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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물 Jul 24. 2023

운동의 의미 #1

등록 목적 : 바디프로필?!



J의 손을 잡고 그녀가 다니는 피티샵으로 향했다.('J에게' 참고) 

그녀는 늪에 빠져 허우적대는 나에게 계속 운동을 권했다. 처음엔 회사에 나오는 것 또한 겨우 해내고 있는 내가 무슨 운동인가 싶었다. 손사래를 치는 나를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다. 일이 아닌 무언가를 꾸준히 해낸다면 분명히 달라질 거라는 말에 마지못해 그녀를 따라나섰다.



헬스의 필수 코스, 인바디를 재고 간단하게 운동 수행 능력을 측정했다.

인바디 결과는 처참했다. 난생처음 보는 체지방률이었다. 마지막으로 보건소에서 잰 인바디의 체지방률이 24프로였는데 무려 36프로였다. 처음 보는 숫자에 어안이 벙벙했다. 그리고 갑자기 오기가 생겼다.



상담 후에 나는 바로 등록하기로 마음을 먹고 회원정보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등록 목적에서 멈춰 섰다. 체중감량, 근육량 증가... 등록 목적을 살펴보던 내 눈에 '바디프로필'이 있었다. 무언갈 하나 하겠다고 하면 끝장을 보는 몹쓸 버릇이 발동했다. 나는 무턱대고 바디프로필에 체크하고 선생님께 전달했다.



종이를 받아 든 선생님의 눈이 휘둥그레 해졌다. 


"회원님, 바디프로필 찍으시게요?"


"이왕 한 번 하는 거 제대로 해야죠."


그때는 몰랐다. 이 날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를. 



5개월을 목표로 잡고 바로 이른바 닭고야(닭가슴살, 고구마, 야채)로 불리는 식단과 함께 운동을 병행했다.



워낙 먹는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 식단은 고통 그 자체였다. 원래 먹던 양에서 극단적으로 양이 줄어든 데다(닭가슴살 100g, 고구마 200g, 샐러드) 매 끼니 같은 것을 먹으려니 나중에는 보기만 해도 물렸다.



체중은 급격하게 불어서 운동 수행능력은 바닥 그 자체였는데 이 몸을 들고 무언가를 하려니 이것 또한 죽을 맛이었다. 그 어떤 중량 보다 내 몸이 제일 무겁게 느껴졌다.



욕구가 제한되기 시작하니 체중에 대한 강박이 무섭게 커졌다.

거의 일주일에 한 번 꼴로 인바디를 재기 시작했으며 고작 1kg, 2kg에 일희일비하기 시작했다.



숨 쉴 때마다 포기하고 싶었다. 그런데 막상 포기하자니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내가 한 선택인데 모든 게 야속하게 느껴졌다. 



여느 때와 같이 1시간의 수업을 마치고 꾸역꾸역 유산소를 하고 있던 어느 날, 트레이너 선생님께서 조용히 다가오셔서 경사도를 올리고 사라지셨는데 진심으로 화(?)가 났다.



운동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폭식 충동에 휩싸였다. 포장마차와 마트 앞을 십여분째 서성거리다 내가 선택한 건 결국 방울토마토였다. 방울토마토를 품에 안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나는 울었다.



어느덧 끝은 다가오고 5개월 차에 접어들면서 정말 유튜브에서나 보던 몸이 거울 속에 있었다.

수많은 유튜브 영상과 같은 십 퍼센트의 체지방률은 아니었지만 최종 20프로의 체지방률까지 내려왔고 매일매일 복근운동을 게을리하지 않은 덕분에 바디프로필의 꽃(?)이라는 복근이 선명했다.



그렇게 무사히 바디프로필을 찍고 끝(?)이 났다.






몰랐다. 진정한 시작은 그때부터였다는 것을.









홍보용으로 쓰이기도 했던 바디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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