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출장을 다녀오던 차 안에서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차멀미가 너무 심해서 기자 일을 다시 생각해봐야겠단 농담 반 진담 반의 이야기다. 심각하게 생각했던 그 날의 장면이 아직도 기억난다. 5시간을 달리는데, 앞자리에 앉았음에도 멀미에 고통스러웠다. 창문을 열고 꾹 아무렇지 않은 체하며 웃고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차멀미에 미칠 것 같은 마음을 꾹 눌렀다. 그 때 생각했다. 아, 이것 때문에 직업을 바꿔야겠다. 물론 차에서 내리자마자 그 생각도 고통과 함께 사라졌다. 출장이 꽤 많은 이 직업에서 나는 멀미를 자주 한다.
나이가 들면서 추가된 건 여독이다. 그나마 아직은 괜찮지만, 미래에도 괜찮을까 걱정이 됐다. 고통이 오면 정말 표정은 웃고 있지만 속으론 오만 생각을 한다. 내리자마자 약을 먹어야지부터 이를 어쩌지까지. 오랜 시간 차에 앉아 심지어 에어컨까지 맞고 있노라면 그 날은 엄청난 고통을 맛본다. 밀폐된 공기에 갇혀 타인의 숨을 받고 있노라면, 그게 장시간 이어지노라면, 내 이성과 무관하게 고통이 나를 잠식한다.
요즘 환절기라 또 자주 아프다. 여름이 가서 슬프다. 여름씨 돌아와주세요 하고 싶다. 영어 이름을 써머라고 지을걸 그랬나보다. 그럼 써머의 기운이 나를 지켜줬을 것 같다. 여름이 간 게 왜 이렇게 아쉬운지 모르겠다. 가을이 서운하지 않도록 가을을 또 야무지게 즐길 테지만 여름이 간 건 아무래도 아쉽다. 체력이란 게 이렇게 중요하다. 이성으로 눌러 거뜬히 이겨내긴 하지만, 몸이 아프면 다 놓아지고 싶어질지 모른다. 몸을 잘 지켜야 한다고 다시금 생각한다. 그러지 못했던 과거들이 자꾸 생각나지만, 밀어낸다. 밀어내고 또 밀어내면 언젠간 안 올 거라고 생각한다. 아니 한편으로는 평생 안고갈 거란 것도 안다.
아직도 가끔 검색한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공해적인 피해 사실. 그리고 트라우마 치유법. 그런 건 없다. 그냥 밀어내야 한다. 뚜씨뚜씨 밀어내자 뚜씨뚜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