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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규 Jul 06. 2024

난 '급발진'이 진짜로 존재하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서울 시청역 역주행 참사, 진실은 무엇인가

나는 '급발진'이 진짜로 존재하는 줄 알았다.


때문에, 나는 지금 진심으로 분노스럽다.


그동안 인생을 살며 굉장히 많은 사람들에게 급발진이란 진정으로 존재하는 일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그런 경우도 있다고 믿었다. 게다가 직접 겪어 본 일로 착각했기 때문에, 진짜인 줄 알았다. 그러나 이제는 안다. 급발진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확률적으로 불가능하다. 한국인들이 이야기하는 급발진은 이 행성 그 어디에서도 발생한 바 없다.


급가속은 있었다. 아주 드물게, 액셀 의도에 비해 차량이 과하게 가속되는 경우는 있었다. 그러나 이 역시 결코, 0.00001%에도 미치지 못하는 사례다. 더 이상한 건 브레이크다. 한국의 급발진 주장을 살펴 보면, 이와 같은 극도로 발생하기 어려운 현상이 발생한 상황에서 하필 말도 안 되게 드물게 발생하는 브레이크 오류가 발생해 큰 사고가 난다.


더욱더 이상한 건 이 현상이 대단히 한국적인 현상이라는 점에 있다. 모두가 알고 있는 주지의 사실이지만 내연기관 자동차는 이미 완성된 기술이다. 그것도 수백 년에 걸쳐, 포드 시절을 시작으로 이 행성 전반에서 인간의 인지를 아득히 뛰어넘는 수준의 검증을 받았다. 이 행성에 내연기관 자동차가 없는 곳은 없다. 그런데 한국적 급발진, 그러니까 운전자의 의도와 무관하게 차량이 급가속하고 하필 그 상황에 브레이크까지 작동하지 않아 큰 사고가 발생한 일은 한국에서만 발생했다.


그렇다면 현대자동차그룹이 급발진 사고가 날 수 있는 위험천만한 차량을 판매하고 있는 걸까? 지난해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시장에서 730만2451대에 달하는 차량을 판매했다. 그들은 오랫동안 한국을 포함한 전세계에서 차량을 판매해왔다. 묻고 싶다. 그들이 어두운 의도를 가지고 오직 한국 시장에서만 위험천만한 차량을 오랫동안 판매해 왔을 가능성이 아주 조금이라도 있는가? 나는 현대차그룹의 주식을 1주도 들고 있지 않지만 그럴 가능성은 없다.


혹자는 유일하게 급발진이 인정된 사례가 있다며 토요타 리콜 사태를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 일은 이미 십수 년 전에 리콜이 끝난 일이며 토요타 측이 기소유예를 전제로 미 법무부와 사법거래를 한 일이다. 심지어 급발진이 인정된 사례도 아니었다. 특히나 한국인들이 생각하는 급발진에 해당하는 급가속과 브레이크 고장이 동시에 일어난 일은 더욱 아니었다. 액셀이 잠겨서 문제가 생긴 사례가 드물게 보고된 일이었다.


한국에서 지속적으로 주장돼 온 급발진 사례는 아무리 찾고 찾아도 한국에서만 찾을 수 있으며 전세계적으론 도무지 사례가 없다. 그렇다면 오직 한국만이 정상적이지 않은 국가라 급발진 가능성이 있는 위험천만한 차량을 지속적으로 판매하고 있다는 건데 이게 말이 되는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유럽은 수동변속기라 상황이 다르다는 반론이 나온다. 그러나 유럽연합의 핵심인 독일의 신차 중 자동변속기를 달고 나오는 차량은 2022년 10월 기준 66.4%에 달한다. 지금으로부터 24년 전인 2000년 당시의 독일 자동차 중 자동변속기를 단 차량은 19.6%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그러나 이처럼 이 행성 곳곳에 한국에서 유통되는 차량과 정확히 같은 차량이 유통되고 있음에도 한국적 급발진이라는 말도 안 되는 사고를 내는 차량은 한국에서만 확인된다.


