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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려놓기 Jul 26. 2016

남미의 가장 가난한 나라

라파즈 2015년 7월 15일

남미에서 천연자원이 가장 풍부한 나라이지만 가장 가난한 나라이다.

가난한 사람들은 더 높이 더 높이 올라 삶의 보금자리를 마련한다.


볼리비아는 남미에서 원주민의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이며 유일하게 원주민 대통령을 뽑은 나라이다. 300년의 스페인 식민 시대를 끝내고 남미를 해방시킨 영웅 '시몬 볼리바르'의 이름을 따서 국가의 이름을 지었다. 그런 볼리비아의 실질적 수도가 '라파즈'다. (헌법상 수도는 수크레)


볼리비아 하면 처음 떠올리게 되는 것은 체 게바라다. 혁명을 꿈꾸던 그가 쿠바, 콩고 공화국을 거쳐 마지막으로 향했던 곳이 볼리비아의 밀림이었고, 동료들과 함께 죽음을 맞이한 곳이다. 라파즈의 초입에는 체 게바라의 동상이 놓여있다.


그리고, 실제 볼리비아에는 '체의 길'이라고 하는 여행 코스가 있다. 볼리비아의 한 정당이 체의 발자취를 역사적 의미가 담긴 여행 코스로 만들자고 제안하며 생겼는데, 우습게도 체 게바라를 죽였던 볼리비아 군 당국이 이 제안을 지지했다.


'체의 길(Ruta del Che)은 체 게바라가 1966년부터 1967년까지 게릴라 부대를 이끌었던 난카우아수 지역과 그가 죽음을 맞이했던 라이구에라, 그리고 그의 시체가 공개되었던 바예그란데 등 체의 행적을 느낄 수 있는 곳들이다. 전체의 여정은 약 800km나 된다.


프랑스의 철학자 사르트르가 ‘20세기를 살았던 가장 성숙하고 완벽한 인간’이라고 칭송했다. 세상을 바꾸려던 혁명가로 그리고 저항의 아이콘으로 기억되는 사람이다. 하지만 이 볼리비아에서 체의 길은 그리 즐겁지도 가슴 뛰지도 않는 그의 마직막 길이다. 그런 길을 걷고 싶지는 않다.


볼리비아는 남미에서 천연자원이 가장 풍부한 나라이지만 가장 가난한 나라이다. 1825년 독립 이후 계속 반복되어온 군사 쿠데타로 정부가 200번 가까이 바뀌었다. 시의 중심인 무리요 광장에는 대통령 관저를 비롯하여 정부청사·국회의사당 등의 건물과 대성당, 대학, 호텔 등이 있다. 


하지만 수도 중심의 호텔도 건물들이 철골을 그대로 드러낸다. 조악한 붉은 벽돌들이 장식의 끝이다. 거리에는 쓰레기가 가득하고 좁은 도로에 있는 도무지 살 것이 없는 노점들이 마트, 편의점을 대신한다. 낡은 차들이 뒤엉켜 있고 독한 매연으로 목이 아파온다.


가난한 사람들은 이 가난하고 높은 도시에서도 더 높이 더 높이 올라 삶의 보금자리를 마련한다. 4,000m의 고지에도 빈민가가 들어서 있다. 이 도시의 가장 유명한 관광지는 킬리킬리 전망대이다. 도시 전체를 조망할 수 있어 라파즈의 야경을 보는 곳이다. 4,000m의 언덕배기까지 끝없이 빼곡하게 이어지는 집들에서 새어 나오는 전등 불빛이 이 도시의 볼거리다.


원주민어로 '큰 형'이라는 뜻인 6,402m의 설산 일라마니 너머로 해가 지면 산동네의 작은 집들이 하나 둘 불을 켠다. 그 골목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이 있고 해질 무렵 저녁을 지어 놓고 아이를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울릴 것이다. 누군가 그 전등 아래 모여 앉아 도란도란 저녁을 먹고 하루의 이야기를 나누며 미래를 그릴 것이다.


별로 기억하고 싶지는 않지만 자주 생각나는 곳이 될 듯하다. 택시강도, 사기, 마술이 결합된 어리바리한 연극에 더 어리바리한 건장한 한국 총각 3명과 늙은 총각 하나가 눈 뜨고 휴대폰 등 전자제품과 크지 않은 돈을 털렸다. 


코파카바나에서부터 따라온 여자 한 명과 경찰, 군인, 택시기사로 가장한 일당의 가짜 검문에 멍하니 당했다. 물품을 검사하고 다시 넣는 것을 두 눈을 뜨고 지켜보았는데 택시를 내리고 확인하니 감쪽같이 사라졌다. 여권과 카드 등은 그대로 두었고 택시비 하라는 것인지 남겨둔 소액권의 돈에 감사해야 했다.


스페인어를 쓰는 경찰들과 거의 소통되지 않는 대화를 통해 폴리스 리포트를 받았다. 라파즈에서도 가장 위험하다는 전자상가를 방문해서 휴대폰을 사고, 느리고 느린 인터넷으로 앱을 깔며 심난하게 지냈다. 하지만 총각 4명에게는 각각 조금의 거짓말을 덧붙인 모험극 같은 에피소드로 기억될 것이다.


라파즈의 일정은 그렇게 지나갔다. 가장 유명한 볼거리라는 킬리킬리 전망대의 야경도 데스 로드의 자전거도 그들을 유혹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남미에서 가장 맛있다는 한국 음식점 '코리아타운'의 한 끼 식사와 소주 몇 잔으로 모두 '기분 전환 끝' 외치며 새로운 도시로 출발한다.


미녀와 야수 모드는 일주일 전쯤에  끝나 미녀는 피해 없으니 안심하시라. 지금은 냄새나는 총각들 4명이 모인 짐승들 모드다.


야경이 예쁘다는데 케이블카를 타지는 않았다. 메데진의 확장판이다.
대통령 궁
대성당
대성당의 시계는 거꾸로 간다.
프란시스코 광장 - 광장 뒤편으로 산꼭대기까지 가득한 집들이 보인다.
행사가 있는지 페레이드가 요란하다.
곳곳에 그래피티들이 보인다.
볼리비아에서 죽음을 맞은 체의 그림도 많다.
마녀 시장이라고 불리는 곳
죽은 야마들의 박제도 보인다.
기념품들
저 약들의 효능은 뭔지? 효과는 있는지? 궁금하다.
운동화도 닦는 꼬마
숙소가 대통령궁 옆이라 항상 이 통로를 지나야 했다. 시위가 한창이다. 좌파든 우파든 조작된 것이 아니라면 모든 시위는 존중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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