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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 Jun 04. 2016

04.
진짜 출발

스무 살 꼬질꼬질 자전거 여행기  vol. 4

1997년 7월 19일 오전 6시. 

아침에 눈을 떠보니 다들 자고 있고 치화형이 혼자 아침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부엌에 밥통을 열어 보니 밥이 부족한 것이었다. 이런 일이! 

치화형은 상당히 미안해하면서 얼른 달걀 프라이를 만들어주었다. 우리는 밥통에 얼마 남지 않은 밥을 싹싹 다 긁어먹고 밥이 모자랐는데도 배가 부르다며 괜찮다고 식사를 마치고 출발 준비를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가 밥을 다 먹어버리고 와서 치화형 부모님과 동생은 아침밥이 없어서 당황하지 않으셨을까 생각이 든다. 

진짜로 출발하려는데 치화형의 어머님께서 배웅을 나오셔서 사진을 찍어 주셨다. 


치화형네 집 앞에서 진짜로 출발하는 순간. 과연 이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아침이라 날씨가 시원했고 출근하는 사람들이 걸리적 거렸지만 우리는 그 사이를 요리조리 잘 피해가며 서울을 벗어나기 위해 망우리고개로 향했다. 망우리 고개에 도착을 해보니 예상외로 고개가 엄청나게 높았다. 아무리 좋은 자전거 라도 못 올라갈 높이 같은데 짐이 가득한 레스포 15단 자전거는 어떻게 올라갈 수가 있겠는가! 

모두들 자전거를 끌고 언덕을 걸어올라 갔다. 
올라가면서 생각을 해보니 망우리 고개를 넘는 것도 이렇게 힘든데 대관령 고개를 넘으려면 얼마나 오래 걸릴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관령 고개를 넘는다 해도 이런 식으로 자전거를 끌고 걸어서 올라가야 할 텐데 태백산맥을 올라가는 것만 이틀은 걸릴 거 같았다. 

우리는 강원도로 가는 계획을 전면 수정해서 남쪽으로 내려가기로 했다. 


세상은 타협을 하면서 살아야 한다. 

[다음편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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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4살에 운영하던 홈페이지에 썼던 글을 조금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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