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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e Jan 18. 2022

디트로이트와 포드의 노동자들

작은 조직에서 얻을 수 있는 것


 디트로이트 시티의 역사를 알아보며 남겨준 교훈에 대해 생각해 본 글입니다.





 미국에는 포드 자동차가 탄생한 지역 디트로이트 시티가 있다. 이전까지 통합 생산공정이 일반적이었다면, 포드 자동차가 처음으로 분업의 개념을 본격적으로 공정에 도입해 자동차 생산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시킬 수 있었다. 생산의 A to Z 전체에 걸쳐 고도 훈련받은 엔지니어들이 없이도 단순 노동을 할 수 있는 사람들만으로도 생산공정을 운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디트로이트 시티의 경제적인 부흥을 이끌었다. 1900년대 초반대에는 미국 내에서도 디트로이트는 상당히 잘 나가는 도시였고 도시 노동자들의 전반적인 경제력이 포드 자동차의 성공으로 많은 부분 상승했었다. 하지만, 1900년대 중반 이후로 디트로이트의 자동차 산업은 하락세를 걷기 시작했고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었다.



 디트로이트 시티의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은 것 자체는 큰 문제가 아니었다. 이직을 하면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포드 자동차의 단순/반복으로 세팅된 생산라인에서 근무했던 사람들은 변화에 적응하지 못했다. 내가 담당했던 라인이 아니라면 전혀 알고 있는 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산의 전체 중 아주 일부분에 대해서만, 그것도 반복되는 노동만 제공했던 사람들은 더 이상 이직할 수가 없었고 결국 디트로이트는 쇠락의 길을 걷다 지난 2013년에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도시 파산을 연방에 신청하게 되었다. 현재 디트로이트 시티는 미연방 내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범죄율을 기록하고 있다. 일자리가 없어져 빈곤해진 사람들이 범죄로 내몰린 것이다.




문제가 무엇이었을까?


 물론 디트로이트 시티가 자동차 산업의 주도권을 이어가지 못했던 거시적인 이유도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변화하는 시점에 있었던 디트로이트 노동자들의 아쉬운 대응이 눈에 보인다. 자동차 생산이라는 거대한 시스템에서 일부 기능에 익숙해져 전체 흐름을 보지 못하게 되어서,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는 더 이상 적응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서 그런 것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전체 중 일부분만을 담당하며 자신의 경쟁력을 잃어갔던 사람들과 초기의 높은 임금만족하며 이후의 재교육을 게을리했던 사람들이 경쟁력을 잃어가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다.



어떻게 했어야 했을까?


 사실 지금처럼 IT가 발전하지 않은 시대였기 때문에 정보를 찾는 것이 매우 어려웠을 것이고, 스타트업과 같은 작은 조직에서 일하면서 유의미한 경력을 쌓을 수는 없었을 것 같다. 역사에 If는 없다지만, 이 포드 노동자들의 이야기는 현재 어디인가의 회사에서 일하면서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유효하게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여전히 취업이라는 선택지를 고려할 때 큰 조직에서 시작을 할지 작은 조직에서 시작할지(할 수 밖에 없는 경우도 있지만)를 선택해야하는 기로에 놓인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대부분의 의견은 큰조직을 추천하곤 하는데, 그래서 작은 조직에서 일할 때의 이점은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위와 같은 포드의 생산공정이 큰 조직의 업무 흐름이라고 한다면 큰 조직에서 사업 흐름의 전반적인 부분을 제대로 볼 수 있을까? 특정 분야에 특화된 전문가가 되거나 일부 기능 조직의 업무에 익숙해지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기업에서 근무하는 사람에게 한 번쯤은 회사가 돌아가는 전체 흐름이 손에 잡힐 만큼 작은 조직에서 일을 해보는 것은 변화를 맞이했을 때의 생존 가능성을 크게 높여준다고 생각한다. 인원수로는 작게는 10~20명 내외의 조직이고 크게 잡아도 100명이 넘어가지 않는 조직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대기업과 같은 큰 조직에서도 결국 연차가 쌓이게 되면 어느 순간에는 전체 흐름을 파악해야 하는 관리자가 될 것이고 좋건 싫건 전체를 보는 눈을 키워야 하는 순간이 오기는 한다. 하지만 피라미드 조직의 특성상 그 위치까지 갈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점과 시간이라는 자원이 많이 들어간다는 점에서 경험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전체 흐름을 한번 경험해본 사람은 큰 조직에 가서도 본인이 일하는 파트, 기능이 전체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를 더 고민할 수 있다. 전체 그림을 한 번쯤은 그려보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부분들이 결국 변화하는 환경에 놓였을 때, 다음 행동을 결정하고 움직일 수 있는 유연성을 준다고 생각한다. 포드의 노동자들이 자동차 생산 흐름을 알 수 있었고 그 속에서의 내가 담당하는 기능의 가치를 파악하고 있었다면 디트로이트 시티는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하지만 적어도 지금 시대에서는 이러한 접근법이 점점 유효해지고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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