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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물 Jan 03. 2024

다시어트 #1

폭식증, 식이장애를 넘어서서

2024년 새 해의 목표는 흔하디 흔한 다이어트다.


누구나 다이어트를 바라지만 한 해가 끝날 무렵 이루어낸 사람이 몇 없는 것과 같이 다이어트의 무게는 무겁다.


운동의 의미란 글을 쓰고 현재의 나에게 만족한다는 글을 쓴 지 반년이 채 안되었는데, 새 해 목표가 다이어트라니.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너도 어쩔 수가 없구나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다.


집을 지어놓으니 내부 인테리어가 하고 싶어진 마음이랄까.


힘차게 때로는 꾸역꾸역 간신히 운동을 이어나가면서 어느 정도 기초 공사는 마무리된 것 같은 상태다.

몇 년씩 운동하신 분들 앞에 서면 한없이 보잘것없는 몸뚱이지만 적어도 내 기준에서는 그렇다.


먹고 싶은 거 가리지 않고 먹고 즐겁게 하는 운동을 하면서 나의 운동 수행능력은 크게 향상했다.


프로필이 끝나고 다시 살이 오르기 시작할 무렵, 나는 몇 번이고 다시 프로필을 준비하려고 시도했었다.

그 결과는 다이어트를 시작하면 못 먹으니까 하면서 오는 폭식증이었다.

다이어트만 하겠다고 결심하면 미친 듯이 식욕이 오르고 걸신들린 듯이 음식 두세 개를 펼쳐놓고 먹어댔다.

덕분에 오히려 체중은 더 늘었다.


그때 깨달았다. 아- 아직은 때가 아니구나.


그렇게 프로필을 찍은 지 2년 정도가 흘렀다. 1년은 퇴사 막바지 시점이라 망나니처럼 살았던 시간이고 나 머지 1년은 퇴사 후 재정비의 시간이었다. 후자의 시간에서는 어느 것에도 제한을 두지 않았다. 대신 운동을 실컷 했다.


평소에 배워보고 싶었던 크로스핏 체험도 다녀오고 줌바도 등록해서 흔들어재꼈다. 그동안 못 나가고 포인트처럼 쌓여있던 PT도 꾸준히 나갔다.

중간중간 다이어트를 해볼까?라는 목표를 세울 때마다 찾아오는 우울감과 무기력감, 폭식증을 이따금씩 마주하면서 운동의 끈은 놓지 않았었다.


그리고 드디어 다시 다이어트, 다시어트의 서막이다.


뜬금없는 결심은 옷장정리가 발단이었다. 언젠가는 입겠지 하면서 두었던 미련이 가득한 옷들을 당근에 내놓곤 하는데 지난 주말에도 옷정리를 하다가 가지런히 걸어둔 예전 옷들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 옷들을 자유롭게 입고 다녔을 때에도 나는 내 몸에 만족하지 못한 상태였다. 늘 살 빼야 한다는 소리를 입에 달고 살았고 하루는 먹는 걸 과하게 조절하기도 하고 하루는 무작정 운동을 하기도 했다.


이제는 들어가지도 않는 옷들을 보며 다시어트를 결심한다.


그리고 다이어트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몇 가지 이유를 정리해 본다.


첫 번째, 다이어트가 끝나도 계속 스스로 운동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


처음 바디프로필이 끝나고 반년 가까이 헬스장 근처에는 가지 않았다. 오로지 체중 감량에만 초점을 두고 혹독하게 달려왔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그로 인해 운동을 1년 가까이했음에도 정작 혼자 운동하는 법은 모르는 헛똑똑이가 되었다.


그럼 지금은 할 수 있냐고? 물론 당연하고 가능하다.


퇴사 후 다시 운동을 꾸준히 나가면서 루틴을 어떻게 세워야 할지도 몰라 그냥 아는 것만 하던 수준에서 이제는 제법 그날의 목표를 세우고 나가는 수준은 된다.

무엇보다도 언젠가 목표치를 달성하게 되더라도 운동을 놓지는 않을 거라는 확신이 생겼다.

무언가를 이루고자 한다면 체력부터 기르라는 말처럼 운동은 일상을 유지하는 원동력이 됐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소위 뭐 같은 일을 겪어도 운동을 하고 나면 조금은 힘이 나고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는 느낌이랄까.


두 번째, 소위 뚱뚱한 사람에게 이 사회는 다소 폭력적이다.


인생의 절반을 넘게 보통의 몸매로 살아온 나는 겪어보지 못했던 일들이었기 때문에 미디어에서 나오는 관련 이야기들에 대해 무심했다. 그러나 내가 당사자가 돼 보니 상상 이상이었다. 식사를 하고 나서 먹는 음료 한 잔에도 자유롭지 못했다. 어김없이 그러니까 살이 찌지 라는 말이 후렴구처럼 따라붙었다.

