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비로소 어른이 된다…(!?)
인생 최고의 몸무게를 찍었다.
74킬로라니. 10개월 만에 어떻게 인간이 거의 20킬로를 찔 수 있나 싶었는데 가능하다.
난 15킬로 이상은 안 쪄야지 했는데. 어느 순간 16킬로 넘게 찍어버렸다. 젠장.
엄청 불어버린 배를 부둥켜 앉고 뒤뚱뒤뚱 걷고. 누워도 불편하고. 앉아도 불편하고. 서서 조금 걸어도 불편한 만삭 임산부가 되어버렸다. 거울을 보고 엄청나게 커져버린 배를 볼 때마다 어우 놀란다. 이런 배가 가능하구나. 가끔 아가가 갈비뼈 인근을 뻥 하고 차면 아프고. 배는 시시 때때로 딱딱하게 굳어가지곤 한 10분 정도 걷다가 벤치에 앉아서 한숨을 몰아쉬고 앉아서 쉬어야 한다.
우리 모두가 이렇게 태어난 것이겠지?
칠레레팔렐레 (?) 딩크로 자유롭게 날아다니며 (?) 살다가 뒤뚱뒤뚱 뛰지도 못하는 만삭 임산부가 되어보니 진짜 배우는 게 많다.
모든 엄마는 위대함을 진짜 뼈 때리게 느끼게 되었고. 이때까지 ‘에헴 나는 어른이야’ ‘라고 했던 건 망상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각고의 희생을 하면서 아 이것이 어른이 되는 것이구나…(!?) 엄마가 되는 것이구나… 비로소 손톱의 때만큼 이해를 하게 된다고나 할까…
생명을 잉태하고, 10개월간 품고, 세상에 내보내는 너무나 경이롭고. 신비로운. 그러나 누구나 다 하는 (?) 걸 뒤늦게 나이 40이 거진 다 되어서야 하게 되었다. 휴… 용기를 내는 게 쉽지 않았다. (물론 지금 이 순간도 때때로 마음이 복잡해지고 겁이 덜컥 덜컥 난다).
모든 것을 하나하나 다 예측하고, 관리하며 살다가 그 무엇도 예측할 수 없고, 통제할 수 없는 자연분만의 길에 들어서니까 참으로 난감하다.
이것이 대자연인 것인가. 오늘 당장 나올 수도 있고, 다음 주에도 영 소식이 없을 수도 있다. 안 나오면 유도분만을 해야 하고. 그래도 안 내려오면 제왕이다. 이 모든 확률은 뭐 거의 3:3:3 이라니. 한 번도 안 겪어본 출산의 고통. 진통은 어떤 것일까. 아직도 내 몸이 다른 또 다른 생명을 만들어냈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한데, 이제 그 몸이 촤라락 벌어져서 아가를 뿅 하고 밀어내겠지. AI 니 뭐니 잘난 척 뻥뻥 해도 우린 대자연의 일부이자 포유류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 것이다.
아가가 태어나기 전에 하고 싶은 걸 다 하라고 해서, 열심히 외식도 하고 (?) 영화도 보고. 책도 읽고. 뭐 할 수 있는 건 다 했는데 아직도 아가가 안 나왔다.
막상 배가 싸르르 아프면 겁이 덜컥 나고. 아. 아직은 안돼..라는 생각이 드는 걸 보니. 자유의 몸으로써 하고 싶은 게 아직 많긴 한 것 같다. 뭐 그래도 이때까지 다녀본 모든 여행지와 모험 중에 가장 익사이팅하고 가장 거대한 어드벤처가 곧 다가오지 않는가. 바로 육아!라는 이름의 모험!
흥분되고. 기대되고. 걱정도 되는 온갖 감정의 소용돌이가 몰아치는 순간이다.
뭐 이것보다 익사이팅한 여행은 아마도 없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