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나뜨 Oct 10. 2024

리셋.

원한다면 얼마든지

  휘이이잉, 휘이잉.

  백색소음과 함께 진지한 분위기의 어둡고 칙칙한 거대한 크기의 공간에 흰 가운을 입은 수많은 연구원들이 자신의 맡은 바 임무를 착실히 해내가고 있다.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것을 확인하면서, 각자의 결과를 기다리면서 말이다. 

  "특이점은?"

  "아직입니다. 어떻게 할까요?"

  "조금만 기다려보지."

  연구원들이 책임자의 말에 따라 움직인다. 


  책임자가 바라보고 있던 것은 그 큰 공간의 중앙에 위치한 원형의 거대한 판이었다. 마치 디오라마 같은 미니어처 같아 보이기도 한다. 그 안에서 홀로그램으로 이것저것 섞어 보기도 하고, 없애보기도 하고, 만들어보기도 하며 결과를 신중하게 기다렸다. 

  갑자기 어디선가 나타난 연구원이 책임자 곁으로 다가왔다.


  "책임자님, 이사회에서 확인서가 내려왔습니다."

  "무슨 확인서? 어제 다 보고 올린 것 아닌가?"

  "맞습니다. 어제 리셋 이후 결과보고서를 올렸습니다. 하지만 저도 의문이네요."

  "일단 줘 봐. 내가 확인해 보지."

  책임자가 한 연구원이 받아온 이사회의 확인서를 받아 든다. 일반적인 종이가 아닌 특수 물질이었다.


  "특이점 발생했습니다."

  "최소치는?"

  "태초기억입니다."

  책임자가 조용히 거대한 원형의 판을 바라본다. 심각하게 고민 중인 듯 보이는 그가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 판을 이곳저곳을 터치하며 홀로그램을 다뤘다.


  '스읍... 어떻게 해야 원하는 결과가 나올까...'


  어디인지 모를 이곳은 어느 곳도 아니다. 그 누구도 들어올 수 없고, 그 누구도 확인할 수 없는, 마치 보이지 않는 믿음이라고 해야 할까. 믿는다면 믿는 대로, 믿지 않는다면 믿지 않는 대로 상관없는 곳이랄까. 


  원형의 판 한쪽 끝에 홀로그램의 수치들과 함께 작은 문구가 보인다.



  "리셋 준비해. 이번에도 실패인 것 같다."

  "알겠습니다. 16,146,351차 연구 중단하겠습니다. 현재                 의 연구원들은 하던 일은 모두 중단하고, 리셋에 휘말리지 않도록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연구에 협력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닫힌 미래의 흐름에서 다시 뵙겠습니다. 3, "

  책임자의 준비 명령을 받은 연구원이 연구 중단과 함께 마지막 인사를 끝으로 카운트다운을 한다.


  "2, 1, 클리어!"


  리셋이 시행된다. 무엇에 대한 리셋일까. 원형의 판에 적혀있던 홀로그램의 'the CITY'가 자꾸 눈에 밟힌다. 설마 도시였던 것일까?




  도시의 하늘이 무겁게 내려앉는다. 검게 물든 구름, 마치 큰 비가 내릴 것처럼 먹구름이 몰려든다. 정신없는 도시사회 속 무언가 일이 일어날 것 같다.

  서서히 눈이 감긴다. 그리고 빨려 들어가는 느낌.




  "리셋 클리어. 16,146,352차 연구 시작하겠습니다. 현재                 의 연구원들은 배치된 좌표의 수치를 지속적으로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특이점 발생 시 보고해 주세요. 확인 후 책임자의 명령이 있기 전까지 그 어떤 조치도 불가합니다. 이번에도 성공을 바라며 연구 시작하겠습니다."


  휘이이잉, 휘이잉.

  백색소음과 함께 진지한 분위기의 어둡고 칙칙한 거대한 크기의 공간으로 흰 가운을 입은 수많은 연구원들이 자신의 맡은 바 임무를 착실히 해내기 위해 들어온다. 배치된 값을 바라보던 연구원들이 일제히 자신의 자리에 앉아 도시를 바라본다. 도시민들의 모습, 삶을 향해 뛰어다니는 모습, 사고가 나 처리하는 모습 등 각양각색의 도시민들이 보인다.


  "특이점은?"

  "아직입니다."

  "조금만 기다려보지."

  연구원들이 책임자의 말에 따라 정확하게 움직인다.


  '도시 프로젝트는 반드시 성공해야만 해. 언제까지고 같은 현재를 반복할 순 없어. 미래의 멸망을 막기 위해서는 반드시 성공해야 해.'


  갑자기 어디선가 나타난 연구원이 책임자의 곁으로 다가온다.


  "책임자님, 이사회에서 확인서가 내려왔습니다."

  "일단 줘 봐. 내가 확인해 보지."

  책임자가 연구원이 건네준 특수물질의 확인서를 받는다.


  책임자는 생각했다. 미래의 세계 멸망은 막을 수 없는 일이 아니었을까 하고. 신들도 막지 못한 그 종말은 어쩔 수 없지 않을까 하고. 하지만 이사회는 수천수억의 실패를 거듭하더라도, 시간선에 현재를 가둬버렸다. 계속 같은 시간선을 지나며 현재를 반복해서라도 종말을 미루면서 희망을 찾으려는 그들이 참으로 한심스럽다.


  "특이점 발생했습니다."

  "최소치는?"


  "그게,..."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의 연구원이 말하기를 꺼려한다.


  "최소치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뭐? 최소치가 존재하지 않아?"


  그리고 문을 열고 등장하는 의문의 누군가들.


  "찾았어요. 종말을 막을 시간을!"


  모든 연구원과 책임자, 그리고 이제껏 협력해 준 이전 시간선의 연구원과 수선의 책임자들이 일제히 그 누군가들을 바라본다.


  "리셋할까요?"

  "아뇨, 지금의 시간선에 존재해요. 이대로 계속 지켜봅시다. 지금의 책임자, 끝까지 잘 부탁드립니다."


  누군가들이 책임자에게 인사한다.


  "알겠습니다, 최소치가 존재하지 않는다니 일단 계속 지켜보도록 하죠. 종말의 해법을 찾았다고 하니 기다려봅시다."

  책임자가 열었던 리셋의 덮개를 다시 닫는다.







문화보존기구: 하늘구역

#예고 #주1회 #목요일 #사랑과응원~

작가의 이전글 응답 바랍니다, 여기는 라씨티오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