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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팔로 쓰는 앎Arm Dec 26. 2023

Poor things, Poor things!

스포가 있으니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스포를 원하지 않으면 읽지 마세요.

수미상관이 완벽한 작품이 투혼의 배우를 만났을 때


왜 몰랐을까. 가여운 것들이 영화화를 진행한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기다렸다. 냄새만 맡아도 안다. 큰 거 온다.


큰 게 드디어 왔다. 이 새로운 대륙에서 이 영화를 먼저 볼 수 있게 되다니 나는 행운아다. 영화는 첫 챕터와 마지막 챕터가 완벽한 구성을 이룬다. 스포가 들어갈 수 있어 자세히 언급할 수 없지만, '폭풍의 언덕'을 떠올리게 하는 그 완벽한 구성과 가계도다. 그저 완벽하다. 이렇게 완벽한 작품을 보고 딱 맞아떨어지는 구성을 느끼면 그렇게 꽉 찬 기분이 들 수 없다. 꽉 찼다. 그저 꽉 차서 중후반부 챕터는 그저 덜어내도 좋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그것조차 이 영화의 마지막을 위한 반찬이라고 생각한다. 벨라가 새로운 직업을 꿈꾸게 되고 떠난 줄 알았던 누군가 넝마조각이 되어 찾아와 울부짖는 그 장면을 위해서였다고 치자. 


엠마스톤이 아니었다면 영화화될 수 있었을까. 영화화는 되었을지 모르나 이렇게는 아니었을 것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엠마스톤이 표현한 벨라라 가치있다. 그는 무얼 위해 이리 자신을 내던지나. 멋진 배우다. 왜 이렇게까지 하나 싶다가도 그의 심연을 가늠할 수 없어 그저 박수를 친다. 멋진 배우다. 거듭 말하게 된다. 어떠한 가치관을 갖고 욕심을 토대로 이렇게나 스스로를 부수고 깨버리는가. 그리고 새로운 알을 또 만들어낸다. 그저 멋지다는 말밖에는 할 수 없다. 중후반부에 너무 쓸데없는 장면이 많다는 생각을 안 할 수 없었고, 다른 감독이었다면 이를 달리 풀었을 거라고 생각은 들지만, 현명한 배우의 선택이니 현명했으리라 믿는다. 쇼비즈니스 세계 뒤에 뭐가 있는지 내가 알 바 아니지만, 한 인간으로서 그렇게나 자신을 내던지는 선택은 결코 쉽지 않았을 거다. 그러나 때론 명분이 모든 걸 쉽게 만들기도 한다. 어떤 명분이 그를 흔들었을까. 욕심일까. 인정일까. 그저 배우로서의 자신을 소구하는 것일까. 멋진 사람이다. 


영화를 보는동안 행복했다. 여러 의미로 행복했다. 중후반부 들었던 의구심이 마지막 챕터에서 완벽하게 해결됐다. 결국 두 인간의 결합이 구세대의 것을 전복시키고 끊어냈다. 새 세대는, 구세대마저 어떤 의미론 구해냈다. '폭풍의 언덕' 속 누구처럼, 죽은 자는 결국 자신의 것을 찾아냈다. 다음 세대를 통해서, 가계도를 비틀어버린 후 말이다. 이 얼마나 멋진 구성인가. 누군가는 플롯이라 진부하다 할지도, 영화를 보는 내가 잠시 그랬듯 뻔하다 할지 모르지만, 결코 뻔하지 않다. 영문학을 전공한 이들에게나 뻔하지, 이 세대에는 결코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 영문학 전공조차 그저 영문법이나 한쪽에 치우친 비평에 휩쓸려 암기한 이들은 모를 것이다. 이 얼마나 뻔하지만 아름답고 희소한 구성인지 말이다.


그저 아름답다.


엠마스톤에게 찬사를 보낸다. 그는 내가 존재하는 걸 모르겠지만, 당신은 여러모로 멋진 사람이라고 멀리서 응원하고 싶다. 그저 멋지고, 작품성과 의미를 찾아헤매는 당신의 여정을 응원한다. 


미운 네 살처럼 때로는 밉던 벨라도 응원한다. 다소 격했지만, 그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자신이 접할 수 있던, 당시 상황에서 선택 가능했던 자율성을 갖고 그에 따라 움직였으니. 그를 창조한 갓에게도 박수를 보낸다. 그저 괴물이지 않고, 든든한 아버지가 되길 선택한 갓의 선택에 말이다. 아름다운 작품을 만나면 눈물이 난다. (실제로 안 났으니 오그라들지 않길 바란다.) 보는동안 힘겨웠지만, 마지막 챕터에서 뻔할 뻔했지만, 그 마지막 장면 덕에 뻔하지 않고 희소성을 갖게 된, 그저 아름다운 작품이다. 뭐라 더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과거 L 영화가 그랬듯, 몇 번이고 보고 싶은 영화다. 다만 첫 챕터와 마지막 챕터만 확장판으로 내준다면 구매할 용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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