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떤 사람일까?

여문 열매 같은 사람? 아직 안 여문 씨앗 같은 사람?

by 베르테르

학교에 다니던 시절이었다. 나는 어떤 사람일까? 무엇일까?

내 자신에 대한 고민이 막연히 많았던 시절이었다.


어느 날 우연히 다음 강의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 못한 과제를 하러 들어갔던 빈 강의실에,

강의실 칠판에 글귀가 하나 써 있었다.


" 사과 속에 들어 있는 씨앗은 셀 수 있지만, 씨앗 속에 들어 있는 사과는 셀 수 없다."


어떤 교수님의 강의보다 내 마음에 박히는 한 마디를 빈 강의실에서 들은 것이라 생각했다.

우연히 선택한 그리고 우연히 비어있었던 공간이라의미있게 다가왔을지도 모른다.


물론 누군가 유명한 사람이나 위인이 한 이야기를 칠판에 장난삼아 적어 놓았던 것일테지만...

그 당시 나는 씨앗이 되고 싶었다. 몇 개인지 모를 무한한 사과를 품고 있는.


그런데 10여년이 지나 불혹을 넘긴 지금에서도 가끔 나는 스스로에게 묻곤 한다.

나는 열매인가 씨앗인가.

이미 여무른 열매인가, 여물지 못 여물지 모를 씨앗인가. 나는 무엇이고 싶은가.


요즘은 그냥 꽝일지 모를 무한한 가능성의 씨앗이 아닌,

단 몇개의 씨앗이라도 확실히 품고 있는 사과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