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PD는 뉴욕 경찰 부서의 약자로 우리로 치면 용산 경찰서 같은 느낌인 거다.뉴욕 사람이 지구 반대편 한국에서 저 옷을 입고 돌아다니는 것을 보면 무슨 생각이 들까?
이런 재미있는 문화 수입(?) 현상은 이것 말고도 꽤 많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꽤 예전부터 해외 문화의 어떤 이미지들을 큰 의미 없이 지속적으로 소비해 온 셈이다.
NYPD로고가 그려진 옷을 입는 이유는 영어로 되어있는 옷이 꽤 디자인적으로 그럴싸해서 그랬을 것이고 이 외에도 그 뜻은 모르지만 우리에게 비치는 이미지가 꽤 그럴싸한 것들을 우리는 소비해 왔다. 의미도 모르지만 신나는 비트가 깔려있는 영어로 빠르게 읊조리는 랩과 같이 말이다.(나중 가서 무슨 뜻인지 알고 기겁하고 다신 안 듣는 노래들도 있다.)
최근 유행하는 런던 베이글 뮤지엄도 비슷한 맥락 속에 있다. 사실 런던은 애초부터 베이글과는 꽤 거리가 먼 나라다. 베이글은 유대인들 에게서 시작해서 미국에서 널리 퍼진 빵이기 때문이다. 런던 베이글 뮤지엄을 시작한 창업자 인터뷰를 봐도 런던 베이글 뮤지엄의 의미를 각각 단어별 의미를 통해 조합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런던 베이글 뮤지엄은 오픈런을 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 인기 가게가 되었다. 그래서 어쩌면 런던이 베이글과 상관없다는 사실은 런던 베이글 뮤지엄의 성공 앞에서는 크게 상관없어 보인다. 런던과 베이글 그리고 뮤지엄이라니. 세 개의 단어는 꽤 그럴싸한 이미지를 그려내기 때문이다. (베이글도 꽤 맛있다고.)
단순히 이미지를 소비하는 것이 좋다 나쁘다를 논할 수 있겠지만 한편으로 그렇게 우리는 이미지에 대한 취향을 쌓아왔다고도 할 수 있는 것 같다. 본래의 의미에서 이미지만을 따서 그 이미지를 가지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그런 취향 말이다.
최근의 넷플릭스와 같은 플랫폼에서 한국 콘텐츠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우리가 이렇듯 꽤 오랜 시간 글로벌리 퍼져있는 문화들을 소비해 오면서 우리의 취향도 그들의 취향에 가까운, 그러면서도 새로운 것을 만들어 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지금까지는 꽤 일방향의 소비였다고 한다면, 지난 몇십 년간 우리는 그들이 모르는 사이 그들의 문화를 우리 식대로 소화하고 발효해 왔던 것이다.
그러니 우리에게는 익숙하지만 몇십 년 간의 변화를 전혀 몰랐던 그들이 우리가 만든 콘텐츠들을 보면 놀라울 수밖에 없다. 아주 작은 지구 반대편 나라에서 자기들의 문화와 비슷하면서 또 다른 감성의 콘텐츠들이 생산되고 있었으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