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곳은 어때요? 손목, 발목 말고도 아픈데는 없고요?
아, 저 손가락 마디마디가 많이 아픈데요.
사실 손가락 통증은 만삭일 때부터 계속 있었어요. 자고 일어나면 손가락이 너무 아파서 주먹이 한 번에 안쥐어지더라고요. 여러 차례 조금씩 주먹 쥐는 연습을 해야 겨우 쥐어졌어요.
그런데 요즘에는 훨씬 더 심각해요. 어느 정도나면..
어느 정도였더라.
그래. 손가락이 아파서 머리끈으로 머리를 묶지 못한다.
보통 두께의 까만색 머리끈. 이 국민 머리끈을 손가락에 걸면, 손가락 마디마디가 악 소리 나게 아프다.
그래서 아주 오래 전 올리브영에서 샀지만 영영 쓸 일 없어보여 선반 속에 쳐박아둔 두껍고 신축성 없는 머리끈을 꺼내 쓰기 시작했다.
한결 낫지만, 여전히 머리를 묶을 때 손가락은 아프다.
그리고 또 어느 정도냐면,
화장지 휴지를 한 손으로 뜯기가 어렵다.
고작 두 손가락으로 휴지 칸 사이의 얇은 경계선을 분리시켜 뜯어내면 되는 일인데,
이미 절제선도 박혀있는데,
그걸 아파서 못하겠다.
휴지를 뜯기 위해 두 손가락을 다른 각도로 살짝 비틀어야 하는 움직임. 그 짧은 움직임이 영 매끄럽지 못하다.
살면서 휴지를 뜯으려면 이 정도의 손가락 힘이 들어가야 한다는 걸 인지한 적이 있었던가?
누구라도, 이걸 인지하는 사람이 있긴 하나?
살면서 내가 머리끈으로 머리를 묶는 것을, 단지 손가락이 아프다는 이유로, 어려워할 것이라고 생각이나 해봤나?
이 모든 썰을 줄줄이 풀어내고 싶었지만,
신랑도 다른 대기 환자도 있는 한의원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휴지 뜯을 때도 통증이 느껴지더라고요.“ 라며 애매하게 웃는 것 뿐이었다.
아기를 낳고 나면 온 몸이 아플 것이란 얘기를 종종 들었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나는 “직접 경험하기 전엔 이정도일 줄은 몰랐어”를 반복하게 된다.
모유가 잘 도는 마사지를 받고 집으로 가던 중 강남역 지하상가로 내려가는 계단에서 무릎이 아파 그 자세로 한참을 서있었다는, 문득 서러움이 몰려와 엉엉 울었다는 언니의 말을 8년이 지난 이제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 누군가가 ‘아니 글쎄, 황당하게, 아기 낳고 난 후부터 손가락이 아파서 휴지도 못 뜯겠어요.’라고 말한다면 농담이 아니라 진심으로 듣고 공감해줄 수도 있겠지.
출산 40일 째.
붓기가 빠지지 않은 몸을 이끌고 힘겹게 한의원을 찾은 그날도, 내 손가락 통증은 영 가라앉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