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혹시 피아노 학원 아니고 코인 노래방입니까
1월 11일 화요일.
에뛰드 Op. 10-12 세 번째 수업. 오늘 수업은 거의 <초심으로 돌아가자> 급이었다. 내 마음가짐이 아니라 내 연주 퀄리티가 ㅋㅋㅋㅋㅋㅋ 페달 없이 에뛰드 앞부분 쳤는데 정말 팬티만 입고 무대에 선 기분이었다. 너무 부끄러웠음…. 강약은 물론이고, 음 하나하나의 간격이 고르지 않아서 우둘투둘한 비포장도로를 드라이브하는 기분이었음. 내가 치면서도 부끄러워서 표정이랑 자세가 무너짐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아 않되 선생님 하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런 감정을 버텨야 연습이 되고 나아지기도 하는 것이겠지요?*
* 부끄러움, 이것이 어른의 단점이다. 어린이였다면 필요 없는 자의식에서 우러나오는 부끄러움 따위 느끼지 않았으리라.
선생님이 함께 치자고 추천한 바흐 평균율 프렐류드 연습도 시작했는데(Op. 10-12와 조성이 같은 BWV 871 C minor) 이 곡도 상태가 영…. 음 하나하나가 고르지 못해서 또 다른 비포장도로로 접어든 기분이었음. 연습하면서 피아노 선생님이라는 직업의 위대함에 고개를 숙였다. 선생님께선 이런 연주를 수도 없이 들으면서 여러 학생들을 가르치셔야 했겠죠 진짜 존경합니다.
그래도 수업을 마치고 나오니 마음이 뻥 뚫린 기분이어서 좋았다! 왜 뻥 뚫렸나 하고 생각해보니, 피아노 수업 때 하도 웃고(앜ㅋㅋㅋㅋ 또 틀렸네! 죄송해옄ㅋㅋㅋ) 소리 질러서(악! 틀렸어요! 다시!) 그런 것 같다. 사실 나…, 피아노 학원을 심리 상담이나 코인 노래방의 용도로 다니고 있는 건지도?
여튼 지금까지의 나를 완전히 낯설게 새롭게 느끼게 해 주었다는 점에서 참으로 새해 첫 번째에 잘 어울리는 수업이었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