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장에 간 남자들>은 어딘가 본 듯한, 익숙하면서도 또 새로운 영화다. 나는 아마도 <풀몬티>와 같은 영화를 연상한 것 같다. '벼랑 끝에'선 남자들이 오도 가도 할 수 없는 처지가 되었을 때 이들이 다다를 수 있는 곳은 수영장이었다. 그리고 이 남자들은 그곳에서 희망을 길어 오르고 새로운 꿈과 미래를 그려낸다. 우연한 기회에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다는 점에서 좌절의 끝에서 희망의 끝까지 가는 긴 여정을 그리는 여느 스포츠 영화와 비슷하다고도 할 수 있겠다. 아무튼 나처럼, 왠지 어디선가 비슷한 영화를 본 것 같은데 하는 기분을 느낀 사람이 적지 않을 것 같다. 그런데 <수영장에 간 남자들>이 식상한 영화라고 할 수는 없다. 아마도 나처럼 이런 익숙한 기분은 이 영화를 만든 사람들도 예상했을 것 같다.
프랑스 태생의 <수영장에 간 남자들>은 프랑스 코미디 영화 특유의, 만담 같으면서도 일상적인 맥락 안에서 의외의 웃음을 터뜨릴 수 있는 깨알 같은 재미를 정말 쉼 없이(그냥 하는 말이 아니다. 진짜로) 많이 심어둔 영화다. 실제로 프랑스인들의 삶이 일반적으로 이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작정한 코미디라기보다는 실제로 저런 방식의 이야기와 즐거움을 많이들 나눌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이쯤 되면 이 영화의 역할은 우리가 예상하는 것 보다도 더 많이 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적당한 즐거움과 클라이맥스의 희열만 생각하고 보고 있다가, 그런 클라이맥스까지 채 가기도 전에 어떤 기분 좋음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간에 '스포츠 영화'의 어떤 형태롤 취하고 있는 이 희망적인 <수영장에 간 남자들>은 예상대로의 (혹은 예상보다는 과분한) 결말을 이끌어 낸다. 여기까지 오기까지, 그러니까 좌절의 끝에서 희망의 최고로 높은 곳까지 오기까지 어떤 눈물의 순간도 있었을 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런 순간들의 극적인 대비를 굳이 끌고 오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좀 더 현실적인 공감을 위하여 사소하면서도 일상적인 갈등의 순간들이 소소하게 나올 뿐이다. 어쩌면 일상을 사는 우리들은 이에 더 비슷한 것 같다. 이 영화의 결말까지 현실을 닮은 것 같지는 않지만... 하지만 그저 그런 일상 속에서도 우리는 커다란 희망을 기대하게 되고, 그것이 또 하다 보면 가능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이런 영화를 보면서 감정 이입을 하기도 할 것이다. 벼랑 끝에 선 지금이라도 혹시 그곳이 수영장이라면, 아니면 수영장에 갈 수 있다면, 새로운 꿈을 꿀 수 있는 그곳에서 풍덩 떨어져 봐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