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찐으로 어른이 되었다고 느끼는 때는 요즈음이다. 대체 언제부터 나는 진짜 어른이라고 불릴 수 있는 것인지 한참을 고민해 보아도 아직 명확한 판단이 서지 않는다. 시기적으로 학교를 졸업한 이후로 나는 어른이 되었던 걸까 그게 아니면 내가 나를 포함한 책임지기 시작한 시점부터 나는 어른이 되었다고 할 수 있을까?
그렇게 따지면 타의적으로 너무 빠르게 어른의 단계에 들어선 사람들이 억울할 것 같기도 하다. 그냥 스무 살 이후부터는 어른인 건가? 그래서 모든 어른들이 너무 일찍부터 어른으로 불리어서 제대로 된 진짜 어른 역할은 아무도 하지 않고 이 모양 이 꼴로 세상이 돌아가고 있었던 건가!?(…)
요새 스스로 어른이라고 생각에 사로잡힌 것인 독립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직장을 다니면서 경제적으로 독립하게 되었지만, 여전히 부모님의 주거지에서 방 한 칸을 차지한 채 살아온 세월이 너무나도 길다. 그 안온함에 빠져있다 보면 계속해서 조금만, 조금만 더 있자고 나약하게 속삭이기 마련이다. 관성에 젖은 생활패턴과 가족과의 관계도 십 대 시절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지어다.
그래서 요새는 종종 직장과 본가 주변 어딘가를 슬금슬금 보고 있다. 근처에서 약속이 있으면 그전에 시간을 내서 동네를 슬렁슬렁 산책하는 정도다. 이 동네에서 살아보면 어떨까 상상하면서 나의 일상을 새로운 공간 속에 담아본다. 근처에 부담 없이 다닐만한 공원과 도서관과 수영장이 그리고 요가원이 워킹디스턴스에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이렇게 속도가 느리다 보니 당장 독립하기는 글렀다. 늦어도 내년 초에는 어딘가에 살아볼 결심을 해야지, 그리고 그전까지는 부지런히 탐색해 보아야지 하는 정도다. 이렇게 나는 또 어른이 되는 순간을 유예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독립의 순간은 결국 오고 말 테고, 나는 그때 가서 어떤 어른의 모습이 될지 준비해야 할 것이다. 사실 독립보다 중요한 건 바로 어떤 어른이 될 것인지 찾아내는 것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