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 싶은 동네 정하기
작년 여름부터 집 보기를 시작했다.
1. 살고 싶은 동네를 정했고
2. 그 동네의 시세(전세)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3. 인터넷으로 먼저 집을 보고, 부동산에 전화를 걸어 집을 보여달라고 했다
4. 그 집과 부동산에서 추천하는 매물들을 둘러봤다
그러는 사이에 코로나가 있었고, 부동산 대란이 일어났다. 30대의 영끌이 시작됐고, 나도 영끌을 해야 하는지 고민을 했고 내 영혼을 다 끌어모아서 나에게 얼마가 있는지 확인하는, 현실을 들여다보는 아픈 시기도 보냈다. 집을 알아보는 동안 내가 보던 곳들의 시세가 작게는 7천에서 크게는 2억이 올랐다. 일주일에 2천만 원씩 오르는 집값을 보면서, 작년에 같은 건물의 집을 살 수 있었던 돈으로 전셋집도 구하기가 어려워지는 시시각각의 시세 변화를 보면서, 집을 사는 게 맞지 않나 하는 생각을 몇 번이나 되돌아했다. 몇 년 뒤에 또다시 이렇게 집을 구하기 어려운 일이 반복될까 무서웠고 늦었지만 더 늦고 싶지는 않다는 뻔하디 뻔한 고민을 되풀이했다.
부동산 유튜브를 많이 보게 되는 시기였다. 내 인생에서 이렇게 한 가지를 오랫동안 고민하면서 책도 사고 유튜브도 보고 인터넷도 계속 찾아본 적이 있었을까? 어제 본 내용을 오늘 또 보면 또 다른 거 같고 어렵기만 한데 다들 어떤 용기가 나서 집을 구매하는 건지 이해하면서도 모르겠는 나날들의 반복이었다.
내가 살고 싶은 곳은 출퇴근을 가깝게 할 수 있고 교통이 편한 강남지역이었다. 강남에 집을 알아보는 나에게 친구들은 물었다. '강남이 좋아?' '복잡하게 왜 강남에서 살려고 해'. 강남은 나의 직장이 있는 근처고, 내가 주변을 잘 아는 곳이기도 했다. 혼자 살기에 삭막할 것 같으면서도 뭘 해야 할지 알 수 있는 공간. 뭔가 급할 때 주변에 열려있는 곳이 많은 밤에도 환한 곳. 필요한 것들이 근처에 있는 '도시'를 내가 좋아하고 편하게 생각한 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강남지역의 집값은 무서웠다. 직장인들이 많은 곳, 공급은 제한적인데 수요가 많은 곳이었다. 그리고 사무실과 집의 구분이 모호한 건물들이 많았다. 고민스러웠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신중하게 고르기 시작했다. 오피스텔이나 주상복합이 아닌 '주거용' 건물을 찾아봤다. 몇 안 되는 아파트, 신축빌라 등이 나의 선택지에 있었다.
집을 보러 가고 부동산 사람들에게 처음이 아닌 척 당황하지 않은 척하며 이것저것 알아보는 시간을 보냈다. 집을 본지가 꽤 되었다. 일이 바쁘지 않은 시기에 찾다가 중간에 멈춘 시기도 있었고, 또 집값이 너무 올라 고민하느라 멈춘 시간도 있었다. 고민을 하며 1년이 훌쩍 지나갔다. 이젠 진짜 집을 찾아야 할 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