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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ntyi Knony Sep 08. 2017

미백치약! 꼼꼼하게 살펴보기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친절한 미백치약 이야기

심심할 때 SNS를 들여다보면 미백치약 광고가 자주 등장한다. 집에서 간편하게 할 수 있는 특성 때문에 인기도 제법 많은 모양이다. 종종 친구들이 내게 미백치약이 정말 효과가 있는지를 묻는다.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사용후기가 주를 이루는 인터넷 광고글이 오히려 미백효과 여부를 의심케 하나보다. 미백치약을 직접 사용한 적이 없는 나로서는 질문을 던진 지인들에게 미백치약이 가진 원리와 사용할 때의 주의점 정도만 설명할 뿐이었다.    


치약으로 미백 작용이 가능할까?  

치아 변색은 아주 작은 크기의 색소처럼 외부에서 발생한 요인 그리고 치수 손상에 의해 발생한 적혈구나 신경치료 중에 투입된 약제의 분해물과 같이 내부에서 발생한 요인이 치아 표면을 둘러싸고 있는 법랑질과 상아질에 침투하여 침착이 강하게 되었을 때 나타난다. 다양한 성분이 혼합된 상태가 되면서 치아에 투여된 빛도 복잡한 형태로 반사된다.   


일반 치약에는 보통 20~40% 비율의 마모제가 포함되어 있다. 마모제는 치아가 본연의 역할을 하게 하는 일등 공신이다. 거친 입자로 이루어져 있으며, 치면에 마찰을 일으키면서 법랑질 혹은 상아질 자체를 미세하게 벗겨내어 치면과 결합된 세균막이나 변색 요인을 해체한다. 마치 sandpaper로 나무를 힘을 주어 문지르면 나뭇결이 삭제되면서 거친 면이 부드러워지는 것처럼, 치면에 치약을 묻힌 칫솔로 양치질을 하면 물리적으로 치아가 미세하게 삭제된다. 마모제 입자의 크기는 직경 20um를 기준으로 한다. 입자의 크기가 클수록 마모 작용이 활발해지고 더불어 치면에 묻은 세균막을 제거하는 능력도 증가한다. 만약 입자의 크기가 1um 정도이면 같은 물질이라도 마모제가 아닌 광택제로 분류한다.     


치약에 따라 포함된 마모제 입자의 크기와 종류는 서로 다른데, 이 사실은 '상아질 마모도’ 개념이 등장하게 된 배경이 된다. 소비자들은 상아질 마모도에 근거하여 자신이 가진 치아 상태를 반영한 적절한 치약을 선택할 수 있다. 마모가 심한 치아를 가진 사람은 상아질 마모도가 상대적으로 작은 치약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평소 치면에 치태가 자주 붙는다는 느낌을 가지는 사람은 상아질 마모도가 큰 치약을 선택해야 한다. 

비교 상아질 마모도 (출차: 구강용품관리론, 김용일, 2016년)


치약 성분이 가진 화학 작용 능력으로도 미백이 가능하다. 강력한 산화제인 과산화수소와 과산화요소가 주인공인데, 두 물질은 치과의사가 수행하는 전문가 미백치료에도 직접 사용된다. 산화제는 다른 물질에게 반응성이 큰 산소나 변화무쌍한 전자를 제공하는 물질이다. 전자를 받은 물질은 불안정해지면서 얽매여있던 결합을 스스로 해체하여 돌아다닌다. 화학적인 미백작용은 산화-환원 반응을 토대로 이루어진다.  


파란색 원으로 표시한 것이 라디칼이라고 하는 불안정한 물질(산화제)이다. 라디칼은 치아 내부로 침투하여 변색 요인에게 전자를 제공해 준다. 졸지에 강제로 전자와 결합하게 된 변색 요인은 불안정해지면서 치아에서 이탈된다. 치아 성분이 점점 균일해지면서 난반사도 적어지고, 우리 눈은 치아가 미백되었다고 느낀다.       



