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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월 Dec 20. 2022

헬싱키 공항은 크리스마스

런던 가는 길

떠나는 사람들과 떠나 온 사람들의

들뜬 발걸음이 멈추지 않는 곳.


공항은 낯선 세계로 입장하기 위한 첫 번째 문이다. 머나먼 여행길에 오르면서 공항 자체가 목적지인 경우는 아마 없을 것이다. 외국 여행을 간다고 해서 그 나라 공항에 대해 남다른 기대감을 안고 가는 일도 없다.  잠시 스쳐 지나치는 공간에 불과하고 그보다 의미 있는 일정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그런데, 스치듯 지나는 공항이
이렇게 큰 감동을 줄 수도 있구나.


목적지인 런던에 가기 위해 헬싱키 반타 공항을 경유했다. 겨울의 유럽은 처음이었는데 공항에 내리자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크리스마스가 한 달도 더 남은 시점이었음에도 트리로 가득했다. 유럽 사람들, 정말 크리스마스에 진심이다.



물결치듯 가로로 뻗은 LED 전광판에는 하얀 겨울왕국이 펼쳐진다. 흰 솜으로 꾸며놓은 수많은 트리들. 공항 이용객들을 맞아주는 크리스마스 메시지. 공항 내 기념품 매장에는 산타 할아버지가 편안한 자세로 누워있다. 조막만 한 품들을 구경하느라 대기하는 동안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환승 탑승구로 가는 길에는 한가운데 왠 커다란 캐빈이 있었다. 아이들이 너무나 좋아할 만한 아지트 같은 통나무집. 어른들에게도 재미난 공간이다. 안에는 책상과 의자에 동화책 여러 권이 비치되어 있었다. 공항에 잠시 머무는 동안 아이들이 지루하지 않게 놀거리를 제공해준다. 고사리손으로 방명록도 남기고, 가족들과 사진으로 추억을 남기는 모습이 사랑스러웠다. 



무민의 나라답게 귀여운 무민 카페까지.




반년 전 북유럽 여행 때 처음 왔던 헬싱키 공항의 첫인상도 무척 인상 깊었었다. 자연친화적인 디자인의 노르딕 가구를 활용한 공항 인테리어. 깔끔하고 쾌적했다. 아이들을 위해 마련한 실내 놀이터 같은 라운지 공간도 남달랐다. 구석구석 세심한 정성이 느껴졌다. 평소에 가지고 있던 북유럽의 이미지 그대로를 공항에서 느낄 수 있었다. 핀란드를 대표하는 첫 얼굴이라 해도 손색없을 만큼, 좋은 느낌으로 남아있다.



그리고 다시 만난, 11월의 헬싱키 공항은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반겨주었다.

"어서 와~ 겨울의 유럽은  처음이지? 

미리 크리스마스!!" 


여행 갈 수 있는 틈이 생겨서, 늦가을에서 초겨울에 유럽 여행한다 생각하고 떠난 여행이었는데! 마음의 준비 없이 미리 크리스마스를 잔뜩 즐기고 왔다. 헬싱키 공항에서 만난 크리스마스 무드는 에피타이저에 불과했다. 겨울의 런던이 얼마나 사랑스러웠는지. 하나씩 기록해두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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