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상기(想起)이자 여러분의 환기가 되길 바란다.
브런치를 시작했다.
사실 이 매거진(이라고 말하기도 민망한 잡문이지만)을 연재할지 말지, 꽤 오래 고민했다. 나라는 인간은 태생이 소설 외의 글을 못 쓰는 사람이니까. 청탁받은 소설도 아닌 에세이를 꾸준히 쓸 수 있을까 고민스러웠던 것도 사실이다. 여태 내 능률을 깎아먹었던 가장 큰 이유는 잘 써야 한다, 제대로 써야 한다, 재미있게 써야 한다 따위의 부담이었다.
근데 뭐, 생각해 보니 각 잡고 쓸 필요 있나 싶더라. 내가 지금까지 썼던 글은 외로움을 없애 주는 고급 애인대행업자(이건 외로움살해자)나 불을 뿜는 방화범에게 얼굴이 타 버린 노숙자(저건 발화광), 한국판 고담시티의 형사(이건 다시 만천)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누가 봐도 힘을 빡 줬을 것 같은 스릴러나 느와르. 그 안에는 미도 있고 형진도 있고 민구도 있었으나 나는 없었다. 조각조각 분절돼 주인공들에게 뿌려진 윤 모 씨의 파편 정도가 있을까.
물론 떡도 먹어본 놈이 잘 먹고 에세이도 쓰던 놈이 잘 쓴다. 주구장창 자기 소설만 적던 출판작가의 썰이 얼마나 재미있겠냐는 소리다. 하지만 그럼에도 할 말이 있을 것 같긴 했다. 쓸 이야기가 생각날 것도 같았다. 사랑 얘기, 출판 얘기, 글 쓰는 얘기, 오늘 먹은 저녁식사랑 내일 있을 강연 얘기, 2018년의 소설가란 직업은 과연 직업별 연봉 앙케이트에서 200만원을 넘길까 하는 얘기. 미와 필과 형진과 민구가 아니라 내 이야기. 어쨌든 남의 일기장은 훔쳐보는 재미가 있지 않나.
그러니 이 공간이 쓸 만한 아지트가 되기를 바란다. 때로는 아늑한 북카페처럼, 때로는 책과 맥주가 있는 작은 펍처럼, 나의 상기(想起)이자 여러분의 환기가 되길 바란다. 조금 욕심을 내 발행이 기다려지는 글을 쓸 수 있다면 더없이 좋겠다. 에세이를 쓰든 부잡스러운 일기를 쓰든 대중소설가의 본능은 여전한 법이다.
그럼, 오늘보다 더 재미있는 글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