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now one Apr 26. 2021

예민해서, 책읽기가 힘들어요.

책읽기가 어려운 사람들, 나와 같은 사람도 있을까?

 나는 예민한 편이다. 사람들이 별로 신경쓰지 않는 것을 많이 신경쓴다. 에스컬레이터에서 앞에 서있는 사람의 어깨에 붙은 머리카락을 너무 떼어주고 싶어서 부들거리는 손을 일부러 주머니에 넣고있기도 하고, 이사갈 집을 알아보던 중에 신발장의 타일이 삐뚤어진게 눈에보여서 집 계약을 하지 못했다던가, 친구집의 책꽂이와 식기건조대가 기우뚱한것이 보이기 시작하면 눈을 떼지 못하는 사람이다. 7살이 된 조카가 나를 닮았는지 놀다가도 발바닥에 먼지가 붙었다며 쪼그리고 앉아 먼지를 털어내고, 할머니 집의 러그에 뭐가 묻었다며 다른곳에 가서 놀자고 하는데.. 그녀석을 보면 '너도 참 세상살기 피곤하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요즘 책을 읽다보면, 책의 첫줄의 행간이 삐뚤어진 것에 꽂힐 때가 있다. 아래 이미지처럼 좌우의 첫줄 행간이 동일해야하는데, 인쇄 과정에서 종이가 약간씩 다르게 밀려들어간 경우 좌측상단과 우측상단의 간격이 일정하지 않은 책이 만들어지게 된다.

인쇄파일의 예(좌우 행간이 동일하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얼마 차이도 나지 않고 그렇게 눈에 띄지도 않는 책의 삐뚦은 그냥 넘어가고 책의 내용에 집중하여 책을 읽을 텐데, 나는 예민함이 한껏 도드라지는 날에는 책이 삐뚤어서 책을 읽는 내내 신경이 쓰인다. 또한 책을 펼치는 과정에서 책이 양쪽으로 둥글게 곡선을 그리며 그런 삐뚦이 완화되곤 하는데, 내 의식은 반대로, '이런 책의 굴곡까지 생각해서 책의 양 방향을 똑같이 보이도록 인쇄할 수는 없는가?' 하는 생각의 꼬리를 물게 되기에 책의 내용에 점점 더 집중이 되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런 이유로 요즘은 한번에 열장 이상의 책을 읽기가 힘들어졌다. 가끔은 이게 책의 내용에 집중하기 싫은 나의 핑계는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딱 떨어지는 것을 좋아하는 나의 예민함이 주된 이유일꺼라 포장해본다. 다른 사람들은 정말로 별 불편함 없이 책을 읽고 계신가요? 지금 옆에 있는 책을 들어서 혹시 첫줄이 살짝 기울어 있진 않은지 한번 살펴보시면 어떨지..

매거진의 이전글 다이어트의 심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