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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V피플 Sep 25. 2017

유재석의 딜레마.


유재석은 군더더기 없는 최고의 진행자다.


개그맨으로 방송생활을 시작했지만, 지금의 스탠스는 오히려 MC에 가깝다. 하긴, 개그맨이 어느 정도 프로그램 성공을 거듭하면 패널에서 더블 MC로, 결국엔 단독 MC의 형태로 흘러가게 마련이다.



개그맨의 그러한 커리어 패스를 보기 좋게 만들어 낸 것도,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을 탄생시킨 것도, 각종 케이블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흐름에서도, 유재석은 다소 느릿한 템포로 그 발자취를 이어 나갔다.


유재석은 누가 뭐라 해도 최고의 단계까지 이르렀고, 다음 STEP이 무엇이냐에 대한 질문에 답을 찾기 쉽지 않은 독보적 예능인이다. 방송연예 대상의 횟수가 10번을 넘어선 뒤론, 어느 방송사에서 상을 받아도 오히려 시청자가 무덤덤해지는 분위기까지 만들어낸 예능인.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현재 어떤 단계까지 와 있는 지에 대해선, 답을 찾기 쉽지 않다.


왜냐하면 역설적으로 '다음 행보'가 올해 들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2014~2016년에 걸쳐 '나는 남자다', '슈가맨', '동상이몽'의 새로운 컨셉으로 지상파, 케이블을 넘나드는 행보가 준 임팩트는 그리 크지 않았다. 물론 안정적인 행보로, 적당히 안타를 치고, 타점을 올리는 유효한 활동을 이어갔지만, 어딘지 모르게 비슷한 진행의 아쉬움 또한 시청자들의 뇌리에 남았다.



지금은 MBC '무한도전', SBS '런닝맨', KBS '해피투게더'의 지상파 3사 프로그램만 고르게 편식 없이 진행중이다.


그렇다, 그는 언제부턴가
'진행'을 하고 있었다.


자기관리에 능하고,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진행으로 유재석을 좋아하는 고정팬들의 미소를 유지시키는 역할. 그 또한 충분한 재능이고 실력임에는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모든 것은 새로움이 없으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지치게 하기 마련이다.


가족오락관의 허참, 가요무대의 김동진 아나운서, 전국 노래자랑의 송해를 자신의 롤모델로 한다면 고개가 끄덕여지겠지만,


그는 엄연히 평일과 주말 예능의
황금시간대를 책임지는 예능인이다.


그에 맞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프로그램 속에서 발견하기 어렵다면 시청자들은 늘 한결같음으로 반응하지 않을 수 있다.



개인적인 유재석의 속마음과 선택까지 주도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이건 엄연히 TV란 미디어에 담겨진 한 예능인을 '트루먼쇼'의 주인공으로 삼지 말아야 할, 시청자의 지켜야 할 선이기도 하다.



다만, 지금의 유재석이 맡고 있는 프로그램은 오랫동안 장수하며, 연예대상 수상에 굵직한 공을 세운 것들이기도 하다. 기획회의에도 적극 참여하는 것으로도 알려진 그라면, 적어도 그에 맞는 참신함과 새로운 아이디어로 승부해 볼 줄 알아야 한다.



이건 고정팬만이 전부가 아닌 예능프로그램의 생리상, 어느 정도는 책임감이 수반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유재석은 늘 방송에서 그런 말을 했다. 늘 시청자 여러분들에게 감사하고, 자신은 최고의 자리에 서는 것도 좋지만,


'정말 좋아하는 방송을
오랫동안 하고 싶다'고..


그러한 성실함과 한 곳에 머무를 줄 아는 묵직함이 유재석의 '가볍지 않음'을 만들어 냈고, 인간적인 매력과 재치는 어느덧 또 다른 프로그램에 맞는 형태로 비춰졌다.


언급했던, '나는 남자다', '슈가맨', '동상이몽'은 유재석에게 있어 분명히 실험적인 과정이었을 것이다. 케이블이 지상파보다 높은 시청율로 자리매김하는 역전적 구조 속에서 스스로 도약의 기회로 삼고 싶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 과정은 생각보다는 만만치 않았고 기대엔 부응했으나 실험정신은 다소 부족한 결과를 만들어 냈다.


물론 이 역시 나름대로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프로그램의 진화가 아닌 반대의 흐름이 요즘 진행하는 프로에서 많이 보여지고 있다.



특히, '해피투게더'는 '놀러와'식의 패널과 어우러져 단란한 명절속 풍경과도 같은 역할 놀이를 만들어내며, 잔치식 컨셉에 머무르고 있다. 꼭 챙겨봐야 할 프로그램적 로열티는 사라진 지 오래다.



꼭지 코너인 '추억의 조동아리'는 십수년 전 유행한 연예인이 출연하며, 애써 갱생하는 자리 그 이상의 느낌을 갖기 어렵다. 김수용, 김용만, 지석진, 박수홍의 조합이 정말 시청자가 바라는 패널 조합인지도 의문스럽다.



유재석과의 친분으로 홈파티에 초대된 듯한 중견 연예인들이 과연 프로그램의 재미까지 양산할 수 있을까.



'무한도전' 역시 새로운 변화는 보여지나, 다양한 듯 반복된 컨셉과 스타출연진으로 채워가는 일종의 룰렛과도 같은 프로그램 편성이 이어지고 있다. 유재석 자체가 진화하고 있다고 보긴 힘들다.



'런닝맨'은 기획 초반부터 달린다는 컨셉 속에 역할 놀이를 펼쳐갔고, 처음부터 스타들의 홍보적 색채가 짙었던 프로그램이었다. 유재석이 마냥 새롭게 변모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프레임을 갖고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유재석을 참 좋아한다. 그리고, 지금의 행보가 유재석이 표현하는 참신함과 성실성의 정점이라고 한다면 그 또한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유재석은 재능이 있고, 동시에 아주 운이 좋은 사람이며, 시청자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음에도 분명하다.



동시에 모든 형태의 프로그램을 소화하고 진행할 수 있게 된 관록의 그이기도 하다. 그에 맞게 새로운 프로그램의 변화를 주도하고, 어찌보면 무엇이든 해 볼 수 있는 시기가 바로 지금이 아닐까.


유재석을 응원한다.


하지만, 프로그램과 방송 자체를 즐기기만 하는 것이 최종목표라면, 그 모습을 무한히 바라봐주는 시청자 역시 점점 소진되어 가고 있음을 자각할 필요가 있다.


유재석은 그만한 방송센스와 프로그램 장악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의 새로운 변화를 기대해 본다.



(이미지 출처: m.ize.co.kr/ 연합뉴스/ G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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