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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자이모 Aug 07. 2016

휴가, 더운데 왜 밖에서 고생하는 걸까?

여름이 처음으로 좋아진 이유

삼복이다. 이 더위가 지나면 가을이 올 것이다. 여름은 강렬하지만 짧다.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내며 사람을 곤란하게 했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쿨하게 떠나는 사람처럼.


만약 이 여름과 대화를 할 수 있었다면 꼭 이야기 해주고 싶다. 올해는 이상하게 네가 좋다고. 갑작스러운 비, 눅눅한 습기들, 얼굴을 찡그리게 만드는 땡볕, 습식 사우나 같은 열기. 이 확실한 계절감이 좋다. 그 때문인지 아직 집에서 에어컨 사용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열기가 오를 때면 얼굴에 물을 끼얹고 맨손체조를 한다. 땀이 나면 점점 몸이 시원해지는 느낌이다.  


휴가철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1주일을 넘게 휴가기간을 얻기 힘들기 때문에 가까운 곳을 선택하는 것이 보통이다. 국내나 동남아시아로 많이 가는 것 같다. 일련의 휴가를 보내는 사람들을 보면 풀리지 않는 의문이 머릿속을 맴돈다. '더운 날씨에 왜 굳이 밖에서 고생을 하는 걸까?' 나처럼 더위를 소심하게 즐기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라고 보기에는 더위가 주는 불쾌한 공감각이 너무 강하다. 그런 불쾌함을 즐기도록 인간이 설계된 것일까? 우리는 원래 불나방 같은 존재인건가?


'피서철' 이라고 불리는 것만 봐도 더위를 피한다는 의미일텐데, 가까운 계곡을 가더라도 실내에 있을 때보다는 더위에 노출됨으로 인해 생기는 위험이 더 클 것이다. 게다가 우리나라보다 더 더운 동남아시아로 피서를 간다는 이 아이러니함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모르겠다.


어렸을 때 '피서'에 대한 추억에서 답을 찾아보고 싶다. 여름방학이 끝나고 학교에 가면 팔과 다리가 까맣게 변해있는 아이들이 있었다. 대부분 가족들과 해수욕장을 다녀온 아이들이라는 것을 말하지 않아도 서로 알 수 있었다. 이밖에도 어렸을 때 '더위'에 대한 기억 중 하나는 빨갛게 익은 몸을 식히기 위해 감자를 붙여주던 엄마의 손이다. 선풍기 앞에서 수박 씨를 뱉던 기억도 있다. 아침에 잠에서 깨면 다리 양 쪽, 손바닥, 발바닥까지 모기 물린 자국으로 가득했던 기억들. 너는 몇 개 물렸네, 나는 어떻게 모기를 잡았네. 하는 모기 규탄의 장. 결국 힘든 시절을 함께 하도록 만드는 여름에 대한 기억들이 가장 큰 여름의 특징이었던 것이다.


조금은 힘들 수 있는 계절이지만 그걸 함께 싸우고 이겨내는 과정, 그 과정에서 함께 한 사람들과의 추억이 남기 때문에 우리는 여름에 휴가를 떠나는 것이다. 지금은 가족과 즐기기보다는 혼자의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더 많은 것 같다. 예전보다 도시에 모기도 줄어든 것 같고, 1인 가구의 증가로 수박 먹을 일도 예전보다는 줄어들었을 것이다. 반쪽 수박도 판다지만, 혼자 먹으면 맛이 없다!


어른이 되는 일은 이렇게 재미가 없다. 결국 나는 위에서 말한 변태같은 더위 피하기 방법을 터득해낸 것이다. 슬프다고 해야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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