과거의 급발진 주장을 살펴보고 하나하나 검증해 봤다. 과거에 '한문철 TV'에서 다룬 급발진 의심 사례 중 이런 게 있다. 경부고속도로를 달리던 기아차 '레이'가 급가속했으며 브레이크가 먹지 않았다. 이에 당황한 가족은 겨우 사태를 수습했다. 이후 가족은 기아차에 분석을 의뢰했다. 그러나 점검 결과, 기아차 측은 차량에는 그 어떤 이상도 없으며 EDR, ECU, ABS 등에 그 어떤 문제도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심스레, 이 일은 아무래도 운전자가 가속페달을 계속해서 밟은 결과 일어난 사건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문철 변호사는 내가 보기에도 이게 정말 저 가족의 쌩쇼인지 의문스럽다고 하며 방송을 마쳤다. 시청자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한문철 TV' 영상을 본 후 댓글을 살폈다. "기아 관계자 가족 태우고 저 쌩쇼 그대로 재연하면 인정한다", "운전자인 아버지가 설마 가족들의 목숨을 담보로 쌩쑈를 했다는 게 말이 됩니까? 기가 찹니다", "역시 제조사 대응은 예상했던 대로 운전자 과실로 몰고 있군요" 등의 댓글이 있었다.


이와 같은 댓글에 '5000명', '3700명', '3800명'이 공감을 표시했다. 만약 저 댓글들에 반론을 제기하면 몰매를 맞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이쯤 되면 이런 생각도 든다. 저 일은 정말로 의심스러운 사례인데, 나만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정말 이 행성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한국적 급발진이란 게 존재하고 저 가족은 운 좋게 사고를 피한 걸까?


그렇다면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 있었던 차량에서 결함이 발견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 차량은 다른 모든 레이 차량과 동일한 상태였으며, 사건 이후 다른 곳에서 비슷한 상황이 재현됐다는 이야기는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저게 착각이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인간에게는 집단의 믿음을 자신의 믿음으로 수용하는 습성이 있다.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 급발진 의심 주장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진실처럼 확산된다. 때문에 내가 직접 겪어보기 전에는 나도 한국적 급발진이 어딘가에 있는 줄 알았다.


나는 한국적 급발진 사건을 겪은 일이 있었다. 4년 전 일이다. 어느 날 운전을 하던 중 차량이 말을 듣지 않았다. 당황해서 브레이크를 밟자 차량은 되려 급가속했다. 극도의 공포감이 밀려왔다. 너무도 당황스러워 정상적인 판단이 안 됐다. 그때부터 브레이크와 액셀이 있는 곳을 발로 차기 시작했다. 수십 번 찼다. 이후 다시 한번 브레이크를 밟자 브레이크가 밟혔고, 다행히 차량은 멈춰섰다.


이 사건 이후 한동안 운전이 공포스러웠다. 내 차량에 특별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 이유는 한국 전반에 확산된 급발진 음모론 때문이었다. 그때처럼 큰 사고가 날 수도 있으며 내 차량에는 급발진 이슈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얼마 뒤 사건의 진실을 알게 됐다. 당시의 나는 어딜 가든 슬리퍼를 신었다. 차량에 탑승한 후에는 슬리퍼를 벗고 운전을 했다. 나중에 비슷하지만 위험성이 덜했던 일을 겪고 알았다. 내 슬리퍼가 똑바로 선 채 브레이크 아래 끼어, 브레이크를 천장을 향해 밀고 있었다. 그렇다, 지난 사건 당시 나는 브레이크가 그 위치에 없자 액셀을 브레이크로 착각했다. 그럼에도 차량이 가속되자 극도의 공포감을 느끼고 정상적인 판단을 하지 못했다. 이게 사건의 전말이었다.


이것은 나만의 일이었을까? 결코 그렇지 않다. 실제로 자신이 급발진 피해를 당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중 상당수가 운전석의 이물질이 브레이크의 움직임을 막은 상황에서 액셀 페달을 브레이크 페달로 착각했다.


최근에 있었던 역주행 사고 직후부터 페달 블랙박스를 달자는 주장을 많이 봤다. 한국적 급발진 의심 사건 중에 이런 게 있었다. 운전자가 사고를 낸 후 급발진을 주장했다. 이 차량에는 페달 블랙박스가 설치돼 있었다. 이에 운전자는 자신의 억울함이 풀리겠다고 생각했으나 페달 블랙박스를 보니 운전자가 브레이크가 아닌 액셀을 밟은 게 명확히 확인됐다. 이건 아주 흔한 일이다. 사건 당시 20대 중반의 어린 나이였던 내가 직접 겪어 봐서 안다. 나 역시 내가 브레이크를 밟았음에도 차량이 가속된 상황에 놓였다 느껴 공포스러웠다.


