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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 Sep 20. 2020

하릴없이 거니는 산책의 기쁨

동네 산책 예찬

우리는 항상 바쁘고, 해야 하는 것들에 대한 목적과 이유를 종용받는다. 일을 할 때면 프로젝트의 계획과 또 그에 따른 성과가 있어야 하고 단순한 취미나 친교 모임조차 때로는 사회적으로 약속된 것들에 부합하는 것에 따라야 한다. 삶에 있어서 아무런 이유 없이 즐겨야 하는 것이 하나쯤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꽉꽉 채워진 스케줄, 미래의 걱정이나 계획 없이 가끔은 아무렇게나 보내는 시간 말이다.


나에게 있어서 이러한 것에 가장 부합하는 일은 바로 '산책'이다. 하는 일 없이 동네를 어슬렁 거리는 것. 정해진 시간도 해야 하는 이유도 가야 할 목적지도 없다. 그냥 발길 닿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어슬렁 거린다. 평소에는 빠른 길 아니면 편한 길로 다녔다면 산책할 때의 주된 코스의 선택은 '가보지 않은 길' 또는 '궁금한 길'이다. 효율성과 편리성은 고려되지 않으며 오직 나의 마음대로 이곳저곳 다니며 길이 막히면 다시 돌아 나와 가기도 하고 신기한 장소가 있으면 기웃거려보기도 한다. 


약속이 없는 주말이면 나는 가본 적 없는 지하철역을 하나 골라 내린 후 동네 주위를 어슬렁 거려본다. 별다른 특별한 것이 없을 수도 있지만 비슷해 보이지만 동네만이 가진 다른 정취가 나의 머릿속 반경의 지도를 늘려 주고 일상의 복잡한 마음들에서 잠시 벗어나게 해 준다. 다른 동네가 아닌 지금 살고 있는 동네조차 산책의 새로운 코스가 될 수 있다. 항상 출퇴근하던 길을 바꾸어서 다른 골목을 가본다던지 매번 방문하던 슈퍼마켓이 아닌 옆 동네 슈퍼마켓을 간다던지 또는 지름길이 아닌 둘레길로 괜히 빙 둘러서 걸어보는 것 또한 산책의 코스가 될 수 있다.


천천히 걸으며 주위를 찬찬히 둘러보면 언제나 빠르게 지나가서 보지 못하던 것들 발견할 것이다. 미처 보지 못한 새로 생긴 가게, 동네 공원에 피어있는 작은 꽃, 골목 끝에 있는 재미있게 생긴 조각상 등. 산책의 목적은 없다고 했지만 유일한 목적이 있다면 보지 못하던 것들을 발견하는 것. 오늘이 다 가기 전에 동네 한 바퀴를 어슬렁 거리며 산책 기쁨을 느껴보자. 




*산책하기 좋은 길이나 산책하면서 좋은 경험이 있다면 공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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