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오버로딩

과부하 001

하여튼, 가만히 있지를 못해.

by 라나뜨

나는 가만히 있지를 못한다.

뭔가 해야만 한다.


지금 나는 노인복지관에서 일을 하고 있는 중인데, 가만히 있지를 못한다. 선배들은 쉬엄쉬엄하라고 같이 할 게임도 추천받았고, 실제로는 같이 게임도 했다. 담당자님은 과장님으로부터 나만 일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한 소리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제발 어디 숨어 있으라고, 선배들도 있으니까 적당히 돌아가면서 하라고 혼(?)났다.

하지만.. 그러지를 못한다. 계속 주위를 돌아다니고, 분명 점심시간은 쉬는시간으로 보장 받는 시간인데, 나는 여전히 내 자리에 앉아서 회원분들을 돕고 있다. 물어보면 물어보는대로, 요청하면 요청하는대로, 하나하나 다 내가 맡아서 하고 있다.


제가 도울 일이 있을까요?


라는 말은 절대하지 않기 때문에 그렇다고 해서 내가 일을 찾아다니는 건 아니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뭔가 해야한다.

그래서였을까? 오늘도 나는 무언가를 했다. 아주 집중해서 말이다.




I 전문가


나는 어려서부터 손으로 만드는 것을 잘했다. 남자 아이치고 공룡보다는 만들기에 관심이 많았다. 자동차도 그다지 관심은 없었고, 로봇도 그다지.. 파워레인져나 어딘가에서 살아남기 만화책, 게임 만화책, 그리스로마신화, 와이, 공포만화책 등 전혀 관심없었고, 내게는 만들기 뿐이었다.

대표적인 것이 과학상자! 또는 레고!

나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실현시켜 줄 수 있는 것이었다. 레고는 설명서대로 한 번 만들어보고, 다시 해체해서 설명서 안 보고 만들어본 뒤에 또 해체해서 내 마음대로 만들어보는 거다. 그래서 레고 아키텍쳐 스튜디오를 구매하게 되었고, 좋은 경험이 되었다. 이후에는 조금 색다른 레고가 없을까 찾아보던 중에 테크닉 제품을 알게 되어서 너무 갖고 싶었다. 일반 레고는 그냥 쌓아 올리는 것 뿐이었다면, 테크닉 제품은 모터도 있고, 기계처럼 생겨서 나의 더 많은 아이디어를 실현시켜 줄 수 있지 않을까 상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싸서 사지는 못했다. 그래서 유튜브로 영상을 아주 많이 찾아봤던 기억이 있다.

가끔 DIY 나무입체퍼즐도 좋아했다. 아니면, 플라스틱으로 된 3D 입체퍼즐이라고 있었는데 그것도 좋았다. 조금 커서는 진짜 500피스, 1000피스 퍼즐도 좋아했다.

또 학교에서는 종이접기 선생님으로 유명했다. 하도 종이접기를 많이 접어서 선생님이 그만 접으라고 할 정도였다. 쉬는시간마다 다른 반 애들이 놀러와서 계속 종이만 접고 있으니 선생님 입장에서는 좋게 보일리가 없었겠지. 종이학 천 개도 접어봤다.


그러다가 고등학생이 되고, 미래 진학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뛰어 들게 되면서 미래 고민이 많이 되었다. 손으로 하는 거? 그림 그리는 것도 좋아했기에 미술로 마음이 굳어졌고, 결국 고2때 미술학원을 등록하게 되었다. 하지만... 취미반이었고, 입시반은 고3이 되어서야 결정했다. 그래서 입시가 힘들었다.

여튼, 내가 말하고 싶은 건 힘들었다는 것이 아니라 스트레스 해소가 필요했다. 뭐가 있을까? 하다가 결국 나답게 손으로 뭔가 하는 것을 찾았다. ㅋㅋㅋ 쉬는 것도 평범하지 못해. ㅋㅋ


바로 모델링 프로그램이었다.