만약 한국에 페달 블랙박스가 의무화되면, 급발진 주장은 사라질 것이다. 왜냐면 급발진을 주장하는 모두가, 급발진은 위험한 일이라는 주장을 언론을 통해 접한 후 이를 사실로 믿고 지신이 처한 상황에 대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시 말하지만 인간에게는 집단의 믿음을 자신의 믿음으로 수용하는 습성이 있다. 어느 순간 본말이 전도되기도 한다. 급발진이라는 한국사회의 유행어가 자신의 실수를 눈치 못 챈 사람에게 이게 급발진이구나, 라는 확신을 준다.


그리고, 슬프게도 이와 같은 상황에서 인간은 정상적인 판단을 하지 못한다. 당황하면 평소와 달리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을 서슴지 않고 한다. 브레이크와 액셀이 있는 곳을 계속해서 발로 찬 내 행동이 정확히 그랬다. 사건 당시 나는 왜 그토록 큰 공포감을 느꼈을까? 한국적 급발진에는 그 어떤 근거도 없음에도 한국언론들이 마치 그것이 진짜로 존재하는 것처럼 지속적으로 잘못된 보도를 하며, 진실을 알리는 일에 집중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도 그걸 당하고 있다 여겼다.


이번에 9명의 목숨을 앗아간 사고를 보자. 언론은 이번에 사고를 낸 차씨가 '베테랑 운전자'라며 1974년 이래 약 40년간 운전대를 잡았다고 했다. 이와 같은 보도는 마치 운전경력이 안전을 보장해 준다는 주장으로 들린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나를 포함한 우리 모두는 늙으며 인간의 인지 능력은 어릴 수록 빼어나다. 이것은 과학이다. 게다가 그는 무사고 운전자도 아니었다. 지난 6년간 6건의 사고를 냈다. 즉 그의 운전은 안전하지 않았다.


사건 직후 전문가들은 대부분 같은 의견을 냈다.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의 이호근 교수는 사건 직후 급발진으로 볼 여지가 없진 않다고 했으나, 이후 여러 정황을 보니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단언했다. 유연대 경찰소방행정학부 엄경웅 교수는 처음부터 급발진일 가능성은 없다고 했다.


그러나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자동차 명장 박병일씨는 급발진일 가능성도 있다면서 그 가능성이 무려 70%나 된다고 했다. 그는 여러 전문가들과 의견을 달리했다. 그러면서 G80의 특수성을 거론했다. 그 차량은 이상하다고 했다. 과연 그럴까? G80은 지난 2023년, 단 1년 사이에 4만3236대가 판매됐다. 사건을 일으킨 피의자는 해당 차량을 6년 전에 구매했다. 이미 G80 차량은 한국에 수십만 대 이상 유통된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차량에는 원래 문제가 있었고, 이게 가해 운전자의 특수한 상황에 극단적으로 드라마틱하게 안 좋은 영향을 줘서 이와 같은 참사를 일으켰을까? 박병일 명장은 자동차 정비 관련 일을 아주 오래한 관계로 명장이 됐지만 그는 정비 전문가다. 그의 대단한 커리어를 존중하지만 그는 한국적 급발진을 판단할 만한 전자장치 관련 지식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다. 그는 해당 차량이 리콜 대상이었음을 지적했으나, 리콜은 이미 완료된 상황이었다. 그러자 이제는 리콜에도 불구하고 수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문제가 남아 있을 거라는 음모론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 우주의 기운이 그 운전자의 행위를 합리화하는 것 같다. 나는 박병일 명장이 어떤 마음인지 잘 안다. 인간은 9명의 생명을 앗아간 충격적 사건을 접할 때, 가해자가 명백한 악이거나 혹은 명백히 억울한 피해자이길 바란다. 그래서 사건 직후 두 음모론이 성행했으며 박병일 명장은 후자에 편승했다.


전자에 해당하는, 아내와 싸우다가 확김에 이와 같은 참사를 냈다는 주장은 그가 차라리 명백한 악이길 바랐다. G80 차량에 완전한 오류가 있어 그가 엄청나게 낮은 확률임에도 말도 안 되는 사고에 휘말렸다는 주장은 그가 명백한 선이길 바랐다.


