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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현 May 22. 2016

숙취에 대한 이상하고 쓸데없이 전문적인 글

물토상태와 그에 따른 토의 4단 변화를 중점으로

※건강적신호 주의, 역겨움 주의※

  <술 마신 다음날 몸상태에 대한 분석 및 ‘물토상태’에 대한 고찰>

  - 토의 4단 변화를 중점으로

                                                                                                                  김 지현

서론
본 연구는 2년간의 대학생활을 기반으로 술을 과하게 마신 다음날의 고통스러운 숙취-물만 마셔도 토하는 이른바 물토상태-의 수없이 많은 반복으로 인해 이에 대한 진지한 고찰을 기반으로 시작되었다. 해당 논문은 전날 자신의 주량을 한 병 이상 초과할 정도로 술을 마신 상태-사람에 따라 주량이 다르기에 수치화하는 데에는 실패했다- 및 전날 밤 이미 한번의 구토를 겪은 상태를 전제로 한다. 술을 마시고 토를 하지 않는 이 혹은 술을 과하게 마시지 않은 이에게는 본 연구에 해당사항이 없다고 볼 수 있겠다.

술 마신 다음날은 알 수 없는 미슥거림과 함께 새벽에 눈을 뜨고 화장실로 향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앞서 언급했듯, 이미 저녁때 한번 혹은 이상의 구토를 겪었기 때문에 내용물은 거의 없다. 허나 알 수 없는 미슥거림으로 인해 억지로 토를 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이 때가 토의 제1시기다. 그나마 조금 남아있던 내용물들과 거품이 가득한 침으로 얽혀진 토사물을 내뱉게 된다. (이때 고개를 들어 거울을 보면 참담한 패배자의 얼굴을 볼 수 있다. 또한 다시는 술을 먹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겨우 속이 진정되었다고 생각하고 구토로 인한 갈증을 채우기 위해 냉장고에서 갓 꺼낸 시원한 생수를 벌컥벌컥 마신 뒤 다시 잠자리에 들려고 노력하는 상태가 지속된다. 하지만 속은 여전히 좋지 않기에 잠에 들 수 없다. 다시 화장실로 향한다. 이 때 토의 제 2시기가 시작된다. 좀 전에 마셨던 생수가 다시 나오며 노란색의 위액이 첨가된다. 오랜 연구 끝에 제 2시기는 꽤 오래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기에 그러하다. 즉 물에 대한 욕심, 갈증을 해결하려는 욕심인 셈이다. 이렇게 길고 긴 2시기가 끝나면 제 3시기에 돌입한다. 약간의 쓸개즙-거무튀튀한 색의 내용물. 이 액체가 쓸개즙인지의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불확실하다. 빠른 시일 내에 샘플을 체취해 병원에 가 전문가의 소견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 다만 여기서는 편의상 쓸개즙이라 명명하겠다-을 내뱉는 시기이다. 이 때는 갈증에 대한 욕심보다 몸상태의 악화에 대한 힘듬이 더 크기에 입을 헹구며 조금씩 수돗물로 기도를 적심으로써 갈증을 해결한다. 이 시기에 드디어 쓸개즙이 나왔으니 다행이라 생각하고 잠에 들 수 있을 거란 착각을 종종 한다. 허나 오산이다. 제 4시기가 기다리고 있다. 제 4시기는 억지로 한다고 해서 가능한 시기가 아니다. 시간을 갖고 찬찬히 기다려야 한다. 잠시 누워있다보면 약 10분뒤 여태까지와는 다른 참을 수 없는 메슥거림 현상이 나타난다. 그 때 바로 화장실을 가면 그 전까지와는 다른 멈출 수 없는 토가 시작된다. 그 전 시기들의 토는 낱개 묶음이었다면, 이 시기의 토는 토와 토의 연결고리인 셈이다. 시작하면 약 5~6회 정도의 쓸개즙 구토가 진행되는데, 이때 몸의 떨림-경련-, 장기가 나올듯한 쏠림, 기도가 막히는 느낌으로 인한 기침 등의 현상을 수반한다. 가장 고통스러운 시기이기도 함과 동시에 이 길고긴 물토현상의 끝을 알리는 행복한 시기이기도 하다. 4시기가 끝난 후 한숨 자고 일어나면 우리의 위는 평상시의 상태로 돌아온다.

결론
이 연구의 한계점은, 4시기가 끝난 직후 물을 마셨을 때 물토현상을 극복할 수 있는가에 대한 연구가 미흡하다는 점이다. 이 부분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려면 크나큰 용기가 필요하다. 행여나 이 4단계를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허나, 오늘 필자가 경험한 결과-끝난 직후에 대한 궁금증은 미해결이지만-잠을 자지 않고 3시간 정도 후에 물을 먹었을 때 1시기에 느꼈던 메슥거림이 다시 나타난다는 점을 발견했다. 이를 통해 물토현상의 극복에 있어서 잠이 굉장히 중요한 요인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해당 연구는 추후에 술을 마시게 될 때 이 글을 보면서 오늘 마실 술에서 내일의 토를 생각하라는 술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하는 것에 의의가 있다. 허나 인간은 똑같은 실수를 반복할 것이기에 나는 또 술을 먹겠지 하.


글/그림 by 김지현 #김지현프로덕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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