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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선영 Dec 28. 2018

리페어카페
함께 할 사람들을 모으다

나부터, 내 주변부터의 작은 변화도 의미있었다. 

이전 글에 이어서 




리페어카페를 알리기 위한 준비들을 한 뒤, 실제 함께 운영할 사람들을 찾기 시작했다. 크게 2개 그룹이 필요했다. 기술을 알고 있는 숙련자와 현장 스태프들. 모두 자원봉사자로 찾아야 하는 사람들이었다. 



리페어카페 자원봉사자를 찾다 


우리는 일단 온라인 모집 공고를 냈다. 자원봉사자로 참여해줄 숙련된 사람들과 현장스태프를 섭외하기 위해, 관련 단체 SNS에 모집글을 올렸다. 숙련자를 섭외하기 위해 공방이나 메이커 스페이스 등에 별도로 연락을 해보았다. 우리가 찾는 숙련자는 제작, 수리, 정비 등이 직업인 전문가가 아니라, 취미생활로 즐기는 아마추어나 수강생들이었다. 전문적 기술로 직업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좋은 일을 부탁한다는 명분 하에, 재능기부를 강요하는 것처럼 보일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로 리페어카페에는 그런 전문가가 필요한 것이 아니었다. 




리페어카페에 참여하는 숙련자들은 
지역사회 & 환경보호에 기여하고픈 일반 사람들이다. 



기존 리페어카페의 자원봉사자들은 전문적인 기술자가 아니라, 컴퓨터에 관심이 많은 고등학생, 바느질과 옷 수선을 할 줄 아는 가정주부, 취미로 가구제작을 배워본 일반인, 은퇴한 엔지니어 할아버지 등등이다.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으로 물건을 고치고 쓰레기를 덜 버리는 데 기여하고자 하는 사람들이다. 캐나다 토론토의 리페어카페에는 고정적으로 참여하는 자원봉사자들이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직업이 별도로 있으면서, 리페어카페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하여 자신의 지식과 노하우를 활용하여 사람들이 물건을 고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그리고 이런 활동을 통해 순수한 즐거움,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2010년도 기준 캐나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5세 이상 자원봉사자 비율은 캐나다 전체 인구의 47%로 봉사활동의 나라라고 불리기도 한다. 지역 커뮤니티 센터를 통해 굉장히 다양한 분야의 자원봉사활동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봉사활동은 그리 활발한 편이 아니다. 캐나다와 통계 기준이 다르긴 하지만, (사)한국자원봉사문화에 따르면 2017년도 우리나라 20세 이상 성인의 봉사활동 참여율은 21.4%라고 한다. 통계상의 수치를 떠나, 우리가 평소에 봉사활동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참여하고 있는지를 떠올려 보면, 우리나라의 자원봉사 현황을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나 또한 대학을 졸업한 후에 봉사활동을 한 적이 없다. 가끔 자원봉사 활동을 해볼까 하고 1365자원봉사포털을 검색해보기는 한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하고 싶은 활동이 찾아지지 않아 아직 해본 적은 없다. 나부터 이런 상황이다 보니, 자원봉사자를 찾는 것에 걱정이 많았다. 


모집 결과, 온라인으로는 현장스태프 1명이 신청하였다.

사회적 경제 분야에서 일하시면서, 평소에 이런 활동에 관심이 많으셨다고. 정말이지 감사할 따름이었다. 

숙련자 섭외를 위해 별도로 연락한 곳에서는 회신이 오지 않았다. 단 한 명도 오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한 분이라도 신청해주셨다니. 우리의 초보적인 홍보력을 감안하면, 큰 성과였다! 




나머지 자원봉사자는 가까운 곳에서 찾아졌다. 



숙련자로는 친구 A(함께 리페어카페를 진행하고 있는)의 지인들이 나서주었다. 학생 또는 곧 졸업을 앞두고 인턴 중인 학생이 리페어 카페 이야기를 듣고, 관심을 가지고 궁금해했다. 이들은 평소에 이것저것 고장 나면 고쳐서 쓰는 친구들이었다. 

현장스태프로는 나의 지인들이 함께 해 주었다. 리페어카페에 대한 이야기를 듣더니, 평소에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아 쓰레기를 덜 버리고 재활용하려고 신경을 쓰는 친구들이 관심을 보였다. 집에서 쉬기만 하는 주말이 지겨워진 차에, 재밌는 일에 참여해보고 싶다며 나서 주었다. 




나부터, 내 주변부터 시작하는 변화도 의미 있겠다.



처음에는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참여하는 것이 더 의미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지인들을 통해 자원봉사자를 찾는 것이 왠지 자존심 상하기도 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사실 나도 이번 리페어카페를 통해 이런 활동에 처음 도전을 하는 것이었고, 내 주변 사람들도 나를 통해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된 것이었다. 저 멀리에서부터 한방에 큰 변화를 기대하기보다는, 가까운 곳에서부터 작지만 점진적인 변화를 시작해보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더 큰 힘을 가지는 것 아닐까 싶었다. 







10월 말, 모집된 자원봉사자와 스태프들, 협찬사가 한자리에 모였다. 리페어카페를 개최하기 전, 사전모임이었다. 현장 진행에 대한 설명을 하고, 각자 참여하게 된 배경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서로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 있는 자리였고, 호기심을 갖고 자발적으로 참여한 사람들에게서 느껴지는 에너지가 기분 좋았다. "인사가 만사다"라는 참으로 상투적인 문장을 실감했다. 상투적인 말들이 더 이상 진부하게 느껴지지 않는 순간이었다.


사람들이 모였다.

2018리페어카페서울 준비가 다 되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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