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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단상 30. 11일 만에 MVP를 만들다

by 여철기 글쓰기

"됐다!"

마지막 테스트를 돌리고 결과를 확인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소리쳤다. 11일. 단 11일 만에 내가 상상했던 AI 에이전트 MVP가 눈앞에서 작동하고 있었다.


시원섭섭한 마음

솔직히 말하면, 감정이 복잡했다.

시원했다. 머릿속에만 있던 아이디어가 실제로 작동하는 프로그램이 되었으니까. 매일 밤 코드와 씨름하고, AI와 대화하며 문제를 해결하던 시간들이 결실을 맺었으니까.

동시에 섭섭했다. 11일이라는 짧은 시간이 주는 아쉬움. "이게 벌써 끝이야?" 싶은 허무함. 마라톤을 달리다가 갑자기 결승선이 나타난 것 같았다.

하지만 곧 깨달았다. 이건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걸.


예상치 못한 선물들

11일의 개발은 단순한 제품 제작 그 이상이었다.

매일 새벽까지 코드를 짜고, 에러를 잡고, 구조를 바꾸는 동안 내 안에 무언가가 쌓이고 있었다. AI 에이전트 설계 노하우,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감각, 시스템 아키텍처에 대한 이해.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머릿속에 다른 아이디어들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이 기술로 저것도 만들 수 있겠는데?"
"아, 이 부분을 이렇게 응용하면 완전히 다른 서비스가 되겠네."

하나의 요리법을 익히고 나니 열 가지 레시피가 떠오르는 것처럼, MVP 하나가 완성되자 여러 개의 새로운 사업 아이템이 손에 잡히기 시작했다.


집중과 몰입의 마법

돌이켜보면, 이 모든 게 '집중'과 '몰입' 덕분이었다.

11일 동안 나는 거의 이것만 생각했다. 출퇴근길에도, 식사하면서도, 심지어 샤워하면서도. 프로젝트가 머릿속을 가득 채우자 비로소 실마리들이 하나씩 보이기 시작했다.

막혔던 로직이 풀리고, 더 나은 구조가 떠오르고, 버그의 원인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들. 그 모든 '유레카'는 몰입의 선물이었다.

결과물은 내가 상상했던 그대로 작동한다. 버튼을 누르면 계획서가 만들어지고, 문장이 흐르고, 표가 자리 잡는다. 이건 단순한 코드가 아니다. 나의 집중과 몰입이 만든 작은 현실이다.


생각이 현실이 되는 시대

이제는 정말 놀라운 시대다.

예전 같으면 개발팀을 꾸리고 몇 달을 들여야 했을 프로젝트를 이제는 혼자서 11일 만에 만들 수 있다. AI라는 든든한 파트너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런 서비스가 있으면 좋겠는데"라는 생각이 불과 열하루 만에 "이제 우리 서비스를 써보세요"로 바뀌는 세상.

이제 아이디어는 머릿속에만 머물지 않는다. 집중과 실행력만 있다면, 생각은 곧바로 현실이 된다.


이제 시작이다

MVP는 완성됐다. 하지만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사용자 피드백, 기능 개선, 새로운 아이디어. 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지만 이상하게도 기대된다.

11일의 몰입으로 얻은 노하우, 그 과정에서 떠오른 아이디어들, 그리고 '할 수 있다'는 확신. 이 모든 것들이 다음 프로젝트의 발판이 될 것이다.


마우스에서 손을 떼며 생각했다.

"다음엔 뭘 만들어볼까?"

벌써부터 손가락이 근질거린다. 한 번 '몰입의 감각'을 경험한 사람은, 그 기분을 잊을 수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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