목표를 이룬 걸까, 잃은 걸까. 

어쩌면 둘다일지도 모르겠다.

www.instagram.com/filmongle

매거진의 이전글 우린 이렇게나 강하게 이어져 있다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