어차피 애니메이션학과를 준비하고 있으니 학과 커리큘럼을 찾아보았을 때 2D와 3D 파트로 나뉘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많은 필요한 프로그램들이 있다는 것도 알았다. 그래서 음... 한 번 맛만 볼까? 라는 생각으로 구글에 검색했고, 찾아버렸다. 그렇게 나의 손으로 뭔가 하는 여정이 또 다시 시작되었다.


내가 직접하는 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도면 없이도 가위로 잘라서 입체적인 모형을 만들 수 있고, 디자인도 나름대로 한다고 생각한다. 미리캔버스 구독을 거의 3년 넘게 하고 있다. 용돈 받아서 생활하는 거에 비하면 구독료가 비싸긴 하지만, 그런데 너무 잘 쓰고 있다. 과제로 PPT를 만들어야 하거나 발표가 있거나, 작품의 표지를 만들어야 하는 등의 일이 있다면 너무 잘 쓰고 있다.

대학생들이 AI 기능을 이용하거나 템플릿을 이용한다고 하지만, 나는 거의 대부분 내가 직접 만든 디자인으로 파일을 만든다. 정말 시간이 없어서 템플릿을 써야 한다면, 내 스타일에 맞게 변형을 한다. 그냥 잘 한다기보다는 그냥 디자인에 드는 시간이 아깝지 않고, 내가 좋아하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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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보고 할 때 선교에 대한 인식을 조금 풀어주기 위해 여행 느낌으로 비행기티켓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미리캔버스에 템플릿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아마 내 스타일이 조금 더 들어가 바뀐 것이 있을 거다. 옆에는 기계수리공 표지다. 스토리에 문을 열고 나가는 부분이 아주 중요한 사건으로 작용해서 저렇게 만들었다.


뭔가 있을 법한 로고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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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전공필수에서 만화 세계관 발표때 SF장르였는데, 그때 만든 로고다.

CUCI(쿠시)는 우주협력연구도시의 의미를 담아서 뭔가 연구하는 느낌으로 디자인했고, ICRD(아이코드)는 CUCI 산하의 우주개발단체인 국제자원개발연맹이라서 우주로 도약한다, 로켓 발사! 그리고 지구의 고갈되는 자원 느낌으로 붉은 태양을 덮는 우주로 향하는 로케트 느낌, 친환경 개발 여러가지 담았다. 그때 당시만 하더라도 미리캔버스에서는 많은 기능을 지원하지 않았다. 지금은 배경도 없애주고, AI 기능도 있고, 직접 요소(디자인 템플릿)도 만들 수 있고 다양하지만, 그때는 없었기에 이 로고도 온몸 비틀기로 눈속임이 있었다.



I 초급자


그래, 손으로 하는 건 뭐든 할 수 있어. 그런데, 프로그램은 난생에 처음이네?


작업을 위한 프로그램을 다운받아 사용해 본다는 건 손으로 하는 것과는 조금 달랐다. 더 전문적이었고, 더 굉장했고, 더 알아들을 수 없었다. 유튜브에 찾아보아도 다 영어 뿐이니 뭘 알 수 있겠는가.


내가 선택한 첫번째 프로그램은 스케치업이었다.

지금은 무료 버전이 있는지 없는지 잘 모르겠다. 고등학생 때니까, 그때는 무료 버전이 있었다. 지금 다시 하려고 홈페이지에 들어가니까 무슨 뭐 라이센스? 그런게 생겨서 못했다. 어쨌든, 무료 버전이 있었으니 다운 받아서 천천히 하나씩 해봤다. 맨땅에 헤딩이라고 그냥 아무 버튼이나 눌러서 프로그램을 익혔다. 그렇게 만든 것이 바로 밑의 사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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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쿠키런 킹덤에 나오는 모듈을 만든 건데, 1번 이미지가 원본이고, 2,3번은 완성본 순서이다. 처음이라서 디테일은 못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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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쿠키런 킹덤에 나오는 모듈.