둘 다 틀렸다고 생각한다. 그는 브레이크를 액셀로 착각했을 것이며, 차량의 가속에 당황해 액셀을 더욱 격하게 밟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 무척이나 빠르게 대형 사고를 냈다. 주차장에서 사고 장소까지의 거리는 김현정씨의 주장처럼 이렇다 할 생각을 할 수 없는 거리였다. 사고 발생 후 정신을 못차리는 와중에 차량이 멈췄고, 그 자신조차도 이번 일이 한국적 급발진이라 믿었다. 나는 이게 사건의 전말이라고 생각한다.


피의자는 첫 경찰조사에서 일관되게 급발진을 주장했다. 직접 운전하지 않았으며 그의 발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알 수 없는 아내도 마치 그런 듯 이야기를 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여파로 9명이 죽었다. 바꿔 말하면 피의자는 9명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 피의자에게 이 일은 급발진이어야만 하며 결코 자신의 착각이어선 안 된다.


그러나 다시 말하지만 한국적 급발진은 없다. 이것은 마치 선풍기를 튼 채 잠들면 사망할 수도 있다는 한국형 음모론에 불과하다.


지난 2010년부터 2024년 5월까지 한국교통안전공단에 접수된 급발진 의심 신고는 793건이었다. 그러나 이중 차량 결함으로 인한 급발진 사건은 없었다.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의 이호근 교수는 이번 사건도 목격자의 증언 등을 종합하면 급발진보다 운전자의 착각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묻고 싶다. 이번 일이 진정 지난해에만 4만3236대 판매되었으며 현재도 수십만 대가 매일 같이 도로 위를 달리고 있는 G80 차량의 결함 때문이었을 거라고 믿는가?


나는 도저히 그렇게 생각할 수 없다. 그러나 김현정의 뉴스쇼와 같은 괜찮은 방송에서도 해선 안 될 주장을 생각의 차이인 것처럼 대중에게 제시했다. 이 사안에 대한 정확한 전문성을 갖지 못한 사람을 초청해 마치 한국적 급발진이 존재하는 것과 같은 분위기를 만드는데 일조했다. 여러 언론도 피의자의 운전경력을 언급하며, 부부싸움이 없었음을 언급하며 이번 일은 좀 이상하다는 듯한 여론을 조성하고 있다.


이 모든 게 사실이려면 현대자동차그룹은 정말 대단한 곳이다. 국과수와 수많은 국내 검증기관을 다 조종하고, 대한민국을 배후에서 움직이며 한국적 급발진 인정을 막아 온 무서운 기업이다. 제조사를 향한 일부 시민의 주장에 조금의 진실성이라도 있으려면 현대차는 대한민국 법원을 완전히 조종하고 있으며 지방법원, 고등법원 및 대법원 판사들을 움직여 자신들에게 유리한 판결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러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법정구속되는 나라에서 현대차그룹이 그와 같은 일을 벌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어리석은 음모론자다.


언론은 급발진이 인정된 건은 없었다고 보도한다. 마치, 실제론 있지만 검증이 어렵다는 식의 주장으로 들린다. 더 직설적으로, 한국형 급발진은 선풍기 사망설과 같은 음모론이라 지적하지 않으면 이 어처구니 없는 논쟁이 끝나지 않을 것 같다. 9명의 사망자를 낸 피의자의 주장을 이렇게까지 특필하는 나라가 이 행성에 이곳 외에 또 있을까 싶다.


일본 에도시대에 '신쥬(心中)'라는 단어가 있었다. 사랑하는 관계인 연인이 동반 자살하는 행위를 마치 아름다운 일인 것처럼 미화해 낭만을 부여한 단어다. 이 단어가 유행하자 '실제로' 동반 자살하는 연인이 급증했다. 그러자 에도막부는 이 단어 사용을 금지했다. 그러자 놀랍게도 실제로 자살이 줄었다.


언어의 광범위한 '유통'이 얼마나 무서운 힘을 갖는지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급발진이라는 단어가 유행하자, 실제로는 액셀을 브레이크로 착각해 참사를 일으킨 피의자마저 자신이 급발진의 피해자라고 진지하게 믿고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그는 액셀을 밟았고 이를 브레이크로 착각해 질주했다.


