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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e Nov 30. 2023

NYPD 혹은 런던 베이글 뮤지엄

뉴욕에서 누군가 용산경찰서 옷을 입고 돌아다닌다면


오늘 길을 가다가 우연히 NYPD 로고가 그려진 옷을 입고 다니는 사람을 봤다. 


NYPD는 뉴욕 경찰 부서의 약자로 우리로 치면 용산 경찰서 같은 느낌인 거다. 뉴욕 사람이 지구 반대편 한국에서 저 옷을 입고 돌아다니는 것을 보면 무슨 생각이 들까?




이런 재미있는 문화 수입(?) 현상은 이것 말고도 꽤 많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꽤 예전부터 해외 문화의 어떤 이미지들을 큰 의미 없이 지속적으로 소비해 온 셈이다.


NYPD로고가 그려진 옷을 입는 이유는 영어로 되어있는 옷이 꽤 디자인적으로 그럴싸해서 그랬을 것이고 이 외에도 그 뜻은 모르지만 우리에게 비치는 이미지가 꽤 그럴싸한 것들을 우리는 소비해 왔다.  의미도 모르지만 신나는 비트가 깔려있는 영어로 빠르게 읊조리는 랩과 같이 말이다. (나중 가서 무슨 뜻인지 알고 기겁하고 다신 안 듣는 노래들도 있다.)


최근 유행하는 런던 베이글 뮤지엄도 비슷한 맥락 속에 있다. 사실 런던은 애초부터 베이글과는 꽤 거리가 먼 나라다. 베이글은 유대인들 에게서 시작해서 미국에서 널리 퍼진 빵이기 때문이다. 런던 베이글 뮤지엄을 시작한 창업자 인터뷰를 봐도 런던 베이글 뮤지엄의 의미를 각각 단어별 의미를 통해 조합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런던 베이글 뮤지엄은 오픈런을 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 인기 가게가 되었다. 그래서 어쩌면 런던이 베이글과 상관없다는 사실은 런던 베이글 뮤지엄의 성공 앞에서는 크게 상관없어 보인다. 런던과 베이글 그리고 뮤지엄이라니. 세 개의 단어는 꽤 그럴싸한 이미지를 그려내기 때문이다. (베이글도 꽤 맛있다고.)


단순히 이미지를 소비하는 것이 좋다 나쁘다를 논할 수 있겠지만 한편으로 그렇게 우리는 이미지에 대한 취향을 쌓아왔다고도 할 수 있는 것 같다.  본래의 의미에서 이미지만을 따서 그 이미지를 가지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그런 취향 말이다.




최근의 넷플릭스와 같은 플랫폼에서 한국 콘텐츠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우리가 이렇듯 꽤 오랜 시간 글로벌리 퍼져있는 문화들을 소비해 오면서 우리의 취향도 그들의 취향가까운, 그러면서도 새로운 것을 만들어 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지금까지는 꽤 일방향의 소비였다고 한다면, 지난 몇십 년간 우리는 그들이 모르는 사이 그들의 문화를 우리 식대로 소화하고 발효해 왔던 것이다.


그러니 우리에게는 익숙하지만 몇 십 년 간의 변화를 전혀 몰랐던 그들이 우리가 만든 콘텐츠들을 보면 놀라울 수밖에 없다. 아주 작은 지구 반대편 나라에서 자기들의 문화와 비슷하면서 또 다른 감성의 콘텐츠들이 생산되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언젠가 뉴욕에서도 용산 경찰서 옷을 입은 뉴욕인을 보게 된다면 재미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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