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짧아졌다. 일몰이 빨라지는 건 자유시간이 준다는 걸 의미한다. 해가 길어 행복한 여름을 지나 가을에 이어 겨울이 온다. 환절기엔 늘 아프기 때문에 단단히 준비해야 한다. 견디기 어려운 고통에 몸까지 아프면 두 배로 아프니까 말이다. 환절기엔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고 아프다. 그냥 계속 아프다. 여름을 가장 사랑하는 건 그 맹렬함으로 모든 병균을 태워주기 때문이다. 뜨거운 해에 땀이 줄줄 흘러도 그 맹렬함이 좋다. 다 밝혀버리는 그 맹렬함을 사랑한다.
누가 날 알아보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언젠가부터 모자랑 선글라스를 챙기는 건 그 때문이다. 오래된 습관이다. 젠 체하는 게 아니라 이상한 사람을 피하려는 것뿐이다. 지친 나를 가려줄 수 있는 건 뭐든 좋다. 참 애매한 직업을 택한 덕분에 어려운 삶이 이어진다. 사실 긍정적인 걸 100%로 생각하는데, 그냥 힘들고 지쳐가는 내가 보여서 그런 걸 좀 치우기 위해 쓴다. 애써 눈을 가리고 그냥 손가락으로 나를 채운다. 이렇게 저렇게 주절대면 넝마가 되어버린 마음도 금세 치유될 걸 알기 때문이다.
모든 걸 밝혀 태워버리는 여름이 가고 겨울이 온다. 자꾸 아프다. 어두운 거리를 좋아하지 않는다. 체력이 떨어져 슬퍼지고 기운을 잃고 힘이 없어지는 저녁이 싫다. 쉴 틈 없이 이어지는 일상 덕분에 뭐 싫고 좋고르 ㄹ따지지 않아도 되어 좋은 건지 싫은 건지 모르겠다. 다만 점점 힘이 빠진다는 걸 느낀다. 점점 버틸 힘이 사라지는 기분이다. 더 이상 나를 채울 게 아무 것도 없어진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어떤 도파민도 없다. 감흥도 없다. 반응도 않게 된다. 그 빈도가 원래도 적은데 더 적어진다. 좋은 거라고 생각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