이걸 제대로 만져보고 싶어서 스케치업을 하려고 보니까 무료 버전이 없었던 것!


이후에 시간이 더 지나서 이제는 고3 입시 때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서 블렌더라는 3D 프로그램을 다운 받았다. 너무 어려웠다. 스케치업은 단순한 스케치용도라고 알고 있었기에 다행히 익히는 데에 까지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았지만, 3D 프로그램은 완전 어려웠다.

그림은 점과 선으로 이루어진 면, X축과 Y축으로 이루어진 입체 개념이 없는 2차원 도형이다. 하지만 3D 프로그램은 Z축이 추가되어 입체 개념이 존재하는 3차원 공간이었기에 작업자가 신경 써야할 것이 더 추가되는 셈이다. 2D 그림에서는 보이는 면만 그리면 된다. 물론, 부피감이나 실제, 원근감 등을 위해 뒷면도 예상하면서 그리기도 하지만, 3D 공간에서는 완전한 모양을 위해서 뒷면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애초에 3D 공간 자체가 캡쳐로 이미지만 출력할 거면 상관없지만, 모델을 움직이며 키를 줄 생각이라면 완전한 입체 도형이 필요하니까 더 어려웠다.

이 이미지는 블렌더로 작업한 내 첫 작품이다. 내가 그린 그림을 3D화 해보고 싶었기 때문에 정말 많은 시간이 들어갔다. 상상도 못할 정도로 많은 시간이 들어갔다. 어쩌면.. 입시보다 더 신경 썼을지도.. ㅋ.

처음이라서 부족한 부분도 많이 보인다. 곡선 만드는 방법을 몰라서 한껏 각진 모습이 굉장히 웃기다. 얼굴에 파란색 금이 그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게 반만 작업하고 미러로 반전시킨 부분을 본 모델과 합치는 방법을 몰라서 쪼개진 상태로 캡쳐한 거다.

이 이미지도 위의 것과 같은 모델인데, 이게 뭐라고 디테일에 힘을 줬다. 저 당시에는 움직이는 방법을 몰라서 안했는데, 나중에 입시가 끝나고 한 번 더 만져서 컨트롤링 가능하도록 관절 부분에 본을 심는 리깅 작업을 해서 컨트롤러를 움직이면 쥐었다가 폈다가 또는 개별 부위가 움직이도록 만들었다.

이것은 위의 로봇 모델 이후에 곡선 만드는 방법을 찾아서 만들어본 거다.


입시가 끝나고, 대학에 합격했다! 드디어 나는 조금 더 새로운 것을 할 수 있게 된거였다. 바로 하고 싶었던 오토데스크의 MAYA 마야 프로그램을 다운 받았다. 학생용으로 매년 갱신하면서 쓸 수 있는 버전이 있었기에 다운받았고, 대학에 입학하기도 전에 벌써부터 프로그램을 만졌다.


그때 만든 것이... 아마도 이것일 거다..

컨트롤러 작업을 한 것인데, 내가 만들고도 너무 기분이 좋아서 저 컨트롤러만 수시간을 왔다갔다 움직였다.





I 꽤 좋은 시작?


이 경험을 토대로 첫 전공 수업 때 아주 씹어먹었던 기억이 있다. 첫 과제로 비행기 만들어오기 였는데, 나는 판타지 비공정, 비행선을 만들었다. 교수님이 놀란 얼굴로 나를 쳐다봤던 기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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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재미있었다.

푹 빠졌던 시간이 너무 좋았다.


지금은 선교도 있고, 글도 쓰고, 출판도 하고, 일도 하고, 뭐가 많아서 신경 쓸 겨를이 없긴 하지만, 정말 가끔 내가 만든 것들을 돌아보기도 한다. 기록 남기는 것을 선호하기도 하고, 또 그에 맞게 사진 하나라도 다 보관하고 있기 때문에 자주 꺼내본다.


손으로 뭔가 만드는 것이 좋았던 나였다.



그때의 나 과부하였던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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