이 과정에서 심지어는, 인지부조화가 발생한다. 인간은 특정 사실이 자신의 선입견 및 신념과 모순되면 혼란을 느낀다. 그 결과는 합리화다. 진실 혹은 사실을 인정하지 않기 위해 말이 안 되는 주장을 받아들이거나 진실을 외면한다.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한국의 누적등록 자동차는 2594만9000대였으나 오직, 그 차량만이 전세계 그 어디에서도 발생한 바 없는 한국적 급발진의 피해자라 생각한다. 왜냐면, 브레이크와 액셀을 착각했다는 어이없는 이유로 무려 9명이 고귀한 생명을 잃었다는 사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확신한다.


2594만9000대의 차량 중 그 차량만이 급발진 사고를 낸 후 놀랍게도 안정적으로 정차했을 리는 없다. 사고 경력 많은 60대 후반의 운전자가 액셀을 브레이크로 알고 밟은 후, 이게 먹히지 않자 더 쎄게 밟아서 대형 참사를 냈을 가능성이 유력하다.


나는 나무위키를 좋아하지 않지만 그곳을 보니, 한국의 급발진 의심 사례 11건과 급발진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 사례 25건이 있었다.


한국적 급발진 의심 사례 11건과 가해 운전자들의 연령을 나열해 보겠다. 나 역시 나이가 들 것이며, 노인혐오의 의도는 없다.


1. 부산 싼타페 급발진 의심 사고(운전자 나이 : 64세)

2. 그랜저TG 급발진 의심 사고(운전자 나이 : 65세)

3. 코나 일렉트릭 급발진 의심 사고(운전자 나이 : 64세)

4. 티볼리 급발진 의심 사고(운전자 나이 : 75세)

5. 티볼리 에어 급발진 의심 사고(운전자 나이 : 68세)

6. EV6 택시 급발진 의심 사고(운전자 나이 : 66세)

7. 벤츠 S클래스 급발진 의심 사고(운전자 나이 : 62세)

8. 부산 시내버스 급발진 의심 사고(운전자 나이 : 50대)

9. 투싼 급발진 의심 사고(운전자 나이 : 66세)

10. 서울 G80 급발진 의심 사고(운전자 나이 : 68세)

11. 국립중앙의료원 급발진 의심 사고(운전자 나이 : 70세)


이 사고들은 진정, 2594만9000대의 한국 등록차량 중 억울하게 극적으로 한국적 급발진이 발생한 사고일까?


'티볼리 에어 급발진 의심 사고'는 안타까운 사고였다. 할머니가 운전한 차가 사고를 낸 결과 손자가 사망했다. 그러나 이 사건을 급발진으로 볼 근거는 없다. 국과수 EDR 분석 결과 브레이크 작동은 없었고,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았음이 확인됐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이는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며 운전자는 68세였다. 그러나 운전자 측은 국과수 주장에 반발하며 "어떻게 30초 동안이나 가속페달을 (브레이크로 착각해) 밟았을 수 있느냐"고 했다. 20대 중반 시절의 내가 해본 일이라, 참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 일의 전말을 이해하는 일은 쉽다.


국과수에서 교통사고 분석을 해온 박성지씨가 그의 경력이 20년에 달했을 때 <한겨레>와 인터뷰를 가진 일이 있었다. 그는 '급발진을 주장하는 사고 가운데 자동차 결함으로 인한 급발진은 얼마나 된다고 보십니까?'라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10건 가운데 9건가량은 운전자가 가속페달을 밟고 있었던 경우입니다. 졸다가 깬다든가, 어떤 차가 끼어든다든가, 갑자기 놀랄만한 상황이 벌어진 다음 차가 튀어나가는 사례들인데 운전자들이 브레이크를 밟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가속페달에 발이 올려져 있었던 거죠. 운전자가 갑자기 놀란 경우, 내 발이 지금 무엇을 밟고 있는지 의심해 봐야 합니다."


묻고 싶다. 대한민국 국과수는 세계관 최강자인 자동차 제조사들에게 매수당해 완전히 잘못된 판단만 내리고 있는 부패한 기관인가. 국과수의 교통사고 분석 담당자들은 모두 뇌물에 취해 완성차 업체들에게 관리되고 있는가.


소설 <셜록 홈즈>의 명대사를 인용하며 글을 마친다.


"불가능한 것을 제외하고 남은 것이 아무리 믿을 수 없는 것이라 해도 그것이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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