제품 꼼꼼하게 살펴보기! 

내가 직접 온라인 광고로 접했던 두 제품을 예로 들고자 한다. 우연에 기초한 선택이었음을 미리 밝힌다.

표시성분 사항만 주목해보자. 탄산칼슘, 이산화규소는 마모제로 쓰이는 대표적인 물질이다. 그밖에 산화알루미늄, 메타인산 나트륨, 무수 인산칼슘, 수산화인회석도 마모제로 사용될 수 있다. 다른 표시성분이 없는 것으로 보아 물리적인 미백작용을 원리로 삼는 치약인 듯하다. 비교적 큰 크기의 입자가 미세하게 법랑질을 벗겨내 미백효과를 만들어 낼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알란토인은 여러해살이 풀인 캄프리나 밀의 싹에서 추출한 천연 물질이다. 보통 피부 재생에 도움을 주므로 화장품에 많이 사용되는데 치약에도 포함되기도 한다. 식약청은 치약 제조 표준규정에는 알란토인 및 알란토인의 유도물질, 초산토코페롤 등등을 치은염 완화와 예방을 가능케 하는 물질로 인정한다. 이 치약을 사용하면 치은 및 치주 조직 재생을 활성화하는 효과도 덤으로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제품은 이름만 봐도 ‘아! 화학적으로 미백 작용하겠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35% 과산화수소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35% 과산화수소는 실제 치과 미백치료 시 사용하는 물질이다. 치과미백치료 중에서 집에서 환자가 할 수 있는 치료(home bleaching)도 있는데 이때 처방하는 약물이 5% 이내의 과산화수소 혹은 10~15% 과산화요소임을 고려하면 제법 높은 농도가 사용되었다. 35% 과산화수소는 양날의 검이다. 치과에서도 조심조심 쓰는 물질이다. 미백효과는 분명 좋겠지만 국소적인 점막 자극 및 손상을 주의해야 한다. 치아 목부분이 흡수되거나 부식이 될 수 있음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한편 이치약에는 토코페롤 성분,  카렌듀라엑스처럼 치은염 완화와 예방에 도움이 되는 물질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35% 과산화수소수가 유발할 수 있는 조직 손상을 보상하려는 목적으로 사용된 듯 싶다.




치약을 치면을 세척하는 단순 치아세정제로 여기면 곤란하다. 치약도 약이다. 다른 약물처럼 사용이 엄격하게 제한되지는 않지만, 치약마다 적응증과 금기증이 명백히 존재하며, 치약을 많이 사용할 경우 부작용도 분명히 있다. 특히, 심미성 향상을 목적으로 굵은 입자를 가진 마모제 혹은 강력한 힘을 가진 산(acid)이 첨가된 미백치약은 부작용이 일반 치약보다 더 크다. 물리적이든 화학적이든 치아가 원래 가졌던 구조와 틀을 변형시키는 것은 분명하다. 태어날 때부터 법랑질과 상아질 형성이 약해 치질이 튼튼하지 못한 사람, 잇몸이 다소 내려앉은 사람은 미백치약을 구매하기 전에 치과의사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 특히 흡연을 하는 사람은 미백치약 사용을 특히 주의해야 한다. 담배 성분에 포함된 발암원이 라디칼과 함께 있으면 위험하다는 보고가 있다.


웹상에 업로드된 후기를 보면, 미백치약을 사용한 지 열흘만에 크게 효과를 봤다는 말이 많다. 이것을 보고 미백치약을 사용하기 전에 변화에 대한 큰 기대나 욕심을 가지면 안 되겠다. 미백을 한 직후에는 치아에서 물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실제보다 밝게 보이는 경향이 있다. 또한, 미백에는 포화점이 있어 일단 극적으로 미백이 된 후에는 점점 변화 정도가 감소한다. 초기의 변화를 재현하고자 과량으로 미백 치약을 사용하는 어리석음은 피하자. 치과에 전문적인 미백치료가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에서, 미백치약은 부가적인 방식이라는 것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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