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내려놓기 Jul 26. 2016

어디를 가나 사람 사는 곳이다.

티티카카, 이스라 델 솔 2015년 7월 13일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의 호수 '티티카카'와 그 안의 섬 '태양의 섬(Isla del Sol)'

어디를 가나 모든 곳이 사람 사는 곳이고 다시 돌아 올 누군가를 기다리는 곳이다.


페루와 볼리비아의 국경 지대에 '티티카카'라고 불리는 커다란 호수가 있다.  호수의 서쪽은 페루, 동쪽은 볼리비아에 속한다. 면적이 제주도의 4배 크기가 되고 최대 수심 281m, 평균 수심 107m로 남미 최대의 담수호이다. 호수면의 해발 고도가 3,810m로 배가 다니는 호수로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티티카카 호에는 바다에 접하지 않는 볼리비아의 해군이 있다. 내륙국 볼리비아와 해군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은 바다를 둘러싼 갈등에서 비롯한다. 볼리비아는 태평양과 접해 있는 아타카마 사막 지역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칠레와의 전쟁으로 19세기 후반 아타카마 사막은 칠레의 차지가 되었고, 볼리비아는 바다를 접하지 않는 내륙국이 되었다.


티티카카(Titicaca) 호의 이름에서 ‘Titi’는 퓨마(puma)를 의미하고 ‘caca’는 회색이라는 뜻으로 티티카카는 ‘회색 퓨마’를 가리킨다. 미국의 유인 우주선 제미니 8호가 찍은 위성사진의 호수를 거꾸로 보면 퓨마가 토끼를 좇는 모습을 닮았다 한다. 그러나 인간이 우주로 나가기 전부터 잉카 인들은 이 호수를 티티카카라고 불렀다. 호수 주변에 퓨마들이 살았고 잉카 인은 아메리카 대륙의 최상위 포식자인 퓨마를 힘의 상징으로 숭상하였다. 


넓은 면적의 호수인지라 그 호수 안에는 36개나 되는 섬이 있다. 그중 하나는 '태양의 섬(Isla del Sol)'이라 불린다. 잉카인들의 전설에는 우주가 처음 만들어지던 때 이 호수가 생겨났고, 잉카의 초대 황제인 망코 카팍이 이 태양의 섬에서 태어났다. 잉카 이전 시대에는 '파카리나(모든 것이 태어난 장소)'라고 불렸던 곳이다. 


실제 티티카카 호의 섬에서 남미에서 가장 오래된 미라가 발견되었다. 잉카인들은 그 미라가 잉카의 창건자 망코 카팍과 그의 여동생이자 아내인 마마 오크요라고 믿는다. 잉카인은 사람이 죽으면 하늘나라로 갔다가 다시 태어난다고 믿어 시신을 태아가 자궁에 앉아 있는 모습의 미라로 만든다. 


4,000m 고지의 찬바람을 느끼고 아무런 공해가 없는 깨끗한 곳, 처음 자연의 그 모습 그대로를 느껴본다. 바다처럼 커다랐고 아름다운 호수의 풍경과 함께 하는 태양의 섬의 북쪽 끝에서 남쪽 해안 마을까지 3시간의 트래킹도 즐기고 처음으로 남반구의 은하수도 대면했다. 


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아마 하루 2~3번 왕복하는 호수 안 섬들의 유일한 교통수단인 배 안의 풍경이 될 듯하다. 섬 안의 공사를 위한 시멘트를 포함한 모든 생필품들이 실려 들어가고 섬 안 주민들이 생계를 위해 시장에 팔러 가는 농작물들을 싣고 나간다. 심지어 관광객들이 먹었을듯한 빈 맥주병들도 돈으로 바꾸기 위해 모두 실려 나간다. 


시장 가는 아주머니, 작은 돈이겠지만 가족을 위해 돈벌이를 나가는 아저씨, 나들이 가는 처자들까지 모두 곱게 차려 입고 나선 듯하다. 그리고 남은 가족들은 섬 밖에 나섰던 가족이 돌아올 시간을 기다릴 것이다. 어디를 가나 모든 곳이 사람 사는 곳이고 다시 돌아 올 누군가를 기다리는 곳이다.


휴대폰을 또 잃어 잠시 인터넷 되는 동안에 자동으로 업로드된 사진 몇 장만 남았다. 아름다운 호수와 3시간이 넘게 걸으며 느꼈던 태양의 섬의 풍경이 모두 사라졌다. 볼펜 하나를 선물하고 친해진 아이, 외국인이 낯설어 몰래 우리들의 사진을 찍던 젊은 처자의 사진도 사라졌다. 더 귀중한 것들은 더 갖기 어려운 것인가 보다. 


티티카카의 일출
티티카카의 일몰
태양의 섬을 들어가는 항구인 코파카바나의 대성당
아르마스 광장 - 스페인 점령지의 마을 중앙 광장은 대부분 아르마스 광장이다. 아르마스는 무기라는 뜻으로 주민들이 중앙광장에서 무기를 만들거나 정비하던 것에서 유래했다.
코파카파나의 재래시장
한국 드라마가 이곳에서도 인기다.
항구의 주민들의 여유로운 오후
호수 안의 섬들을 왕복하는 배들이 떠날 시간을 기다린다.
배 안에서는 카드놀이가 한창이다.
독특한 모습의 모자 - 원주민 아낙들은 모두 이 모자를 쓴다.
너무나 투명한 티티카카 호수
쿠스코의 대사관이 파업으로 폐쇄되어 비자 발급을 위해 들렀던 뿌노의 볼리비아 대사관 - 영사 아저씨가 무척 친절하다.
호수와 태양의 섬 풍경이 아쉬워 여행 중 만났던 일행의 사진을 몰래 빌려(?) 올린다. 사진 안에 적힌 블로그를 방문하면 더 많은 사진을 볼 수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태양의 도시, 공중 도시, 그리고 잃어버린 도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