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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선영 Apr 11. 2024

걷기 좋은 골목상권 만들기 실험
‘파클렛 소제’


대전 도보여행자들의 목적지, 소제동

소제동은 대전KTX역 동쪽에 위치한 지역으로 원래 ‘소제호’라는 호수가 있던 지역이었다. 1930년대 일제강점기에 호수를 매립하고, 그 부지에 일본 철도관사를 건립하면서 생겨난 마을이다. 해방 후에는 철도청 직원들에게 인계되어 철도관사마을로 이용되어 오다가, 관사 제공 제도가 폐지되면서 철도 관사가 민간에게 불하되었다. 오랫동안 도시주거지로 기능해오던 소제동 관사마을은 2000년대로 들어서면서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되었고, 하나둘 주민들이 떠나면서 빈집이 늘어났다. 일부 원주민들이 남아있지만 비어버린 소제동에 2017년 서울의 공간기획그룹이 내려와 관사마을 단독주택을 개조하여 일명 ‘맛집’이라고 불리우는 카페, 레스토랑 등을 열면서, 소제동은 대전을 대표하는 새로운 관광지로 떠올랐다. 갑자기 개발이 시작되어 사라질지도 모를 동네이지만, 현재 이 시점에는 대전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이나 대전 시민들이 여가를 위해 방문하는 ‘핫플레이스’로 기능하고 있다.      



도보여행자들의 불법주차로 인해 걷기 불편한 대동천변로

일명 핫플레이스가 된 소제동은 대전역 지하철이나 버스 등 대중교통으로 방문할 수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인 개인 자동차를 이용해서 방문하고 있다. 이들은 소제동의 가장자리에 해당하는 대동천변로에 주차한 후, 소제동 골목을 구경한다. 대동천변로는 소제동의 가장자리이기는 하지만, 대동천 이라는 하천변 도로로서 자연환경이 매력적이며, 카페, 레스토랑 등의 ‘맛집’이 위치하여 소제동 방문시 누구나 한번 쯤은 걷게 되는 길이다. 하지만 도로변 불법주차로 인해 걷기에 불편하고, 하천변 아름다운 경관은 자동차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는다. 소제동 골목풍경과 분위기를 즐기러 방문한 사람들이 오히려 그 풍경과 분위기를 해치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2022년 3월 대동천변로 (c)카카오맵


대동천변로에 자동차 대신 공원을 두다!

소소도시와 한남대 도시건축연구실은 소제동을 방문한 도보여행자들이 쾌적하게 걷고 머무르며 골목 콘텐츠화 도시환경을 즐길 수 있도록 대동천변로 공간을 제안해보고자, DSC 리빙랩 지원사업을 활용하여 ‘팝업 파클렛’을 개최하기로 하였다. 도로공간에서의 프로젝트 실행을 위하여, 소제동 내 다양한 복합문화공간을 개발/운영하는 로컬 플레이어의 연계협력을 통해 지자체, 지역 상인, 주민 등의 협조를 이끌어냈다. 한남대 학생들과 지역 목수님들이 폐파렛트를 활용하여 거리가구를 디자인/제작하는 ‘업싸이클링’ 실험도 함께 진행되었다.      


2022년 4월 초 약 1주일간, 자동차가 주차하던 곳에 거리 가구와 화분을 두었을 뿐인데, 대동천변로에는 사람들이 모여서 머무르기 시작했고, 삭막했던 가로공간에 활력이 돌았다. 개최 첫날인 4/2(토)에는 낯선 파클렛 공간에 대한 심리적 허들을 낮추기 위하여, 마켓, 전시, 버스킹 등 콘텐츠를 운영하기도 하였다.      


파클렛소제 현장 (c)소소도시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즐기는 사람들도 있고,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사람도 있었다. 각자 저마다의 방식으로 도시공간을 즐겼다.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160여명 중 약 85%가 도로변 주차공간을 줄이고 보행자공간으로 조성하는 사업에 긍정적이라는 답변을 하였다. 팝업 파클렛 개최 결과를 정리하여 해당 행정단체에 공유하고, 대동천변로의 보행환경개선사업을 제안하며 프로젝트는 마무리되었다. 

    

파클렛소제 현장 (c)소소도시

               



걷기 좋고 머무르기 좋은 도로환경은
골목상권에 도움이 된다 

비록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대동천변로의 영구적인 환경 변화가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사람들이 생각보다 팝업 파클렛 공간을 자연스럽게 잘 받아들이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점에서 고무적이었다. 한 카페 주인은 불법주차공간 대시 공원이 조성된 덕분에 카페 매출이 올랐다는 후기를 들려주기도 하였다. 이를 통해, 걷기 좋은 환경이 보행자의 교통안전뿐 아니라, 주변 상가의 매출상승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실, 팝업 파클렛을 시도해보기 전에는 자동차 주차 공간에 공원을 둔다는 것이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걱정이 있었지만, 우리의 우려가 민망할 정도로 사람들은 변화된 환경을 자연스럽게 잘 즐겼다. 자동차 중심의 교통문화/인식은 절대 깨질 수 없을 것 같았지만,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변화의 가능성을 아주 조금은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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