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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 Aug 23. 2016

14.
무주

스무 살 꼬질꼬질 자전거 여행기  vol. 14

무주


드디어 꿈에 그리던 무주에 도착했다. 

이미 날은 어두워졌지만, 길 옆으로는 계곡에서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고, 어서 물에 들어가고 싶은 생각밖에 없었다. 


무주리조트 간판 앞에서 돌아가며 사진을 한 장씩 찍고 텐트 설치할 곳을 찾아 계곡물을 따라 위쪽으로 올라갔다. 그런데 점점 올라가도 텐트 치고 잘만한 곳이 나오질 않았다. 그리고 계곡의 물 흐르는 소리가 점점 작아지더니 물도 점점 보이지 않고, 사람들 떠드는 소리도 조금씩 작아졌다. 


30분 정도 자전거를 끌고 산을 올라가니 배가 너무 고팠다. 마침 근처에 편의점이 있길래 사발면을 하나씩 먹었다. 사발면을 먹으며 주인아저씨에게 무주 구천동은 얼마나 더 올라가야 나오냐고 물어보았더니, 놀라운 대답을 해주었다. 

우리가 올라온 곳은 무주구천동이 아니라 무주리조트 스키장이었던 것이다!!! 

우리가 출발했던 저~기 산 아래 입구에 무주구천동과 무주리조트 입구가 2개로 나누어지는데, 우리는 너무 기쁜 마음에 '무주'글자만 보고 허둥지둥 자전거를 끌고 스키장을 올라온 것이었다! 


라면을 다 먹고 자전거를 타고 트럭에서 내렸던, 처음 출발했던 그 아래로 다시 내려갔다. 

내리막 길은 어디서나 그렇지만 힘도 들지 않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굉장히 빨리 내려갈 수 있다. 

그리고 무주구천동 입구를 찾아 계곡 입구로 가서 다시 산을 올라갔다. 


힘들었다. 

빨리 쉬고 싶다. 


조금 올라가다 보니 캠핑장이 나왔다. 

텐트를 설치할 수 있게 공간을 제공하는 곳인데, 텐트 한동에 10,000원이라는 자릿세를 받았다. (1997년 기준) 나는 너무 힘이 들어 그냥 여기에 텐트 치고 쉬자고 했는데, 진수는 돈이 아깝다고 절대 저런 바가지에 당하면 안 된다고 했다. 결국 다른 곳을 찾아보기로 하고 조금 더 올라가니 5,000원짜리 야영장이 나왔다. 나는 또 여기로 들어가자고 했는데, 다들 안 된다고 더 올라가 보자고 했다. 조금 더 올라가니 3,000원짜리 야영장이 나왔다. 서울 촌놈들 무주에 와서 바가지 쓸뻔했다. 


3,000원짜리 이곳은 민간 업체가 운영하는 게 아니라 무주군청에서 운영하는 곳이라 캠핑장 면적도 크고, 큰 만큼 관리가 잘 안 되었다. 그래서 우리처럼 밤에 들어와서 텐트를 치고 잠을 자고 있으면 새로 들어온 텐트인지 돈을 낸 텐트인지 아무도 모르나 보다. 우리한테 돈을 받으러 오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뒤에 보이는 텐트가 여행내내 숙소로 활용하던 텐트. 이젠 숙달이 되어 깜깜한 밤중에 몰래 설치해도 금새 잘 한다.



우리는 텐트를 다 설치하고 짐을 풀었다. 그리고 무주에 도착한 기념으로 자축 파티를 하려고 가게들이 몰려있는 상점가로 쇼핑을 하러 갔다. 삼겹살을 사고 소주를 사려는데 페트병에 들어있는 게 가격이 훨씬 싸길래 2리터짜리 한 병을 샀다. (과실주 담금용) 

새벽까지 신해철 카세트 테이프를 틀어 놓고 술을 마시며 얘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소주 한 병을 다 마셨고 더 먹을 것도 없어서 바람을 쐬러 캠핑장 주변 산책을 나갔다. 


캠핑장 근처 상점가 2층에는 나이트클럽이 있었는데 치화형은 들어가서 춤을 추고 싶다고 하며, 어떻게 하면 공짜로 들어갈 수 있을까 방법을 연구했다. 

"안에 일행이 있는데요. 이러면서 들어가서 춤만 추고 나오는 거야." 

결국 문 앞에 앉아 음악 소리만 들으며 구경하다가 다시 텐트로 돌아와 신해철을 들으면 잠이 들었다.




[다음편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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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4살에 운영하던 홈페이지에 썼던 글을 조금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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