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의 실체
: 링크하시겠습니까?
내 얼굴과 완전히 똑같이 생긴 내가 거울 너머에서 나를 향해 말하고 있다. 나는 쳐다보는 그 검은 눈동자의 눈빛은 마치 벌거벗은 듯한 느낌을 준다. 내 입술, 내 표정, 감정까지 그대로 복제된 것 같은 그는 클라우드 서버 속 존재하는 또 다른 나였다.
시대는 꽤 발전했다. 아니지, 발전한 것이 아니라 시대가 바뀌었다.
과거 언젠가 어느 듣지도 보지도 못한 어느 작은 소형 게임사가 게임을 발표했다. 여타 다른 게임들처럼 많은 소개 영상들이 제작되었고, 공개되었다. 하지만 독특함으로 승부를 보려 한 것 같은 그들의 영상은 뭔가 달랐다. 유저가 선택할 수 있는 플레이어블 캐릭터는 없었고, 게임을 소개한다고 하면서 게임은 절대 소개되지 않았다. 공개된 채널이 아닌 오로지 영상만 본다면, 마치 the CITY 소개 영상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말이다. 우리가 사는 세계, 매일 겪는 일상을 그린 드라마였다. 그리고 수년이 지나 작았던 소형 게임사는 투자금이 부족해졌는지 파산하면서 없어졌고, 프로젝트는 관련 없는 어떤 이상한 업체가 사가면서 기대감마저 바스러지며 소식이 끊겼다.
완전히 잊혔을 때쯤, 문을 닫았다던 그 소형 게임사의 영상 채널에 이전 영상에서 색감만 조금 바뀌고 내용은 같은 영상이 올라오게 된다. 댓글도 장난치지 말라는 반응이 대다수였고, 설령 믿을 수 있다고 해도 수년이 지났음에도 바뀐 건 전혀 없다며 플레이의 의지를 저버린 유저들이 많았다. 하지만 그들은 시대를 바꿀 거대한 무언의 것을 창조해 냈다.
파인더즈 Finders.
그 게임의 이름이다. 홈페이지 등의 페이지들이 개설되며 유저들이 찾기 시작했고, 밝혀진 건 신을 부활시키기 위해 세계를 탐험하고, 방해꾼들을 처리한다는 어쩌면 흔하디 흔한 판타지 세계관의 플롯을 갖고 있었다. 공개할 생각은 있는 건지, 게임 내적으로 공개된 것이라고는 단 몇 줄의 세계관과 게임명, 그리고 장르뿐이었다. 감히 단정 짓지 말자는 사람들과 노양심 게임사라며 기대할 것 없다는 식의 까내리는 사람들로 나뉘며 한창 터지고 터지는 키보드 전쟁터 사이 파인더즈는 온갖 시선을 받으며 정식 오픈되었다.
"네."
나는 거울 위로 떠오른 알림에 대답했다.
: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 월드에 링크됩니다.
거울 속 나는 내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그저 접속하기 위한 겉치레 과정일 뿐이니까.
: 클라우딩 100%. 월드에 링크됩니다.
어디선가 웅웅 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주변이 어두워지며 또 다른 내가 빛나기 시작한다. 마치 공포영화의 한 연출을 보는 것 같다. 거울 너머 또 다른 내가 나를 향해 손을 뻗는다. 나도 그를 향해 손을 뻗어 서로 마주한다. 거울부터 시작해 천천히 공간을 집어삼킨다. 작은 방이 여러 공간으로 분열되며 겹쳐 보인다. 그 위로 얇게 어떤 막이 씌워지고 하나가 되도록 합쳐진다.
: 파인더 [우든], 월드에 링크되었습니다. 즐거운 여정 되시길 바랍니다.
주위를 돌아보니 전혀 바뀐 건 하나도 없는 나의 작은 방이었다.