친한 동료는 나를 다부진 뚱땡이라고 부른다. 단호하게 하지 말라고 하면 내가 우스운 꼴이 될게 뻔히 보이는 그들의 장난 아닌 장난에 나는 상처받는다.

옷을 사러 백화점에 갔을 땐 더욱더 충격적인 상황이 연출됐다. 옷을 보고 있는데 재고 수량에 대해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점원이 내게 다가와서 그 옷은 66까지밖에 없다고 말을 건넸다.

이런 일들을 줄줄이 겪고 있으려니 없던 피해의식마저 자라나게 된다.


혹자는 그럴지도 모르겠다.

운동의 의미 어쩌고 줄줄이 늘어놓더니 너도 결국은 이 사회의 기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맞다. 겪어보니 더 그렇다. 나는 우리 사회가 이토록 과체중인 사람들에게 비정하고 폭력적인지 전혀 몰랐다.

그리고 나도 거기에 무관심으로 동조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이 사회는 본인과 맞지 않는다며 떠나간 가장 친한 친구와는 달리 난 그렇게까지 할 용기는 없다.

그럼 뭐 어떡하나, 내가 상처받지 않는 선까지는 적당히 맞출 생각이다.


세 번째, 앞서 언급한 듯이 기초 공사를 했으니 내부 인테리어를 하고 싶다.


살이 찐 뒤로 거의 옷을 사지 않았다. 대부분의 시간을 회사에 있고 복장에 제약을 두지 않는 회사라서 더 그렇다는 핑계를 댈 수도 있지만, 난 그냥 옷장에 있는 내 예쁜 옷들을 입고 싶다.

사이즈에 구애받지 않고 이리저리 맞춰보며 옷을 골라 입던 재미를 갖추고 싶은데 이 몸에 맞춰 옷을 다 사려니 비용이 만만치 않다. 내 몸만 돌려놓으면 된다.




이런저런 이유들로 다시어트를 시작한다. 더불어 아침운동을 시작했다.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 특성상 퇴근 시간이 미뤄지기 일쑤라 그동안은 야근 때문에 운동 못하면 어쩔 수 없지 뭐 하면서 보냈었다. 야근을 하고 나면 너무 늦은 시간이라 손하나 까딱하기 싫은 데다가 헬스장도 문을 닫을 시간이니 핑계 좋게 보냈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아침이 비어있다. 그리고 어제 처음으로 아침 운동을 시작했다.

아직은 어두컴컴한 가로등이 켜져 있는 길을 걸어가면서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하는 현실자각타임이 어김없이 찾아왔지만 막상 도착하고 나니 하게 된다. 헬스장에서 누워서 잘 수는 없으니까.

운동을 하고 돌아오는 길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상쾌했다. 하루종일 보통 때보다 조금 더 많이 배고파진 것 외에는 장점이 더 많은 것 같다. 또다시 퇴사를 할 게 아니라면 아침운동 습관을 정착하도록 노력하려고 한다.


흔히 말하는 식단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았는데 일단 시중에 나와있는 이른바 다이어트 도시락이라는 것을 주문해서 먹는 중이다. 생각보다 맛도 나쁘지 않고 알아서 그람수, 탄단지 비율까지 고려해서 만든 것이라 지금처럼 눈떠서 회사 가기만 해도 다행인 나날들에는 딱인 것 같다.

첫 바디프로필을 준비할 때 장장 5개월을 이른바 닭고야를 했었는데 거기에 비하면 밥, 고기, 야채가 고루 들어있으니 제대로 된 식사를 한다는 느낌도 든다. 물론 뒤돌아서면 배고픈 건 똑같다.


식단 90, 운동 10.

수많은 이들이 말하는 다이어트 공식이다.

처음엔 일반식을 양을 적게 먹을까도 생각했지만 폭식증을 떠나서라도 원래 대식가인 나는 '적당히' 먹는 건 애초에 불가능하다는 걸 스스로 잘 안다. 감량을 하기로 했으니 입을 모아 말하는 공식을 따르기로 한다.





다이어트 하나 시작하는데 거창하게 구구절절 늘어놓는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겠다.

나름 파란만장했다. 모두가 선망했던 바디프로필 성공, 그로 인해 얻은 운동강박, 식이장애로 인한 급격한 요요. 우울증 치료 중에 이 모든 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일어나면서 나를 돌볼 시간을 위해 결심한 퇴사까지.


다시 시작한 다이어 트인 만큼 꾸준히 기록하고 정말로 내가 첫 번째 다이어트 때와 비교해서 성장했는지를 고찰해보고자 한다.




잘... 해낼 수 있겠지....?(두려운 건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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