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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선영 Apr 18. 2024

전통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만드는 ‘파클렛 성수’

서울 3대 시장 중 하나였던 뚝도시장,
지금은 북적이는 성수동 속 고요한 섬이 되었다

뚝도시장은 서울 성동구 성수이로에 위치한 전통시장이다. 1962년 개장했다고 하지만, 이 일대는 조선시대 때부터 시장으로서 기능을 했다고 한다. 한때 약 400여개 점포가 운영될 정도로 발달했으며, 동대문시장, 남대문시장과 함께 서울의 3대 재래시장 중 하나로 꼽혔다. 하지만, 2000년 초반 이마트가 시장 근처에 생기면서, 기존의 시장 상권이 급격히 쇠퇴하기 시작했다. 이후 시장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공공자금이 투입되었지만, 좀처럼 활력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2010년 초에는 ‘성수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되어 개발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시장 환경개선이나 활성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보다는 현상유지 수준의 미온적인 관리와 운영이 이어지고 있는 듯 하다.

한산한 뚝도시장 앞 거리(성수이로)


걸어서 5분 거리의 연무장길 방문객들을
시장으로 유인하고 머무르게 한다면?


반면, 한적한 뚝도시장에 비해 걸어서 5분 거리의 연무장길(일명, 성수동 카페거리)에는 걷기 힘들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몰린다. 글로벌 대형 브랜드의 팝업 마케팅이 경쟁하듯 열리고, SNS에 맛집으로 유명해진 음식점들이 즐비하다. 연무장길을 따라 서쪽으로 걷다보면 서울숲에 다다르게 된다. 성수동은 새로운 브랜드 콘텐츠가 끊임없이 생성되는 동시에 서울숲과 한강의 자연성까지 즐길 수 있어, 매력있는 도시관광 루트를 제공하고 있다.


성수동의 관광루트에 ‘전통시장’이 추가된다면 어떨까? 연무장길, 서울숲을 방문한 사람들이 뚝도시장도 함께 들러 시장의 푸드 콘텐츠를 즐긴다면, 시장도 살아나고, 방문하는 사람들의 경험도 다채로워지지 않을까.

물론 지금의 뚝도시장이 성수동 방문객들에게 충분히 매력적이지 진 않다. 뚝도시장은 애초부터 관광객을 위한 시장이 아닌 지역주민들의 생활거점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상적 소비패턴이 완전히 변해버린 현재 많은 전통시장들이 생존을 위하여 새로운 고객을 위한 체질개선에 나서고 있고, 이에 성공한 시장들은 유명한 관광지로 활성화되어 있다. 우리는 뚝도시장도 그런 가능성과 잠재력을 충분히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


성동양조연합과 함께 파클렛을 기획하고,
상인회에게 주차장을 빌렸다


다만, 어떻게 물꼬를 틀 것인가가 관건이었다. 우리는 성동구에서 활동하는 소규모양조장들(이하 성동양조연합)과 함께 뚝도시장으로 사람들을 유인할 아이디어를 구상했다. 우리가 잘 하는 것은 공공공간을 걷기 좋고 머무르고 싶게 만드는 일이었고, 성동양조연합은 개성있는 주류를 재미있게 선보이는 일을 잘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뚝도시장 앞 도로변 주차장 공간을 활용하여 소규모양조장들의 마켓과 임시 공원을 함께 개최하는 ‘팝업 파클렛’을 기획하기에 이르렀다.


사실 뚝도시장 도로변 보행환경은 도로변에 주차된 자동차들과 보도 위 적치물로 인해 쾌적하지 않다. 건너편 상가는 주차된 자동차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다. 걷고 싶고 머무르고 싶기 보다는, 빠르게 지나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는 환경이다. 연무장길과 서울숲의 재미있고 쾌적한 보행환경에 익숙한 사람들을 뚝도시장으로 부르고 머무르게 하기 위해서 보행환경의 개선은 필수적이다. 우리는 성수이로변 공영주차장 공간을 활용하여 팝업 파클렛을 조성하고, 팝업 기간동안 보도 위 적치물을 이동시켜 공간을 쾌적하게 조성하는 방안을 구상하였다.