시대가 시대였던 터라 기술이라면 이미 발전을 마친 도시였다. 마스터피스의 '미지' 설계도와 고어용문의 고대어 해석에 의해 과거보다 좋아질 대로 좋아졌고, 편해질 대로 편해진 개발과 발전을 마친 기술로 이미 황금기를 보내고 있는 the CITY였기에 파인더즈의 기술력은 사회의 큰 파장을 일으키기에 최적의 상황이었다.
파인더즈의 프로젝트를 사들인 그 이상한 업체는 메이커 Maker다. 메이커는 CIS 국제연구센터 산하의 도시를 위해 연구 및 실험을 보조하는 것에 집중되어 신기술 개발에 목적을 둔 개발업체다. 이들은 파인더즈를 공개하면서 기술 하나를 발표했는데, 바로 클라우딩 기술이다. 클라우딩은 개인용 서버에 문서, 사진, 음악 따위의 파일 및 정보를 저장해 두는 시스템을 일컫는 클라우드의 의미에 그 일이 현재 진행되고 있다는 뜻으로 파인더즈가 운영되기 위한 핵심적인 기술이라고 한다.
디지털/가상세계, VR, AR 등 기술은 사회 전반적으로 변화를 이끌어왔다. 하지만, 말하지 않았는가. the CITY의 기술은 첨단을 넘어 이미 극에 도달했다고. 현실과 가상의 세계를 이어주는 안경, 헬멧 등의 부가적인 메개체는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클라우딩 기술은 그런 것이었다. 가상의 세계를 현실로 불러들이는 것. 덧 씌우는 것. 현실이 완벽히 복제된 가상의 세계를 현실 위에 갈아 끼우는 기술이다. 파인더즈를 이용하지 않는 사람은 그냥 현실을 살아가면 된다. 하지만 파인더즈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현실 위로 불러온 가상의 세계에서 현실과 가상을 동시에 살아갈 수 있다. 현실은 파인더즈의 세계를 볼 수 없지만, 파인더즈를 통해 링크된 세계에서는 게임의 세계뿐 아니라 현실과도 상호작용할 수 있다. 그곳이 바로 [ Home ]이다.
집이란 뜻의 [ Home ]은 사용자가 파인더즈로 링크되는 시작점을 말한다. 흔히 말하는 개개인의 각기 다른 유저센터라고도 볼 수 있다. 게임 속 캐릭터의 상태를 볼 수 있고, 갖고 있는 아이템들과 스텟을 확인할 수 있으며 갖가지 설정들과 필요에 따라 소통이 가능한 문의처가 마련되어 있다. 또 종료할 때에도 무조건적으로 거쳐야 하는 공간이기도 했다. 파인더즈의 현실과 가상을 넘나드는 특성상 거대 기업들이 몰려들 수밖에 없는 구조였고, 이에 메이커는 일반적인 유저와 투자하는 투자자들, 그리고 교류 목적의 기업을 따로 나누어 아무리 같은 파인더즈의 세계를 살아가고 있다고 해도 각각의 유저마다 주어지는 권한도 다르게 관리했다. 그렇게 the CITY의 완벽한 복제 세계가 탄생한 것이다.
"인벤토리."
어제 미처 확인하지 못하고 링크를 종료시켰던 아이템을 확인했다.
| 사용아이템-[ 멸망의 에고아 상자 ] x1
: 덮개 없는 정육면체의 검은 상자.
아이템 목록: 지옥의 에고아 성수, 에고아 가루 10g, 눈먼 자의 전언, 슬라움 원석 x10, 지옥의 꽃 x6, 10,000 드라그, 100 훔
이 세계로 링크하는 방법은 바로 거울이다. 클라우딩 기술의 중심이 되는 게임기기라고 할 수 있다. 과거에는 거대한 크기의 캡슐에 몸이 들어가거나 안경 등의 헬맷을 쓰는 등의 가상 세계를 체험하는, 그러니까 몸은 가만히 있고 정신적으로 캐릭터를 움직이는 정도였겠지만, 클라우딩 기술을 바탕으로 세계를 현실에 덧씌울 수 있게 되면서 거울 속 보이는 또 다른 내가 파인더즈의 세계에 들어가는 시스템이다. 현실의 the CITY를 돌아다니면서 파인더즈의 세계를 탐험할 수 있다는 거다.
