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inaland Nov 17. 2024

기대와 실망 사이

오래간만에 다시 일기를 쓰고 있다. 오늘도 또 무슨 이야기를 쓰지! 내가 쓴 일기를 살펴보았다. 한참을 읽다 보니 내가 쓴 일기의 상당 부분 기대한다는 문구로 마무리가 많이 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똑같은 일상에 뭘 또 기대하는 걸까 나는.


이는 생에 대한 나의 태도를 내포하고 있다. 나는 항상 무언가를 기대한다. 내 주변의 누군가가 달라지기를 기대하고, 내일의 일상이 달라질 거라 기대하고, 무엇보다 나 자신이 오늘보다 나아질 거라고 기대한다. 무언가를 기대한다는 정서는 내가 내 삶과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인 것이다.


이런 기대는 안타깝게도 실망과 좌절을 내포한다. 차라리 기대하지 않았으면 실망할 일도 없을 터인데, 기대해 버렸으니 어쩔 수 없다. 실망도 오롯이 받아들여야 할 수밖에. 만약 내가 사람이 바뀌지 않는다고 생각했으면 누군가 여전히 달라짐 없이 무례한 태도로 일관한다 하여도 크게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오가는 대화를 통해 나의 진심이 전해질 거라는 믿음으로 타인의 변화를 기대해 온 입장에서는 그 변하지 않음은 좌절과 실망으로 이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번 기대하는 나는 살아남기 위해 실망하지 않고 다음을 또다시 기약하는 법을 연습해야 할 것이다. 기대가 좌절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좌절로 이어지기 전에 작은 실망들을 통해 마음을 단련하면서.


사실 이러한 나이브한 태도와 맹목적인 희망은 현실을 제대로 진단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나 또한 스스로에게 가장 우려하는 부분 중 하나다. 그럼에도 이러한 태도에 희망적인 부분이 있다면 청사진을 그려낼 수 있다는 점이다. 지향점이 명확하다. 약간 혹은 많이 못 미치는 곳에서 멈춰 서긴 했지만, 나는 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가고 싶은 곳이 어딘지를 알고 있다.


그러니까 오늘도 역시나 저기까지 가지 못했어도 내일은 한 걸음 더 가보기로 기대해 본다. 기대하는데서 나아가 노력해 보기로 한다. 바뀌지 않는 한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이니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