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꼬질꼬질 자전거 여행기 vol. 5
경기도
망우리고개 정상에 올랐더니 경기도와 서울을 나누는 이정표가 있었다. 서울을 벗어난 기념으로 또 사진을 찍었다.
지금 보면 첫날 사진이 굉장히 많다. 그때는 모든 게 신기하고 기록으로 남기려고 했었으니까.
각 도와 지역의 경계를 넘어가는 이정표가 보일 때마다 표지판 시리즈로 계속 사진을 찍으려고 계획을 세웠으나. 며칠이 지나자 이정표가 보여도 자전거를 멈추고 카메라 꺼낼 생각을 하면 귀찮아서 그냥 지나가게 되었다.
망우리 고개 언덕을 내려가니 구리시가 나왔는데 (인창동 돌다리 사거리 근처) 도로와 인도에 사람도 많고 무지하게 복잡한 게 마치 영등포 시장 같았다. 서울을 떠난 지 십분 밖에 안됐는데 벌써 서울 생각이 나다니... 고향이 그리워지는 건가.
구리를 지나고 남쪽으로 내려갔더니 덕소가 나오고 덕소를 지나니 팔당대교가 나왔다. 지나다니는 차는 별로 없었는데 다리가 무지하게 컸다.
날씨가 점점 뜨거워지고 있었다. 도로 바닥에는 잠자리들이 떨어져 있었는데 아마도 너무 날이 더워서 더위를 먹고 죽은 것 같았다. 잠자리들이 길가에 굉장히 많이 떨어져 있었는데 큰 트럭이 지나가면 그 바람 때문에 길가로 날리는 것 같았다. 나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잠자리를 몇 마리 밟고 지나갔다.
다리를 건넜더니 하남시가 나왔고 더 남쪽으로 내려가니 경기도 광주에 도착했다.
그때 시간이 오전 10시쯤,
어느 구멍가게 앞에서 공중전화로 각자 집에 안부 전화를 했는데 광주라고 하니 4명의 어머니 중 한 분이 벌써 전라도 광주에 도착했냐고 놀라셨던 기억이 난다.
광주를 지나 이천으로 가려고 하는데 또 언덕길이 나왔다.
이번 언덕은 망우리고개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높았다.
내려서 자전거를 끌고 걸어 올라가면서 다시 한번 대관령 고개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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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4살에 운영하던 홈페이지에 썼던 글을 조금 수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