"멸망 등급의 에고아 상자인 것 같지..? 에고아 성수랑 가루, 눈먼 자의 전언은 퀘스트를 진행하기 위한 아이템일 테고, 강화재료 몇 개랑 재화 정도가 끝인가... 멸망 등급이면 몇 개 존재하지 않는 아이템인데, 보상은 짜네."
the CITY의 모든 도시민들은 각자의 집에서 클라우딩 기술이 적용된 거울을 사용하고 있다. 전신 거울이든, 탁상 거울이든 그 크기는 상관없다. 클라우딩 기술이 적용된 거울을 반드시 이용해야 된다가 아니라 애초 거울을 생산할 때 클라우딩 시스템을 의무적으로 넣어야 한다는 시민안전보장 특례법이 제정되었기 때문이다. CIS 국제연구센터의 입장에서는 도시를 더 안전하게 운영할 수 있고, 또 가상의 세계에 링크하기 위해 거울과 맞닿은 피부면을 통해 시민들의 건강 상태와 필요에 따라 간접적이긴 하나 의료진단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특례법을 통과시켰다. 시민들의 입장에서는 거울의 기능뿐 아니라 유리 디스플레이를 통해 의류 등의 제품을 미리 시착해 볼 수 있고, 자신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거나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서로에게 좋은 일이었다.
[ 멸망의 에고아 상자 ] 1개를 사용합니다.
획득 아이템: 지옥의 에고아 성수, 에고아 가루 10g, 눈먼 자의 전언, 슬라움 원석 x10, 지옥의 꽃 x6, 10,000 드라그, 100 훔 (강화재료 및 재화는 창고로 이동됩니다.)
안내에 따라 강화아이템-[슬라움 원석] 10개와 특수아이템-[지옥의 꽃] 6개는 장비창고로 옮겨지고, 1만 드라그와 100 훔은 재화 아이템이라서 인벤토리 한쪽 끝에 위치한 재화목록에 그 개수만큼 더해졌다. 그리고 아주 약간의 경험치로 레벨업에 가까워진다.
스토리퀘스트- 지옥의 계
[레카린]이 홀리어트 수녀원에서 당신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워프 불가]
"새로운 지역?"
퀘스트를 진행하기 위한 아이템의 존재로 다음 스토리로 이어지는 퀘스트 알림이 떠오른다. 어제까지는 현대구역에서 퀘스트를 진행했다. 하지만 워프이동이 불가능한 것을 본다면 현대구역이 아닌 다른 지역이라는 뜻이다.
파인더즈의 세계는 the CITY를 포함한 다양한 세계로 구성되어 있다. 파인더즈에서 이하 현대구역은 거의 대부분 the CITY를 뜻한다. 하지만 현실과 달리 파인더즈의 세상은 the CITY 밖으로도 나갈 수 있다. 메이커는 도시 밖을 나갈 수 없다는 생각에서 비롯해 게임의 몰입도를 올려줄 세계관을 창작할 당시 판타지 세계관으로써 다양한 세계를 만들었다. 도시 밖을 볼 수는 없지만, 갇혀사는 도시민들의 답답함을 풀어주기 위해 탐험의 요소로 the CITY의 만들어진 바깥세계를 만들어냈다. the CITY 안에서 이어지는 스토리도 꽤 방대한데, 이마저도 유저들 사이에선 튜토리얼이라고 불릴 정도면 탐험할 수 있는 세계의 규모가 굉장히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역을 이동하려면 방랑상인을 만나야 돼."
방랑상인을 찾기 위해 세계지도를 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