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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autiPo Jan 18. 2019

[연극] "우리 어차피 조금씩 다 이상해"

대학로 연극 <톡톡>

아주 오랜만에 대학로 소극장에서 연극 <톡톡>을 보고 왔습니다. 객석 맨 앞줄에서 손을 뻗으면 무대가 닿을 만큼 객석과 무대가 가까워서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가 더욱 생생하게 다가왔습니다. 매력 넘치는 6명의 등장인물들에게 푹 빠져서 두시간 내내 깔깔깔 웃었는데, 막상 연극이 끝나고 나니 잔잔한 여운과 감동이 남았습니다.


연극 <톡톡>에는 6명의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이들은 각자 다른 강박증을 가지고 있고,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스텐 박사'의 상담실을 찾아갑니다. 그러나 '스텐 박사'는 비행기 연착으로 상담실에 나타나지 않고, 6명의 등장인물들은 '스텐 박사'를 기다리며 이야기를 나눕니다.


등장인물들은 첫모습만 봤을 때는 아주 정상적이고 평범해보입니다. 그러다가 이내 자신의 강박적인 모습을 드러내게 되지요. 


그들은 자신의 강박증을 떨쳐낼 수 없어서 괴로워하는 한편, 타인의 강박적인 행동을 비난하기도 합니다. 연극에서는 등장인물들의 강박증에서 비롯된 코믹한 장면들과, 스스로의 강박증에 고통스러워하는 등장인물들의 괴로운 모습이 교차적으로 보여집니다. 


그리고 연극의 말미에 가서는 자신의 강박증을 아주 조금씩이나마 이겨내는 모습을 보이고, 또 타인의 강박증을 부드럽고 포용할 줄 알게 됩니다. (스포일러는 아닙니다 ^^;)




'강박증'이라는 의료적 진단을 내리는데에는 물론 엄격한 기준이 있겠지만, 사실 우리 모두는 일종의 강박이나 남들과는 조금 다른 습관을 가지고 있지 않나요? 알고보면 우리 모두는 '이상한 사람들'일지도 모릅니다.


예컨대 저는 '달팽이병' 이 있습니다. 달팽이처럼 집을 지고다니는 증세(?)인데요. 무언가가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집을 나설 때 오만가지 물건을 전부 가지고 다닙니다. 


일정상 책을 읽을 시간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혹시나 중간에 어떤 일정이 취소되어서 시간이 뜰지도 모르니 책을 두어권씩 챙기는 식이지요. 그 외에도 여러 개의 신발, 노트북, 기초제품까지 모두 든 화장품 파우치 등등 엄청나게 많은 물건이 자동차 뒷자리에 실려 있습니다. 


사실 그걸 다 쓰는 일은 거의 없는데, 그냥 혹시라도 필요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챙기지 못한 날에는 불안한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차가 조금 지저분해지기는 하지만,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고 저 스스로도 크게 불편하지는 않아서 그러려니, 하고 삽니다.


그 외에도 남들이 입을 댄 음식은 먹지 않거나, 위생 문제로 공중화장실 이용을 꺼린다거나, 화장대에 놓인 화장품들을 항상 키 순서대로 정리해놓는다거나 하는 정도는 주변 친구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흔한 습관일 겁니다. 


저는  연극 <톡톡>에서, 남들과 조금 다르더라도 그 나름대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있음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상한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 서로의 이상한 구석을 조금씩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감싸주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예컨대 택시기사 '벵상'의 계산 강박증은, 신호등에 걸리지 않고 최단시간 내에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도록 구간별로 최적속도를 계산해낼 수 있는 능력이 되기도 합니다. 또 바닥에 있는 선을 밟지 못하는 '밥'을 위해 다른 인물들이 바닥에 징검다리처럼 책을 놓아주느라 열중하는 모습은 코믹하면서도 감동적입니다.


이상해도 괜찮아, 우리 어차피 다 조금씩 이상해, 그러니까 나 자신을 좀 더 사랑하고 다른 사람을 좀 더 사랑하자. 이것이 연극 <톡톡>을 보고 나서 제 마음에 남은 메시지였습니다.


연극 <톡톡>은 스토리가 아주 독특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특히 뚜렛증후군을 가진 '프레드' 역할의 배우 '오용'님!), 그리고 연극이 주는 따뜻한 메시지 덕분에 제게는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만한 좋은 공연이었습니다. 


연극 <톡톡> SPOT 영상  ☞ https://tv.naver.com/v/482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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