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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 Jun 04. 2016

06. 이천

스무 살 꼬질꼬질 자전거 여행기  vol. 6

이천.


빠른 속력으로 내리막길을 내려가니 어느새 경기도 이천에 도착을 했다.

이천은 도자기로 유명한 곳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도자기는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돈을 아껴야 했지만 첫 점심 식사고 아침을 제대로 잘 못 먹었으니 특별히 음식점에 가서 점심을 먹기로 결정했다.

국수, 우동 등을 팔던 일본식 분식 체인점이었는데 (아마 다전 국수였나?) 음식점 앞에 자전거를 세워놓고 자물쇠로 한대라도 훔쳐가지 못하도록 4대의 자전거를 튼튼하게 연결했다. 그렇게 하고도 불안하여 자전거가 잘 보이는 창가에 앉았다. 출발하자마자 점심 먹다가 자전거 도둑맞아서 집에 다시 돌아갈 생각을 하면 자연스럽게 이런 행동이 나온다.

난 비빔밥을 먹었다. 점심을 다 먹고 물을 많이 마시고 자전거에 달려있는 빈 물통에도 물을 가득 채우고 음식점을 나섰다.

이천을 막 벗어나려는데 조그만 강과 다리가 나왔다.


다리 밑으로 내려와 낮잠자기 전. 자전거 핸들에 묶인 노란 끈은 텐트를 세우는 끈이고, 뒷바퀴 위에 매달린 파란 주머니는 초등학교 보이스카웃 시절에 쓰던 침낭이다.



날씨가 너무 더웠기 때문에 우리는 다리 밑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다리 밑으로 내려가 보니 얕은 개천 같은 곳에 물고기들이 있었다. 치화형은 "물고기를 모두 조져 버리자!"고 하더니 낚시가게에서 사 온 '어항'을 꺼냈다.

앞에서도 설명했지만 이 도구는 설치만 해놓으면 자동으로 물고기들이 안으로 들어가 빠져나가지 못하는 획기적이고 평화적인 포획도구이다. 물론 '어항'만 놔두는 게 아니라 그 속에 미끼를 넣어놔야지 고기가 들어온다.


옛날에 자전거 여행했던 걸 만화로 만들어볼까 하고 그려봤던 그림.



어항을 설치해놓고 낮잠을 자려고 돗자리를 펴는데 치화형이 이런 말을 했다.
"자고 일어나면 물고기들이 서로 들어가려고 싸우고 있을 거야."

자다가 일어나 보니 물고기는 한 마리밖에 들어있지 않았고 더구나 그 한 마리는 비늘 색깔이 일정하지 않은 오염된 기형물고기였다.

진수가 잠을 안 자고 옆에서 계속 관찰을 했는데 물고기들이 자유자재로 어항을 드나들더라는 것 이었다.
그 낚시가게 주인아저씨가 우리를 속인 것인지 '어항'이라는 도구가 발명되고 물고기들의 지능이 높아졌는지 알 수 없지만 첫 번째 낚시는 실패였다.

우리는 오염 물고기를 물에 놓아주고 다시 자전거를 타고 남쪽으로 향했다.


오염된 물고기 한마리가 들어있던 음료수 페트병. 여행 내내 신발이라고는 사진속에 있는 3줄짜리 샌들 하나 신고 다녔는데 여행이 끝나고 집에 와보니 발등에 호피무늬가 생겨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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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4살에 운영하던 홈페이지에 썼던 글을 조금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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