아무리 멋있는 파클렛을 구상했다 하더라도, 공간 확보가 되지 않는다면 쓸모가 없다. 우리가 이용하고자 하는 주차장은 성수역 3번출구부터 한강 나들목까지 지정되어 있는 유료 공영주차장 가운데 뚝도시장 앞 구간이었다. 이 주차장은 성동구시설관리공단이 관리하고 있어 공단의 협조가 필수적이었다. 처음에는 구청을 통해 문의를 하였지만 공단의 수익사업이어서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었다. 이대로 불가능해지려나 싶을 때, 뚝도시장상인회 회장님을 만나게 되었다. 프로젝트의 취지와 컨셉에 대해 설명드리자, 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 같다며 시장앞 주차장 6개면을 빌려주기로 하셨다.!     


성동양조연합과 함께 자동차 대신,
임시 공원과 마켓을 만들다


확보한 6칸의 주차장은 3칸은 공원, 3칸은 마켓으로 채워졌다. 상인회, 지역 인쇄소, 지역상인 등 협조를 통해 매대, 알전구, 파렛트 등 공간조성 물품들도 확보할 수 있었다.

개최 전날 미리 짐을 옮겨놓고, 전기도 준비하고, 근처 인쇄소에서 빠렛뜨도 빌려왔다

우리는 날씨 좋은 10월의 금요일과 토요일 2일간 팝업 파클렛을 개최하였고, 흥행에 성공하였다 :)      

집근처 산책나온 가족들은 팝업으로 생긴 휴게공간에 자연스럽게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휴식을 취하고, 대화를 나누었다.      

각 양조장별 SNS를 통한 홍보 덕분에 개성있는 양조장들의 마켓을 보기 위한 성수동 방문자들이 몰려들었고, 주류를 시음하거나 구매한 사람들은 파클렛에 앉아 시장 음식점의 음식을 안주삼아 즐겼다.

 

파클렛 벤치에 앉아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
양조마켓과 공원을 즐기는 사람들

      

매력있는 콘텐츠와 쾌적한 보행환경은
전통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


두 번째 팝업 파클렛은 2일이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개최되었지만, 우리는 충분한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파클렛 개최 전 뚝도시장 앞 도로변 사회적 활동 인구는 0명이었으나, 파클렛 개최 시 10~20명으로 증가하였다. 설문조사 결과, 90%가 만족스러워 했으며, 88%가 팝업 파클렛의 취지에 공감하고 앞으로 더 많이 실현되었으면 한다는 응답을 하였다. 마켓에 참가한 양조장들의 마켓 매출도 기존 타 마켓 참가에 비해 높았은 편이었다. 팝업 파클렛에 방문한 2030 세대들이 양조마켓 체험 후, 주류와 함께 먹을 안주를 시장 음식점에서 구매하면서, 시장 상인들의 매출도 증가했다고 한다.      


전통시장에는 그 세월만큼, 우리가 알지 못하는 복합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을 것이며, 시장의 반등/성장을 위해서 개선되어야 할 점들은 한두개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이번 실험을 통해 노포 음식점 위주의 시장과 개성있는 소규모양조장의 콜라보가 꽤 괜찮은 조합이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함께 앉아 쉬고 교류하고는 '사람을 위한 공공공간'으로 인해 더욱 콘텐츠가 빛을 발했던 것 같다.      

 

이번 프로젝트 이후에도 우리는 구청에 파클렛 관련 정책제안을 했지만 변화는 아직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 앞으로 한번 더 성동양조연합, 상인회, 소소도시가 함께 팝업 파클렛을 개최해 봐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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