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타 2015년 7월 23일
아르헨티나에서 가장 치안이 안정적인 도시이다.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물가에 서민들의 생활은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
안데스 산맥 서사면에 위치한 아르헨티나 살타 주의 주도이다. 지명은 인디언 어로 '돌이 있는 장소' 또는 '편안히 쉬는 장소'라는 뜻이다. 오래전부터 아르헨티나에서 볼리비아, 칠레, 파라과이 사이의 교통을 잇는 역할을 했던 도시이다. 인근에 유전이 있어 정유·철강 등의 공업이 발달하였고 아르헨티나에서 가장 치안이 안정적인 도시이다. 그런 이유로 아르헨티나에서는 상당한 부촌으로 알려져 있다.
남미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에게 듣는 Tip 중 하나는 달러를 가지고 가라는 것이다. 남미 국가 중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나라는 공식 환율보다 암달러 환전이 훨씬 유리하다. 그런 대표적인 나라 중 하나가 아르헨티나이다. 그리고, 이 곳 살타는 아르헨티나 내의 타 지역에 비해서 환전이 유리한 곳 중 한 곳이다.
‘훤한 대낮에 암거래를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은 기우다. 암달러상들은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들에게 “캄비오(환전)”를 외치며 접근한다. 화폐가치 급락과 외환 보유액 부족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 아르헨티나 사람들에게는 자국 화폐인 페소화에 대한 신뢰도 정부가 위기를 극복할 것이란 믿음도 없다.
'달러화를 갖고 있으면 이익'이라는 생각이 퍼져 공식 환율의 1.5배 이상에 거래가 된다. 아르헨티나를 들어오기 전 들었던 암달러 시세는 13.5페소였다. 살타의 마을 중앙 광장을 거닐면 암달러상은 쉽게 만날 수 있다. 암달러상이 먼저 14페소를 이야기한다. 이 곳은 달러를 가진 사람이 이기는 흥정이다. 500달러를 한 번에 바꾸겠다고 하니 15페소까지 올라간다.
이미 이 곳은 암달러상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여유 돈이 있는 대부분 사람이 암달러상인 상황이다. 그들은 바꾼 달러를 '도매상에 팔거나 집에 보관한다'라고 한다. 페소화 가치가 계속 떨어질 것이기 때문에 달러화를 갖고 있는 것이 이익이 된다. 공식 환전소는 이제 손님이 없다. 공식 환율은 ‘달러당 9페소’ 정도였다. 암달러상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라면 1.5배 이상 손해를 보면서 공식 환율로 바꿀 이유가 없다.
부자들은 달러를 집이나 해외 은행에 보관한다. 아르헨티나에는 정부의 외환보유액보다 훨씬 많은 달러가 가정집 침대 밑에 있다고 알려져 있다. 2001년 디폴트(채무불이행) 때 정부가 강제로 달러 계좌를 동결한 후 정부와 은행을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다.
10년마다 한 번꼴로 위기를 겪었던 아르헨티나이다. 지금 아르헨티나 정부가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사람들이 지금까지 여러 차례의 경제 위기를 겪으면서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지를 알게 되었고 그대로 행동하고 있을 뿐이다.
가랑비가 내리더니 계속 흐린 날의 살타이다. 추위에 시달리던 지난 얼마간의 일정을 겪고 조금은 따뜻한 곳에서 그냥 푹 쉬고 간다. 가까운 산책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가만히 있다 보니 머리 속이 번잡해진다. 그동안 되도록 아무런 생각 없이 지내려 했는데 생각이 나를 앞서려 하는 것이 돌아갈 때가 가까워졌나 보다.
살타는 도시의 이름처럼 '편안히 쉬는 장소'이다. 살타의 음식과 와인이 좋다. 최고급 레스토랑의 와인을 곁들인 스테이크를 만원 이하에 즐길 수 있다. 공식 환율에 비해 많은 페소를 받다 보니 낭비벽이 커진다. 암달러 환율의 급격한 상승은 물가에도 영향을 미친다.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물가에 아르헨티나 서민들의 생활은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