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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now one May 07. 2021

나의 계약직 이야기(취업의 첫걸음)

6번째 직장을 다니고 있는 이야기

졸업을 앞둔 대학 4학년 11월부터 시작한 나의 직장생활은, 중간의 2년여의 공백기를 제외하고 이제 약 13년 차에 접어들었다. 첫 번째부터 4번째 직장은 전공을 살려 지원했었으나 2년이라는 시간적 제약이 달려있는 계약직이었다. ‘계약직 사서’ 공무원 시험을 치르지 않고 사서가 된 거의 모든 사람들이 겪는 고용방식이었던 것 같다. 교수님은 졸업 전에 우리에게 아무리 취업이 급해도 계약직에 지원하지 말라고 하셨으나, 정규직 사서의 자리는 너무도 높은 스펙(나의 졸업 당시 기준)을 요구했기 때문에, 막 취업시장으로 나온 새파란 대졸인 우리는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필수 자격증이 있어야 하는 전문직이지만, 공채로 정규직을 뽑아주지 않는 직군이었던 사서는 이름 있는 기업일수록 계약직 공고도 많이 올라왔다. 정규직이 원하는 우대사항 외에도, 계약직에 지원하는 것이 더 쉬웠던 것은 2년 주기로 올라오는 채용공고에 더불어 면접 후기와 근무 후기가 있어서 족보를 들고 시험을 치르는 것처럼 든든하다는 점이었다.


내가 졸업했을 때, 나의 가까운 선배와 동기, 그리고 후배들에게도 너무도 당연했던 고용방식이고, 너무도 열악했던 처우였기에 우리는 그런 자리도 마다하지 않고 경력을 쌓겠다며 계약직의 자리에 들어갔었다. 그런데 몇 년 전 한 책이 출판되었다. 처음에는 전공자가 아닌 사람이 아르바이트로 비정규직 사서에 지원했다가 정규직 사서가 됐었고 본인이 경험했던 비정규직 일자리들에 대해 적은 그 책을 통해서 나의 비정규직 사서의 삶은 어땠는지 돌아보았다.


나의 비정규 노동담/강민선. 임시제본소, 2019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4688623


13년의 직장생활 중 6년을 비정규직 사서로 보냈다. 아직도 기억하는 숫자 주말 당직 일급 27,710원. 경력직 계약사원일 때에도 연봉 3천만 원이 되어본 적이 없었다.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전문 자격증을 취득했는데, 왜 이 분야는 이런 처우에 만족해야 하는 걸까, 내가 시험을 봐서 사서공무원이 됐다면, 1년에 3명 뽑는 사서교사 임용고시에 붙었다면, 영어 토익 800점을 맞고 전산 자격증을 취득하고 졸업 전에 학점관리를 더 잘했다면, 정규직이 됐다면 더 많은 월급과 정기적인 승진이 있는 자리에 갈 수 있었을까? 그랬다면 좀 더 나의 전공에 만족하고 자랑스러웠을까?라는 생각을 자주 했었다. 사람들은 나에게 사서가 진짜 좋은 직업 같다며 멋있다고 했지만, 나는 사서가 얼마나 힘든 직업인지 속으로 생각했다. 서비스직, 사서 고생하는 사서, 일을 하며 책을 읽을 시간을 내기는 정말 힘든, 그러나 책을 많이 읽고 알아야 하는 그런 직업. 동기 중 한 명은 사립재단의 사서 자리에 지원했다가 기부금 요구를 받았다고 했다. 정규직은 그렇게 어려운 조건이 붙어있는 것만 같았다.


경력 있는 계약직 사원으로 계약직 자리는 얼마든지 구할 수 있었다. 2년마다 계약이 만료되는 것도 무섭지 않았다. 다음 자리는 또 구할 수 있으니까. 10년이 넘게 도서관을 돌고 있는 선배 계약직 사서들도 많이 만났다. 도서관의 총 직원 중 절반 정도는 계약직이었고, 그들을 보며 성공과 실패를 간접 경험했다. 2년을 한 기관에서 일을 하면 업무에 굉장히 노련해진다. 그러나 그 기관에서는 업무에 익숙하고 잘하고 있는 나와 동료들을 내보내고 새로운 사람을 뽑아 다시 2년의 시간을 가르쳤다. 10년에 한 번 정도 나오는 정규직 채용공고에서는 계약직으로 근무하고 있던 사람들보다 더 스펙 좋은 사람을 선발했다. 대학도서관에서 만난 팀장님은 나에게 수많은 계약직 직원들을 만나고 떠나보내다 보니 점점 정을 주지 않게 되었다고, 그래서 이제는 헤어질 때 슬픈 마음도 잘 들지 않는다고 했다.


결국 정규직이 되었을 때, 나는 그 '사서'라는 직업이 아닌 'IT기획자'가 되어있었다. 4개의 대기업에서 6년 동안 계약직으로 일 한 뒤, 중소기업에 정규직으로 이직 겸 전직을 했다. 6년 차의 경력 있는 계약직 사원일 때보다, 직무 경험은 없는 나이 든 중고 신입 정규직의 연봉이 두배는 높았다. 직종이 바뀌었기 때문에, 계약직과 정규직의 차이인지, 업무분야의 차이인지는 확실히 알 수 없다. 그러나 계약직을 많이 뽑는 직무는 확실히 있고, 그런 직무는 우리에게 많은 희생을 요구한다. 계약직을 채용을 해도 굴러가는 것 같이 보이고, 계약직으로만 채용 공고를 올려도 지원자가 아직도 많기 때문에 그런 요건도 감수하고 지원하는 사람들을 뽑는다. 그리고 그 상태를 개선해주지 않았다.


아직도 내가 가입되어있는 사서 채용 커뮤니티에는 비정규직 공고가 자주 올라온다. 내가 2년간 몸담았던 그 기관은 여전히 계약직 사서가 일하고 있다. 젊은이들이 일할 곳이 없다고 말하는 동안, 정책은 점점 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동떨어져가는 것 같다. 우리의 일자리도 우리의 전문지식도, 우리의 배움도 더욱 가치 있게 사용될 수 있는 현실이 만들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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