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파가 밀집하여 걷기 불편한
연무장길과 성수이로
성수동은 국내외 관광객이 찾는 글로벌 관광상권이며, 특히 연무장길 일대에는 대형 브랜드의 팝업이 상시 개최되어 보행량이 높은 편이다. 특히 성수이로와 만나는 교차로 횡단보도 앞은 길을 건너려고 기다리는 사람들로 붐빈다. 10m 폭의 연무장길 전체를 가득 채우는 인원의 사람들이 3m 남짓의 성수이로 보도 공간에서 밀집하여 횡단보도를 기다려야 하다 보니, 교차로 주변 보도공간은 언제나 비좁다.
한편 성수이로 북측의 성수역 3번 출구에서는 지하철을 이용하여 도착한 사람들이 연무장길로 줄지어 걸어 내려온다. 성수역에서 나와 연무장길을 향해 걸어오는 사람들과 횡단보도 앞 대기하는 사람들이 연무장길 교차로에서 뒤엉키며 복잡한 상황이 만들어진다.
연무장길과 성수이로 교차로의 보행불편 문제는 연무장길에 방문객이 급증하기 시작한 몇 년 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교차로의 횡단보도 신호등도 이런 보행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2년 전에 설치된 것이다. 하지만 유동인구가 보행공간의 용량을 초과하여 발생되는 ‘다중인파 밀집상황’을 해결하고, 글로벌 관광상권이라는 위상에 걸맞은 쾌적한 보행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보행공간’의 확보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성수이로 도로변 주차장을 활용하여
보도와 휴게공간을 만들다
횡단보도 대기자와 보행자가 얽히는 좁은 보도 공간에 비해, 성수이로의 자동차 공간은 여유롭다. 양방향 4차선의 차량 통행공간이 확보되어 있고, 도로변으로는 주차공간이 줄지어 확보되어 있다. 보행자 수가 자동차 운전자 수에 비해 훨씬 많은데, 그에 비해 보행자의 공간이 너무 좁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동차를 위한 공간 일부를 보행자를 위한 공간으로 할애한다면 어떨까?
우리는 성수이로와 연무장길 교차로 주변의 도로변 공영주차장 8개면을 활용하여 팝업 파클렛을 조성하였다. 좁은 보도공간을 넓히기 위해 주차장의 절반은 통행을 위한 공간으로 두고, 나머지 절반을 벤치와 화분을 두어 휴게공간으로 조성하였다.
성수동 로컬양조장의 마켓과 재즈 버스킹으로
파클렛 시작을 알리다
팝업 파클렛의 첫째 날, 파클렛의 시작을 알리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성수동 로컬 양조장, 재즈 아티스트와의 콘텐츠를 개최하였다. 성수동에 위치한 소규모양조장들의 모임인 ‘성동양조연합’과 함께 주차장 3개면을 활용하여 전통주 마켓을 개최하였고, 주차장 1개면과 인접한 여유공간을 활용하여 ‘재즈 버스킹 공연’을 개최하였다. 성수동을 방문한 국내외 관광객들은 성동구에서 생산하고 있는 전통주를 맛보고 파클렛의 휴게공간에 앉아 날씨와 도시경관, 성수동 분위기를 즐겼다. 늦은 오후 시작된 재즈 버스킹 공연은 지나가던 사람들을 잠시 멈추게 했다. 재즈 음악이 성수동 풍경과 잘 어울린다는 후기가 많았다.
5일간의 팝업 파클렛은
성수이로의 보도이자, 도보관광객의 쉼터가 되었다.
2023년 6월 5일간 운영되었던 팝업 파클렛은 성수동 사람들에게 요긴한 쉼터가 되었다. 가장 이용을 많이 한 사람들은 관광객들이었다. 성수동은 인근에 서울숲, 한강 등 규모 있는 공공공간이 존재하지만, 성수동 골목상권 관광 동선 상에는 공공공간을 찾기 어렵다. 주요 관광 동선의 가로공간은 자동차 주차장 선만 그어져 있을 뿐, 보행자를 위한 휴식공간이나 나무 한그루 찾기 어렵다. 이런 여건 속에서 가장 인파가 많이 몰리는 연무장길과 성수이로 교차로에 팝업 파클렛을 조성하였더니, 오가며 쉬어가는 관광객들이 많았다.
그리고 그다음으로 높은 이용률을 보였던 사람들은 연무장길이나 성수이로 인근의 직원들이었다. 각 상점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중간중간 휴게시간을 갖게 되는데 이때 나와 파클렛에서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사실, 연무장길, 성수이로 일대는 매장직원들이 휴게시간을 가져도 쉴만한 공간이 마땅치 않다. 쉴만해 보이는 공간에는 어김없이 흡연자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팝업 파클렛 만족도는 95%,
영구적 조성 수요는 72.6%로 나타났다.
이번 파클렛의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84명 중 80명(95.2%)이 만족한다는 의견을 주었다. 가장 만족스러운 점으로 ‘쉴 공간이 조성된 점’(65명, 77.4%), ‘보행공간이 늘어난 점’(30명, 35.7%)으로 나타났고, 영구적인 보행친화환경 조성에 대한 수요도 72.6%로 높게 나타나기도 했다. 이번 파클렛 조사를 통해 성수동을 방문한 도보관광객들의 ‘보행공간, 보행친화환경’에 대한 높은 수요를 예상할 수 있다.
성수동 연무장길은 어느 지역보다 보행자가 많고, 밀집도가 높은 지역으로, 이제는 보행공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지 않을까 싶다. 도로공간에 대한 공공사업은 그 이해관계가 복잡하여 난이도가 높은 사업이라 쉽지는 않겠지만, 이제는 시작할 때인 것 같다. 그리고 공공사업의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보행 중심의 현황 조사, 다양한 도로이용자의 참여 디자인-검증 과정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 이번 팝업 파클렛이 연무장길 변화의 시작이 될 수 있길 바라본다. ♣
※ 이 사업은 (재)티머니복지재단의 보행 친화 환경 조성 사업 일환으로 추진되었고, 성동구청의 협조를 통해 주차장 공간을 확보하고 팝업 운영을 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