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은 자주 변하지만 사람은 잘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우선 나 자신이 매우 그러하다. 나의 취향이나 성격, 말투는 매우 어릴 때 형성된 그 모습 그대로이다. 나 자신부터가 그러하니 남들 또한 바뀌지 않을 거라고 막연하게 판단하게 된다.
바뀌지 않는 나의 모습은 내가 쓴 글을 읽으면 알 수 있다. 아주 가끔 학창 시절에 썼던 일기를 다시 읽을 때가 있다. 엄마와의 갈등에 대해 쓴 글을 발견했는데, 그 당시 대화의 내용이 몇 마디 적혀 있었다. 그리고 놀랍지 않게도 십여 년 전 대화는 바로 엊그제 했던 대화와 전혀 다를 바 없었다. 엄마의 말에 반응하는 나의 반응 패턴은 정말 그대로였다.
그렇다면 나는 앞으로도 계속 변함없이 그대로인 사람일 것인가, 하면 또 답답해지곤 한다. 이렇게 영원히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바뀌지 않는 스스로의 모습에 자괴감에 빠졌다가 또 잊고 살아가기를 반복하고 말 것인가 하면 말이다. 내가 좋아하지 않는 내 모습이 뭉게뭉게 떠오른다. 나는 우유부단하고, 중도포기의 대가이고, 미루는 경향이 있으며, 또 뭐가 있더라?
할머니가 되어서도 전혀 성장하지 못한 채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나의 미래를 상상하고 섬뜩해질 때면, 내가 바뀐 순간을 조금씩 채집해 본다. 과거의 나는 달리기를 싫어했는데, 지금의 나는 달리기를 좋아한다. 10대의 나는 100미터 달리기도 힘들어했는데, 30대의 나는 21km도 달려보았다. 형편없던 운동 능력이 향상되었듯이 보다 더 나아질 수 있다는 믿음, 내게 필요했던 것은 바로 그 믿음이었다.
사실 찾아보면 증거는 좀 더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수만 개의 일을 그중 끝까지 완료한 단 하나의 일에 대해 떠벌리기를 매우 좋아하는 편인데, 그중 하나는 꽤 오랜 시간 매주 일요일에 브런치 올리기 약속을 지켜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점점 늦어지고 있음에도 가까스로 완수해내고 있으니까, 바뀌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나 자신의 모습도 바뀌고 있는지도 모른다 정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