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생각을 정리하려고 하면 꼭 벌레같은 것들이 꼬여든다. 정말 싫다. 원하지 않는 것들이 꼬이는 건 정말 싫다. 결국 이런 걸까? 왜 뭐든 이럴까? 너무 괴롭다. 너무 오래 산 걸까? 아니면 너무 짧게 산 걸까? 왜 이리 견디기 어려운 일들만 이어질까? 시간을 돌리고 싶다. 시간을 돌리면 답이 있냐고 꽤 자주 묻는다. 후회할 거면 그렇게 살지 말고 그렇게 살 거면 후회하지 마라. 내 좌우명인데, 그냥 요샌 좀 자주 생각하게 된다. 이제 많은 것들이 두렵다.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는 날이 이어진다. 내가 어떤 선택을 했어야 할까? 더 빨리 삶을 끝냈어야 하는 걸까? 아름다운 것들을 봐도 아무렇지 않은 게 당연한 삶을 이어가는 지금, 괴롭다. 답답하다는 생각이 든다. 뭘 위해 다 버렸나. 이런 질문을 계속하는 걸 보면 분명 뭔가 만족스럽지 않다는 거다. 괴로움에 시달린다. 많은 것들이 자극이 된다. 고통의 자극.
너 거기서 뭐하고 있니. 선배가 물었다. 항상 선택을 의미있게 만드는 건 나라는 걸 알아서 그냥 침잠한다. 사실은 이제 그만하고 싶다. 이 삶은 너무 힘들다. 평생이 어렵고 힘들기만 하다. 사연없는 무덤 없고 억울하지 않은 사람 없지만 나는 이제 그런 걸 넘어서 그냥 쉬고 싶다. 그만하고 싶다. 버티는 게 이기는 거라는 말만큼 무서운 말이 어디 있을까. 그렇게 구악이 되긴 싫다. 살아있다는 게 치욕이라면, 이건 그만해야 하는 삶이 아닐까. 치유되지 않은 것들과 영원히 안고 가야 하는 상흔들을 밟고 더한 상흔이 와도 워낙 깊은 구덩이에 빠져있어서 내게 와닿지도 않는다. 이젠 정말 모르겠다. 뭘 위해 버티고 있나.
시간을 생각한다. 시간이 너무 빨리 간다. 붙잡고 싶지 않았던 시간들을 생각한다. 고통이다. 나의 시스템으로 돌아가고 싶다. 근데 늦어버린 것 같다. 정말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