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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ynn Mar 10. 2024

출산율 0.6 시대. 33주 차 임산부의 단상

응원해달라는 소리임.

출산율 0.6

현재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보다 출산율이 낮다고 하는데. 한국은 도대체 어떤 전쟁 중인 걸까.

치열한 경쟁? 취업? 부동산? 주식? 비트코인? AI?


내가 생각해도 이렇게 초초초초초 최저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는 현재. 한국사회에게 이 보다 더 중요한 어젠다는 없는 것 같은데, 각종 미디어도 잠깐 호들갑을 떨 뿐 실질적인 변화를 위한 노력이나 담론은 전무하다. 댓글들을 대충 살펴보면 온통 ‘지금까지 대한민국을 사랑해 주셔서 고맙습니다’와 같은 반농담조. 반포기한 댓글이 한가득이다.


지금의 상황을 보면 정치니 미디어니 모두들 그냥 (너무나 쉽게) ’ 포기‘ 해버린 것 같다. 일본은 출산율 1.2를 기록하고 (그래도 우리의 2배) 비상시국을 (!?) 선언하고 ’ 아동가족부‘(?) 뭐 이런 부서를 아예 만들어서 철저히 대응을 한다고 하는데 너무 한국은 태평해도 심각하게 태평한 것이 아닌가.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가 한국의 출산율을 보면서 경악하는데 정작 당사자인 한국인은 참으로 태연하다.


그 시국의 한가운데(?) 임신 33주 차인 본인의 느낌은 참으로 오묘하다.

특히 출산율 0.5라는 서울에선 특히 천연기념물이 된 느낌이랄까?

난 어떻게 (매우 철저한) 딩크에서 임산부가 되었나.

그 이유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전에, 왜 딩크였나…를 설명하는 것이 더 빠를 것 같다.


왜 사람들이 아가를 안 갖는 걸까 생각해 보면, 미디어/문화적인 영향을 무시하지 못한다.

여유롭게 여행과 취미생활을 즐기는 딩크 부부들이 있는 한편으로는 아가를 키우느라 허덕이고 ’ 육아전쟁‘ 에 임하고 ’ 경력단절‘에 슬퍼하는 여성들이 즐비하다. ’고딩엄빠‘니 ’금쪽이‘니 하는 자극적인 TV 프로그램도 한몫을 하고 말이다. 솔까. 행복하게 아가를 키우는 부부를 거의 보지 못했다. 그들은 너무나 소외되어 있고, 힘들어하고, ’ 아가 안 낳는 것 이해한다 ‘라는 말을 서슴없이 하곤 했다. 일명 ’ 롤모델‘ 이 있어야 하는데, 없어도 정말 너무 없다. 아가를 낳고 행복한 가정을 본 적이 없는 것이다. 다들 잠을 자지 못해서 퀭한 눈을 하고, 막대한 지출에 허덕이고, 희미한 미소를 보내는 것이 다였던 것. 돈이니 뭐니 다 갖춰져도 낳을까 말까 하는데, 당장 내 옆에 보이는 모습들이 다들 그러하니. 아가를 갖고 싶겠는가.


어찌 보면 외국인 친구가 아가의 기쁨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가족을 꾸려나가는 소소한 즐거움을 이야기하고, 그렇게 어렵지 않다고 강조해 주고, 실제로 (외국에서) 아가를 키우는 것을 보니까 한국처럼 그렇게 극성과 희생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고, 그래서 아. 나도 할 수 있겠구나. 용기가 생겼다고나 할까.


물론. 지금도 걱정 한가득. 고민 한가득. 두려움 한가득이지만.

혼자서 셀프로 ‘난 할 수 있어’ 용기를 자가생산하려고 노력 중이다. 일부로 맘카페니 맘커뮤니티는 안 보게 된다. 보면 다들 어찌나 겁을 주는지. 해야 할 것은 어찌나 많은지. 반드시 사야 하는 ’ 필수템‘은 어찌나 많은지. 오히려 주눅이 든다고나 할까. 그냥 인간의 섭리(?) DNA 가 명령하는 데로, 남들처럼 평범하게 (!?) 아가를 임신하고 오손도손 가족을 만들려는 것인데, 어쩌다 이게 ’ 별 것‘이고 어려운 것이 되었나. 나름 용감하다고 자화자찬하는 나 자신도 이러한데 (?) 아마 한국 출산율은 더더욱 내려가지 않을까?


그나저나 몸이 너무 무겁다.

아가를 얼른 만나고 싶다.

내 몸에서 지금 심장이 2개가 뛴다는 게 참으로 경이롭다.

이렇게 철없는 나도 엄마가 되고, 니꼬는 아빠가 된다.

이러한 아름다운 과정을 그 가슴 뛰는 의미를 더더욱 많은 사람이 이야기해 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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