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혼자떠난 부산여행
이놈의 코.로.나. 때문에 캐나다 방문계획은 파토났고, 예전부터 가고싶었던 부산여행을 미루고 미루다 혼자 다녀왔다.
오랜만에 서울을 벗어나는 기차여행이라 설렜다. 언젠가부터 내게 여행의 설렘과 감성을 더 증폭시키는 곳은 공항보다 기차역이 된 것 같다.
어릴때 계란까먹으며 게임하고 노래하며 가던 기차여행부터 유럽 배낭여행을 할때도 항상 낭만이 담겨있었다.
공항 역시 설렘이 담겼지만 당분간 못볼 사랑하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는 일이 많았던 공항은 언젠가부터 설레면서도 짠한 장소가 되었다.
이번여행에서 기차역, 기차역 안에서 바라본 풍경을 보며 떠오른 감정을 남겨본다.
기차역 풍경
오랜만에 서울을 벗어나서인지 설렌다.
같은 한국이어도 서울이 아닌 곳은 좀 다르겠지?
빨간지붕, 파란지붕, 초록지붕의 작고 예쁜 시골집들.
넓고 푸르른 들판과 초록초록한 나무가 많은 평화로운 곳에 있는 집.
저곳에 사는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살까? 어떤 일상을 보낼까? 공기 좋겠지?
병원이나 다른 볼일 혹은 서울에 모임올 일이 있으면 집에가기 불편하려나? 근처에서 일을 하는게 아니면 서울로 통근하기 힘들겠지?
그래도 집밖을 나설때 매연이나 빼곡한 빌딩과 자주듣는 경적소리를 마주하지 않아도 되겠다.
풍경과 검정배경의 차이
풍경을 보자니 평소에 보기힘든 논과 밭, 산을 보자니 아름답다.
평화롭고 어떻게보면 지루해보이는 그런 동네에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곳은 어떨까? 공기가 좋아보이고 동네가 고요해 보인다.
그러다 터널? 지하? 로 들어갈때마다 갑자기 풍경이 검정색으로 변한다.
검정색으로 변할때마다 들뜬 감성에서 신기하게도 자꾸 현실이 떠오른다. 어제한일, 다시 돌아가면 할일, 앞으로의 미래.. 그만 생각하고 머리좀 쉬자.
풍경과 낭만
한 할아버지께서 꼬깃꼬깃 기차표를 역무원에게 보여주며 어디로 가야하는지 길을 묻는다.
핸드폰 어플리케이션으로 뚝딱 예약, 결제를 하고 아무런 종이 없이 그저 몸만 기차에 올라탄 내 모습과는 다른 풍경.
심지어 게이트부터 열차에 올라탈 때까지 아무도 표검사를 하지도 않는다. 돌아다니며 다 자동으로 체크하는 거라곤 하는데 너무 오랜만에 기차를 타서인지 이 모든게 새롭고 신기했다.
할아버지께 인터넷이나 어플리케이션으로 예약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누군가가 없었을까?
요즘 키오스크나 여러가지 어플리케이션으로 해야하는 새로운 방식들이 넘쳐나고, 나도 따라가기 힘든데 어른들은 이렇게 빠르게 변화하는 하루하루가 어떨까?
괜히 짠한 마음이 들다가 든 생각. 어쩌면 직접 기차표를 끊는 게 오히려 할아버지껜 편리할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아무런 불편함을 느끼지도 않은 평범한 일상일지도.
나도 저렇게 기차표를 직접 끊거나 컴퓨터로 기차표를 인쇄해 오던 때가 있었지.
어느순간 편리함을 맛본 후로 자꾸만 더 빠르고 편리한걸 찾게되고, 그와 다르거나 그 과정에서 로그인이 한번 실패라도 하면, 원래 하던 거였을지라도 그런적 없었다는 듯 불평하곤 한다.
기차표를 버리지 않고 여행기록 파일에 고스란히 보관하며 좋아하던 그때의 나.
심지어 코로나때문에 실내 취식도 금지라 김밥이나 계란까먹는 감성조차 느낄 수 없는 최근이다.
아날로그감성. 레트로감성. 옛날감성, 그때의 낭만이 그리워진다.
출장
내 옆에 구두에 정장을 차려입은 한 여자는 출장을 가는건지 가는내내 바쁘게 노트북으로 뭔가를 한다.
최근 재택근무를 하고 한국에 와서 하고 있는 일은 외근이 없는 일이어서 저렇게 일을 위해 바쁘게 뭔가 몸을 움직인 적이 없는 것 같다.
음악을 들으며 그저 창밖을 바라보며 사진도 찍고 여유를 부리다 떠오른 과거의 나.
한국에서 지방으로 면접이나 외근가던 그때, 캐나다에서 출장을 다니며 비행기 안에서 열일하던 그때의 내 모습.
나는 변화를 두려워 하면서도 모험과 도전에 중독된건지 다르고 다양한 상황에 놓여질 때가 많다.
문득 몸은 좀 고단해도 열정적으로 바쁘게 다니던 내가 그립기도 하다.
영화
비닐하우스를 보니 영화 미나리가 떠오른다.
바닥에 떨어져 있는 명함을 보니 넷플릭스 오징어게임이 생각난다.
기차역에 군인들이 종종 보인다. 넷플릭스 디피가 떠오른다.
요즘 얼마나 넷플릭스랑 이것저것 많이 봤는지 나도모르게 이렇게 자꾸 연관이..
돌아오는 길의 풍경
여행은 내가 돌아올 곳이 있어 더 즐겁게 보낼 수 있고, '집'에 대한 소중함도 깨닫게 해준다.
여행을 다녀오면 집이최고다! 라는 말과 함께 씻고 푹 쉬듯이 말이다.
그렇다. 부산 영도에 도착한 순간 나는 잠시 영도에 살아보고 싶다는 상상을 했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 나는 집에 가고싶어졌다.
집으로 돌아가는 기차안에선 빨리 집에가서 푹 쉬고싶고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어졌다.
아.. 근데 내일 출근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