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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남지 씀 Mar 29. 2024

너에게 배운 예를 들면 고구마를 대하는 자세


평소에 너무나 좋아하던 작가님이었던 예예 작가님의 그림 에세이이다. 반려견 뭉게와의 따뜻한 일상과 생각들이 잘 담겨있는 책이었다. 나는 반려동물을 키우지는 않지만, 작가님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뭉게에 대한 사랑과 몽글몽글한 마음들을 잘 느낄 수 있었다. 어떠한 만남이든, 그 끝에는 늘 헤어짐이 기다리고 있다. 우리는 그 사실을 알고 있기에 더 소중하게 마음을 나눌 수 있지만, 막상 그 순간이 다가왔을 때는 마음 한편이 쓸쓸하고 아파진다. 책을 처음 펼쳤을 때, 프롤로그 부분이 너무 인상적이었다. 우주에 빗대어 표현한 마음에서, 뭉게를 먼저 떠나보내야만 하는 슬픔이 오롯이 잘 느껴져서 마음이 아팠다.

은하수에서 만나 서로를 알아본 한 사람과 작은 개는 토성을 닮은 우스꽝스러운 비행선을 타고 단짝이 되고 가족이 되어 찬란한 긴 여행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득한 우주의 시간에서 사람과 개가 함께하는 시간은 찰나와 같아서 사람이 눈치채지 못한 사이 어느덧 개는 긴 여행을 마무리 짓고자 했고 언젠가 먼저 우주선에서 내려야 했다.


늘 길에 지나다니는 강아지나 고양이를 보면,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라는 마음이 들 때가 있었다. 누구보다 걱정이 없어 보이고, 단순한 일에도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그 여유로움을 닮고 싶어졌다. 하루를 쉴 틈 없이 살아가다가 마주한 마지막에서는 왠지 모를 공허함만이 남곤 했다. 무엇을 위해 눈치를 보고, 나를 감추려 했을까? 아래의 문구가 너무나 공감이 되었다.

가끔 나의 처세에 깜짝 놀랄 때가 있다. 제멋대로인 괴팍한 어른이 되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까지 주변 눈치를 살피거나 행동하고 싶은 건 아닌데 가끔 과하게 나를 죽일 때가 있다. 왜 그렇게까지 과한 겸양을 떨고 나 자신을 깎아내렸을까. 당당히 자기주장을 굽히지 않으면서도 함께 있는 이를 기분 좋게 하는 뭉게를 닮고 싶다.

책을 읽는 내내 뭉게와 예예 작가님의 모습이 상상이 갔다.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뭉게구름을 닮은 뭉게와 그를 진심을 다해 사랑해주는 작가님. 그 마음이 담겨있는 문장과 그림들을 읽고 보면서 마음 속이 따뜻해지는 것만 같았다. 뭉게와 함께한 일상을 그린 그림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 안에 담긴 마음이 따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평소와 같은 일상들도 뭉게와 함께라면, 소중한 기억으로 남을 것 같았다. 작가님의 우주였던, 뭉게를 책을 통해 알게 되어 너무나 행복한 시간이었다.


나는 비가 들이치는 문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좋았다. 투둑투둑 지붕을 치는 빗방울 소리를 듣는 일도, 비 오는 날 나는 특유의 젖은 흙내음도 좋았다. 그 모든 순간이 뭉게와 함께여서 더 좋았다.

뭉게의 눈은 동그랗게 빛나고 체온은 데운 우유처럼 따뜻하고 털은 부드럽다. 발바닥에선 구수한 냄새가 난다. 뭉게와 함께 있으면 나는 온 우주를 가진 정복자가 된다.


뭉게라는 이름의 하얀 강아지가 있었다. 그가 있던 모든 시간과 공간이 찬란하게 빛났다. 그 안에서 나는 더할나위 없이 행복했다.

 <너에게 배운 예를 들면 고구마를 대하는 자세> 책을 협찬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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